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중 카테고리를 창고에 넣고, '어젯밤에 읽은 책'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어젯밤부터 기분이 좋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젯밤 기분 좋았던 걸 기념하기 위한 뉴 카테고리다.
'어젯밤에 읽은 책'  리뷰 보단 잡담식 페이퍼가 되지 싶다. 이때까지의 '책읽는중' 같은 느낌. 리뷰말고 페이퍼. 이런 간지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 아이>
신간 나오고 바로 산 것 같은데, 산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제 다른 책 찾다가 이 책이 나와서 읽기 시작.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스럽지 않다. 잘 읽히는 거 빼고. 그래서 재미있었다고 해야할까?  

중간에 이야기가 완전 안드로로 가나 싶은 지점이 있는데, 약간 진지한 독자라면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게 만드는 개황당한 상황 설정.  

그 정도는 아니지만, 결말도 보통의 미스터리와는 좀 다르다. 첫챕터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거긴 하지만, 그래도 설마 했는데, 설마 역시 였다.  

책 내용보다 책 내부 디자인이 겁나 섬찟했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섬찟했는지는 입다물기로 하고..   

바텐더인 주인공이라서, 바에서의 이야기와 칵테일 이야기가 아주 간간히 나오는 것도 조금 볼만 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이고, 조연이고, 그닥 인상깊은 캐릭터가 없다.  

멋진 줄거리, 그저그런 내용과 결말   

※ 바 장면이 인상적인 미스터리, 만화, 일본드라마

 

  

 

 


곤도 후미에 <토모를 부탁해>

작가 이름이나 저 저 표지나 내 반취향일 가능성이 높지만, 곤도 후미에는 언젠가 한 번 꼭 읽어봐야지 했던 작가다.  

왜냐하면, 언젠가 일본 미스터리 매니아와 업계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어뜬 남자가 혼자 유일하게 곤도 후미에 노래를 부르는거다.

매니아가 그렇게까지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는 정도면, 별로라도, 나는 같은 매니아로서, 그/그녀의 취향과 애정을 존중해서 전혀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읽어보고 싶고, 읽고 별로라도, 어떤 매니아가 정말정말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책의 점수는 떨어지지 않아. 여전히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얼어붙은 섬>부터 읽을껄,
20세로 이제 막 성인이 된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귀엽고 달달하고 읽을수록 사랑스러운 이 소설을 먼저 읽어 버렸다.

<얼어붙은 섬>과 <새크리파이스> 당장 주문할 정도로 <토모를 부탁해>는 사랑스럽고, 군데군데 지뢰처럼 맘에 퍽- 와닿는 글들이 있는 책이었다.  


세가지 단편이 나오는 단편 연작인데, 책 제목인 <토모를 부탁해>는 단편 제목에 속해 있지 않다.  
토모는 유기견. 첫 단편부터 제목이 '강아지 독살 사건'이어서 이 책 포기할 뻔 했다. 나처럼 동물학대 나오는 이야기 질색팔색하는 사람도 이 정도는 읽을만 할꺼다. 일단 여기 나오는 '안'과 '토모' 가 무지 사랑스러운 녀석들로 맘 아픈 장면들은 잊게 해준다.  

곤도 후미에의 감수성에 감탄한다. 굉장히 섬세하다. <토모를 부탁해>가 특히 그런류라고 하는데, 작가의 다른 소설 얼른 읽어보고 싶다.  

여기 나오는 구리코는 프리타, 동생은 삼수생 (잘나가다 왕따 당하고, 집에서 부모고 누나고 눈치보는 일견 잔인한 면모도 있는 히키코모리)다. 구리코는 론도라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래를 걱정하고, 같이 알바하는 유미타에게 반하기도 하고, 구다니에 노인과 몰래 우정을 키워나간다.  

겨우 스무살 주제에 ^^ 귀엽기도 하고, 나도 저랬지 싶기도 하고, 아직도 내 안에 이런 모습 남아 있지 하는 마음도 들고  

   
 

지금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일도 육체노동이라서 몸은 피곤한데, 왜 그런지 한밤중에 자꾸 눈이 떠진다. 아침에도 깜짝 놀랄 만큼 이른 시간에 깨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가,'

어머니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이제 스물하나에 별 소릴 다 한다며 배를 잡고 웃겠지. 그래도 열여덟, 열아홉때와는 확실히 무언가가 다르다.

