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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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 전부터 흥미를 끌었던 <메이블 이야기>는 2015 아마존 ‘올해의 책’에서 1위한 책이다.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이라는 한줄 서평 홍보 문구에 이끌렸다. 얼마나 매력적인 글이길래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이 외이에도 2014 새뮤얼존슨 논픽션상, 2014 코스타 문학상, [아마존] 종합 1위,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는 책이다. 아마 이 이야기를 보는 순간 <메이블 이야기>가 구미가 당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쉽고 가볍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서사글이 많아 곱씹어서 천천히 읽어야 그 광경이 눈에 보이며 두 가지의 이야기가 비슷한듯 아닌듯하게 따로 나오기 때문에 흐름이 끊길 때도 있다. 책 두께 또한 만만한 책은 아니다. 내용은 논픽션, 즉 저자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으로 현실을 마주하기 힘들었고, 그리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참매를 기르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많은 아픔들과 노력들이 담겨져있으며 다시 한 번 벗어난 현실에서 야생과 함께 공존하려고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이 그려져있다.

 

사람들마다 헬렌이 메이블을 기르기 시작한 일이 처음에는 도피로 보였다. 커다란 의지가 되는 아버지를 잃은 빈자리를 채우는 도구로 보였다. 자신에게는 산과 같은, 버팀목과 같은 대단한 아버지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기이 힘들어보였다. 아버지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현실에서 분리하여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헬렌은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어릴때 했던 매길들이기를 시도해본다. 초보인줄 알았던 헬렌은 어릴때 매길들이는 방법을 익혔던 준매잡이었다. 어쨌거나 헬렌에게는 현실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 필요했고, 그 세상은 참매로 가득찼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거의 끊고 자신의 참매인 '메이블'하고만 지냈다. 모든 신경과 관심은 메이블에게 꽂혀있었다. 그것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다. 


메이블과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헬렌은 메이블과 일체화가 되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알려줬던 것처럼, 이끌었던것처럼, 때로는 날개를 펼쳤다가 언제든지 되돌아와도 되는 안식처가 되준 것처럼 메이블은 헬렌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헬렌이 아버지의 역할이자 메이블이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아프고 쓰라렸지만 그녀는 야생에서 현실로 돌아왔고 그 야생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p.143 "자신을 다른 인물이나 상황으로 재창조하는 능력을 믿음으로써 자아의 상실과 이성의 상실을 견디는"능력이다.


이 책을 읽는 건 쉬운 것이 아니였다. 굵기도 하지만 표현력을 다 받아들이면서 읽기에는 시간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다 읽게 되는 것은 정말로 손을 놓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주 재밌는 것도 웃기는 것도 아닌, 헬렌의 애도와 치유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메이블과 헬렌의 관계가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였었고, 다른 하나는 왜 화이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와 번갈아가면서 써놨을까였다. <메이블 이야기>에서 화이트의 이야기는 헬렌의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것처럼 보였으나 어쩌면 대조적이면서도 같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의 괴리감, 현실과의 분리에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두 사람은 수많은 과정 끝에 결국 현실에 올라와 살아간다. 어쩌면 헬렌은 화이트와 고스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당성과 안도감을 찾으면서도 같음에 분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처음에는 -. 


<메이블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화이트와 헬렌 사이의 흐름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계속 물음표만 가지고 읽었던 이 책을 또 다시 읽었을 때는 새로운 시각에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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