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맨발의 청춘'이라하면 내 나이 또래 아이들은 한번쯤은 들어보고 컸을 것이다. 1964년 신성일, 엄앵란의 주연으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 매우 인기가 좋았던  드라마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는 어떤 내용이 인기를 끌었을까? 그 시대에는 울고 짜는 신파극이 인기가 좋았다고는 들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난 이 책을 보고는 부모님 세대의 인기있었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일본 소설의 명인이라 불리우는 후지와라 신지의 걸작 단편집이다. 여기에는 제 2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무장한 여자』와 영화 『맨발의 청춘』의 원작이 수록되어 있었다. 총 10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된 이 책을 나는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에 나왔던 단편 <엉겅퀴 쓰나가 걸어간 길>은 주인공 쓰나의 세상살이를 담았는데, 거짓말스럽게도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도 없는 아주 순진한 산골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면서 변해가는 내면과 외형을 묘사했다. 한 여자의 순수함이 무서운 세상에 던져졌을때 받은 그 여자의 상처와 아픔을 담았고 그리고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마음, 또 그 사람을 잃었을 때의 그녀의 행동은 너무 아픈 것이었다. 원래 너무도 순수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일까 라는 의문을 남기며 다음 단편을 읽었다.

 

두번째로 <무정한 여자>가 소개되어 있었다. 한 유부녀와 유부남이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은 순수했고 진지했다. 유부남은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바칠 각오로 그 사랑을 시작했지만, 유부녀는 처음부터 남편과 헤어졌다고 거짓말로 시작한 사랑이라 두 사람이 만나는 중간에도 언제나 괴로워했다. 그러다 그 여자는 현재 남편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 남편과 헤어지려 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노력도 안하고 현실을 받아들어버렸다. 그리고는 정말 사랑하는 이를 버리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울 수 없었다. 서로 바람을 핀 것 또한 사실이고, 남편이 살인죄로 들어가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 조금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도 될 것만 같기도 했는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때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어쩜 당연한 마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번째로 우리나라의 폭풍을 잃으켰던 <맨발의 청춘>이 왜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 역시 이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랄까? 부자집따님인 마사미와 조폭인 지로의 정말 플라토닉한 사랑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지로는 마사미를 신 이상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했으며, 마사미 역시 때뭍지 않은 여염집 자제로 순수함의 그 자체였다. 그들의 마지막은 무서울정도로 아이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결국 자살로 젊은 생을 마감했으며, 익사한 시체의 형태는 꼭 아기같았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답답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그게 다 였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 순수하고 순수해서 내가 손댈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동반 자살한 여자는 완전한 처녀의 몸이었다."

 

<잘가요>는 힘든 삶을 벗어나 잠시 서로 낯선이에게 설렘을 느낀 두 사람의 이야기였고, <여자만의 업보>는 왠지 엄마의 업보를 그대로 떠넘김 받은 듯한 다마에의 삶은 그린 내용이었다. <자매의 사랑>은 언니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생이 언니가 사귀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줄도 모르고 언니와 잘되길 바라고, 언니는 그 남자외에 돈과 권력 등만 찾다가 다른 남자와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덫>은 엄마를 따라 이모집에 놀러가 하쓰코가 성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이후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기묘한 충동>은 엄마 덕분에 자학적인 성격을 가지 사쿠의 일생이 그려져있었다. <부침>은 문란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랑할 때는 한 남자만 보고 그 남자를 위해 자신의 마음까지 희생하는 쓰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흘러가는 반딪불이>는 옆병실에서 일어나는 불륜의 처음부터 끝을 관찰한 남자의 시점으로 표현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조용한 산자락의 진한 노을이 쓰타의 하얀 목덜미를 깜쌌다."

 

전부 읽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여자들이 하나같이 멍청하고 바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그 시절에는 수동적인 여자들이 많았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여자들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저렇게 어리숙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 공감가지 않았다. <맨발의 청춘>이나 <무정한 여자> 그리고 <잘가요>는 그나마 무력한 여자의 삶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예뻐보이는 부분도 이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맨발의 청춘'은 왜 과거 부모님시대에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 같았고, 현대에 각색되어 나오더라도 왠지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부모님 몰래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인기내용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요즘 과거 인기 있었던 것들이 각색되어 나오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맨발의 청춘'도 나중에는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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