론도에서 일하는 파트타이머인 무라사키 씨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서른이 지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이십 대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구리코는 앞으로도 내내 나이 먹는 걸 의식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사십 대가 되면 삼십 대를 그리워하고, 쉰을 넘기면 사십 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늙어간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린 것들의 웃기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다듬어진 이야기로 이 서른 넘은 언니를 공감하게 만드는 구리코
뒤에 열 일고 여덟의 풋풋한 후배를 부러워 하는 이야기도 나와서 좀 웃었다. 이건 진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스물 한 살의 고민에 이미 여유로울 수 있는 나이다. 웃을 수도 있고. 쳇, 그렇게 좋기만 하지는 않다.  

   
 

"울지 마라, 이제 클 거야."
그 말에 구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은 아직 아팠지만, 마음에 가득 차 있던 슬픔이 조금씩 어딘가로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도 배수구가 있는지 모른다. 구리코는 그리 생각했다.  

 
   

마음에 배수구가 있으면 좋겠네. 슬픔만 흘러가는게 아니라, 추억도 흘러가겠지. 추억따위, 과거따위   

   
  "철저하지 못하다는 건 결코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야. 마에카와 양이 머리를 묶지 않은 것도 분명 잘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수갑을 채워 연행해 갈 정도의 죄는 아니지. 하지만, 그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을 죄로 몰아가겠다는 생각 자체가 악의라는 거지. 자기 일에 철저하지 못한 것보다 그쪽이 훨씬 무거운 죄야."
그렇게 말하고 구니에다는 설핏 웃었다.
"물론 악의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심판할 수는 없지만 말이네."
  
 
   

소설 속의 A는 악심을 행동에 옮겨 '악의'를 증명하고 말지만, 나 역시 철저하지 못한 행위에 짜증을 많이 내는 편이고, 그 소악심들이 모여서 악심이 되면, 설사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철저하지 못한 것'보다 나쁘다. 는 이야기?  
 
악심 vs. ( 한심이 or 규칙위반 )+ 젊은 여자애 특유의 오만  

뭐, 요런 에피소드  

   
 

  이슥한 시간에 방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던 구리코는 벌떡 일어났다. 득득 문을 긁는 듯한 소리와, 또 다른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구리코는 방문 앞으로 가서 귀를 댔다. 다시 끙끙거리는 콧소리가 났다. 구리코는 살포시 웃고서 문을 열었다.

안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안은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콧소리를 낸다. 그것은 누가 들어도 외롭다는 걸 알 수 있는 소리이고, 사람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왜 그러니?"
쭈그려 앉아 안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안은 구리코의 배에 얼굴을 비벼댔다.

이런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을 위로하러 와주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구리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깨달았다. 안은 혼자 자는 것이 조금 외로웠을 뿐일 게다. 토모는 꾀바르게 마코토의 침대를 자기 침상으로 삼고 있다. 안은 마코토가 조금 무서운지 자진해서 그 방에 들어가는 일은 없고, 부모님은 침실에 개를 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제까지도 안은 때때로 구리코의 방문 앞에서 낑낑거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리가 워낙 작아서 잠들고 나면 알아채지 못했겠지.

"안, 외롭니?"

