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갑자기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가 된다면 어떨까? 무슨 생각이 들까? 평소에 겁이 많은 나는 정말 겁에 질려서 어쩔 줄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로렌츠처럼 생각보다 의연하게 살아갈 방도를 모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로움에, 말하지 못함에, 소통할 곳이 없는 그 곳에서 지쳐가고 부정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주인공 '로렌츠'는 7월 17일, 태양이 사라지던날 세상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게 된다. 아니 사실은 누군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알길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이고, 살아남은 이가 정말 있을지 찾아보고 뒤져보지만 이미 죽은 시체말고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 로렌츠에게 남은 건 혼자서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주위에는 책가게, 옷가게, 마트 등 필요한 것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자꾸 내리는 눈에 대비하기 위해 로렌츠는 살아갈 방도를 모색했다. 원래 살던 5층아파트의 벽을 뚫어 옆집들과 합쳤고, 아랫집 등에는 다른 필요한 물품을을 나두었다. 그렇게 조금씩 로렌츠는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로렌츠는 혼자 이게 되면서 많은 고독과 싸워야했다. 그래서 그 방안으로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둘째로는 대화 상대가 필요해 벽걸이 가면을 '이르고'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셋째로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 넷째로는 잠, 즉 수면이었다. 로렌츠는 그 글로서 우리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가 혼자 있게 되면서부터 그의 과거를 하나 둘씩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그가 사랑했고 3년전에 죽은 '마리'라는 존재에 대해서 죽고난 이후에도 많이 생각했겠지만 지금 현재 혼자가 된 순간에 더욱더 많은 성찰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에 관한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을 하였다. 그러다 이상한 소음이 들렸지만 그 정체는 밝혀지지 못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는 그로 변했다. 또한 그는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아가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도 던졌다. 선, 악, 자아, 신 등에 관한 질문과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세월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믿지 않는다. 아니, 세월은 상처를 변화시킬 뿐, 낫게 하지 않는다."

 

그는 긍정적으로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마리의 곁에서 죽을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마리의 무덤에 찾아가는 길에 핀을 만난다. 혼자 살아남았다고 몇달동안 보냈던 그들에게는 서로가 정말 천사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세상에 둘 밖에 없다고 생각되기에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면 두 사람이 행동이 이해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태양이 사라지고 세상에 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이해갈 만한 상황이었다. 몇달만에 처음 웃게 됐으니 말이다. 어느날 핀은 아픈 로렌츠를 위해 약을 찾으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7월 17일 그날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처음에 로렌츠는 절망하고 힘들어하지만 자신은 알게 된다. 핀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리와의 사랑에서는 다 주지 못했고 미안한게 많았다면 핀과의 사랑에서는 정말 성심성의껏 대했고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렌츠는 마리를 잃은 이후로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진실로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로렌츠는 세상이, 바깥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끼고, 해가 제대로 뜬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된다. 많은 날이 지나 눈이 녹고 바람이 불며, 비가 내리고 태양이 빛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로렌츠의 삶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렌츠는 이 햇빛을 희망으로 삼아 새로운 삶을 찾으려 떠난다. 로렌츠는 핀이 한말을 기억한다.

 

 "사람은 언제나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사실 이 책을 반쯤 읽을때까지는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반이나 되는 동안 어째서 주인공 '로렌츠'은 태양이 사라지던 그 날 이후로 변함이 없이 그대로일까?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걸까? 하지만 그것은 '핀'이 나타나면서 달라졌다. 책의 내용도 바뀌었지만 내가 책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었다. 이때 나는 사람이 혼자일때를 왜 두렵고 무서워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로렌츠 혼자일때는 그의 삶을 바라보는 나도 지겹고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둘이 되는 순간 나까지도 행복하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핀이 사라졌을때 나까지도 절망과 안타까움에 어쩔줄을 몰랐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로렌츠의 모습에 나도 한번 불끈 주먹을 쥐게 되었다.

 

처음 읽을때는 스펙타클한 소설얘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잔잔한 인간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남은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깊은 무의식 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줄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비유하면 절에 들어가 혼자서 수행하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일부는 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정적이며 부드럽게 엮어가는 로렌츠의 이야기에서 나 또한 내 삶을 재조명하고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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