다시 한 번 안은 코를 끙끙거렸다. 구리코는 그 따스한 몸을 안고 눈을 감았다.
하느님은, 외로울 때면 이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도록 인간과 개를 만든 게 틀림없다. 구리코는 그리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슬플 때의 개의 목소리와 인간의 목소리가 이토록 닮았을 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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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우 2010-09-0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곤도후미에~ 저는 새크리파이스를 인상깊게 읽고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책들이 너무 소녀취향의 표지라서 괜찮을까 좀 주저되더라구요.
사랑스럽고 달달한 이야기가 심하게 끌리는 날도 있으니까, 저도 나머지 두 권을 질러야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ㅎㅎㅎ

하이드 2010-09-02 11:41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 때문에 절대 살 생각 없었던 작가에요. ㅎ
저는 달달한 이야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게다가 소녀와 여인 사이 스물 한 살 막 이런 주인공이라니; 게다가 이 책 착하기 까지 해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었으니 새크리파이스와 얼어붙은 섬은 당장 주문하게 되더라구요. ^^

소영 2010-09-0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히가시노게이고 팬으로써 다잉아이...실망만 했네요
묵직한 감동도 없고,호러인데 무섭지도 않고..ㅜㅜ
그냥 검증된 작품만 읽는게 나을 것 같아요

하이드 2010-09-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대부분 읽으면 실망하는데 ^^; 꾸역꾸역 읽고 있어요. 왤까, 왤까


moonnight 2010-09-0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왠지 끌리지 않는 작가라 좋다, 재미있다 말은 들어도 읽지 않게 돼요. 뭔가 2프로 부족하단 느낌이. ;; 곤도 후미에는 몰랐던 작가인데 하이드님 덕분에 새롭게 발견하네요. 표지는 영 마음에 안 들지만 -_-;;;;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
 
훌러덩 뜨인돌 그림책 21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후지모토 토모히코 그림, 장은선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7월
품절


훌러덩!

표지부터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고 있는 나카가와 히로타카의 <훌러덩> 입니다.
제목도, 찌찌, 배꼽, 꼬추까지 다 들어낸 거꾸로 팔자 눈썹에 '0' 하는 표정의 아이 그림은 대단합니다.

두근거리며 책표지를 여니 비교적 정상적인 모습의 사내아이가 나와서 약간 안심했습니다.

모자를 휙

지금부터 벌어질 휙퍼레이드에 아이의 표정을 주목해주세요.

잔뜩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모자를 휙- 벗어 던집니다. 말그대로 '벗어' '던집니다'

바지도 휙

아, 이게 뭐 어떻다고 하는 표정으로 변화,
오렌지색 스트라이프 빤쭈를 입고 있군요.

셔츠도 휙

단촐하군요, 모자와 바지와 셔츠를 휙 벗어던졌을 뿐인데, 벌써 빤쓰 바람이에요. 흐흐
잠깐, 그렇단 얘기는 이 다음에 벗어 던지는 것은 ...

휙!


휙 휙 휙 휙

크 크 크 크

한 장을 다 찍은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훌러덩 훌러덩 엉덩이를 홀딱 내놓자!

뭔가 중독되는 그림체 아닙니까?

중독된다. 중독된다. 중독된다.

모든 훌러덩을 끝내고 엉덩이를 홀딱 내 놓고 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홀딱 벗은 엉덩이를 바람이 간질이네
휘잉 휘잉 휘이잉
바람을 타고서 날아라!

아.. 이 그림... 이 기분... 왠지 알 것 같지 않나요?
성인이 되어 엉덩이 홀딱 내 놓는 것과는 아주 다른, 경험했지만, 기억창고 저 밑에 밑에 쌓여져서 잊혀졌던 어린 시절 홀딱 벗고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달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날 것만 같아요.

산에서 산으로 휘리릭

휘잉 휘잉 휘이잉

여봐라 여봐라 들리느냐!
나는 바람의 아들이다!

훌러덩 벗은 것 만으로도, 이렇게 온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신나는 기분이 되었어요.
아! 신나라!!

이번에는 배꼽을 다 내놓았어요. 훌러덩 훌러덩

엉덩이를 내 놓았을 때, 엉덩이에 바람 드는 씨원한! 느낌과는 또 다른 기분을
배꼽을 내놓았을 때로 표현하고 있어요. 훌륭하다, 이 작가!

홀랑 내민 배꼽에 바다가 와 닿네.
쏴아 쏴아 쏴아아
바다의 왕자가 될 거야!


섬에서 섬으로 슈욱 -

훌러덩 훌러덩 세상에서 제일 좋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훌러덩 벗고 시원해 하는 아이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아, 나도 왠지 생각날 것 같아요. 훌러덩 벗고 뛰다니던 그 시절요.

그림책을 보는 잠시나마,
훌러덩 벗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아이와 같은 마음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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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뫼르크 <달링짐>

이거이거 약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려고 노력해보면,  

완전 쭉쭉빵빵 화려한 여자가 노래도 잘 해.
이런 느낌?

반면, 쭉쭉빵빵 화려한 여자와 평범한 여자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만큼 둘 다 노래를 잘 했을 때
예쁜 여자는 그 외모 때문에 손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깐,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이지 같은 모델 의사, 그래그래 그런 느낌  

 

이렇게나 화려한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에 글도 잘 쓰니, 더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러니깐, 글 솜씨가 화려한 이야기에 뭍히는 격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책들은  

 

 

 

 

 

 

 

 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다섯권 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책들이다.

나는 <처녀들, 자살하다>와 같은 책이고 싶고,
<베오울프>의 인간과 신,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가 나오는 이야기를 경외하며,
<핑거스미스>는 말할 것도 없이 끝내주는 책이고,
<스타더스트>는 잔혹동화이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위의 네 권에 피와 호러를 더해주는 장치로 굿-
자매가 나오기도 하고.  

 

 

 이런 좋은 소설들을 다 끌어붙일만큼 괜찮은 소설인가? 달링짐?  

네  

배경도 독특하구요, 이야기의 전개가 굉장히 화려하고 통속적인 것 같은데, 예상을 자꾸 뒤엎는 전개가 끝까지 펼쳐져서 다 읽고 나서 감탄해버렸어요.  

계속 찜찜한 건 '화려하고, 통속적인' 줄거리다.
만화가인 니알의 그림에선 미국의 그래픽 노블들을 떠올리게 한다. 분명 그래픽 노블을 좀 읽었다면, 그것도 생각났을텐데, 워낙 그쪽으로는 읽어보지를 못했어서..   그런 미국 만화적 박력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꾼의 전통과 그 이야기꾼( 달링짐입니다.) 이 이야기해주는 책 속 책과 같은 중세 늑대 전설은 보통의 책 속 책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 박력 있고 신선하다. 

근데 이 미국 만화적 박력과 중세의 전설, 그리고 엽기적인 살인에 막가파 자매들, 그리고 이 황당한 조합에 정점을 찍는 달링짐.  

가장 완벽한 남자를 상상하고, 달링짐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이 소설의 주인공 달링짐이 된다.
그리고 그 달링짐에 천하의 나쁜놈이라는 캐릭터를 살포시 덧붙인다. 그럼 이 소설의 주인공 달링짐이 된다.  

비유를 자유롭게 쓰는 작가인데, 읽다가 기가 막혀서 웃으면서 왠지 공감하게 하는 비유가 한 둘이 아니다. 이전 페이퍼에 썼던 분노의 롤빵을 비롯해서 말이다.  클리쉐와 거리가 멀고(우리는 클리쉐는 종이 아깝죠.) 유머러스하고, 신선하고, 기이하지만, 왠지 납득이 가버리는 그런 비유들.  

끝까지 다 읽어도 재미있는데, 왠지 막 추천을 해주지는 못하겠는 이 심정.. 
대중적일 수 있을까 싶은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고, 글도 훌륭하지만, 화려한 스토리에 뭍힐 것 같고, 뭐 그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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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8-3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제 영원히 제 안에서 분노의 롤빵 ㅋㅋㅋ

하이드 2010-09-02 11:44   좋아요 0 | URL
전 롤빵보면 이제 막 분노를 달래줘야할 것 같아요. ㅎ

막 롤빵 먹고 싶은 부작용

소영 2010-09-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베오울프..
사다 놓은지 1년은 됐는데 당장 꺼내봐야겠군요~
핑거스미스도 여러군데서 평이 좋네요
살까말까 고민중 ㅜㅜ

하이드 2010-09-0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오울프 재미있어요. 막 재미있는 책은 아니고, 닐 게이먼 치고는 덜 화려하지만, 접하기 힘든 북유럽 신화라는 점, 선과 악, 인간과 신의 구분이 모호한 점이 좋았어요.

핑거스미스는 약간 취향 타겠지만, 19세기빅토리안레즈비언미스터리로맨스스릴러 ... 라고 부릅니다. ㅎ
소재가 독특해서 그게 대중의 취향에 안 맞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ㅣ, 글도 무지 잘 쓰고,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힘이 있어요. 두 번 세 번 읽어도 재미있는데, 역시 취향을 탈 수 있어서 막 추천하기는 부담 스럽지요. 그러고보니 위의 여섯권이 다 그래요.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소설들인데, 추천하기는 뭐한 그런 책들입니다.
 

 

 

 

 

 

 

 

먹거리에 관한 신간 세 권, 두 권은 소설이고, 한 권은 에세이다.

☆아녜스 드자르트 <날 먹어요>

날 먹어요』는 한 중년 여성이 식당을 꾸려가는 행위로써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한때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연인으로 살았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43세 여인 미리암. 식당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오로지 요리에 대한 애정만 가지고, 파리에 ‘셰 무아(Chez moi, 나의 집이라는 뜻)’라는 식당을 연다. 돈이 없어 몰래 식당에서 씻고 자며 생활하는 그녀는 가끔씩 엄습하는 아픈 과거의 기억들과 타협하려 발버둥치며 식당을 꾸려간다. 손님에게 사랑이 담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셰 무아는 점점 성공가도를 달리고, 미리암은 마침내 삶과 사랑 모두에서 두 번째 기회를 찾게 된다.

도발적인 제목 이기도 하고, 앨리스의 drink me 패러디 같기도 하다. 멋진 표지와 제목 프랑스 사람이 쓴 요리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더 관심이 간다.  

★ 알랭 모니에 <냉장고를 수집하는 여자>  

소설은 주인공 마리 브와에의 아파트에 고장 난 냉장고가 잘못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최고의 서비스와 신속한 수리를 장담하는 냉장고 판매사와 AS센터는 실질적으로 마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전화만 해댈 뿐이다. 소설가 친구와 마리의 유부남 애인, 새 애인과 동거를 시작한 친구 아니크 등으로 인해 마리의 아파트 안에는 냉장고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프레온 가스 때문에 냉장고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마리는 단 한 대의 냉장고도 이용할 수 없는 처지이다. 게다가 이러한 진실과 전혀 상관없이 마리는 냉장고를 수집하는 여자로 방송을 타게 되면서 "프렌치 콜드 걸"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인권과 환경을 사랑하는 유명인사로 탈바꿈하여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이건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ㅎ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등을 통해 소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은 채 상황을 제멋대로 해석함으로써 진실을 왜곡하고, 엉뚱한 피해자들만을 양산해가는 현대 사회 모습을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또한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도시인이 겪는 고독과 소통 부재, 본원적인 고독, 소외감, 박탈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 메이 <소박한 한그릇 >  

일본 감성의 예쁜 책들을 내는 나무수 출판사의 책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의 소박한 일본식 가정요리 책. 사진으로 눈이 즐겁고, 간단하다고 하는 레시피들은 시도해 볼 수 있을지도..  

 

 

 

 

 

 

 

 

 

 

 

 

☆줄리언 패트릭 <501 위대한 작가들>  

《501 위대한 작가들》은 소설가, 시인, 극작가, 철학자, 수필가 등 약 20세기에 걸친 전 세계의 위대한 작가 501명에 대한 재미있고 심도 있는 안내서로,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모든 전기적 내용은 해당 작가가 세계 문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물론, 그 작가가 남긴 문학상의 혁신 및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한 비평적 평가도 포함하고 있다. 사진 및 그림을 통해 작가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각 작가의 대표작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추가적인 독서를 유도하고 있다. 게다가 기억할 만한 인용구와 흥미로운 여담 성격의 내용까지 더해져 있어 작가들의 성취에 대한 재미있고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501이 뭔가 했더니 501명의 작가들을 다루고 있어서 501. 사진, 도판 등이 풍부하여 술술 넘겨보기에도, 레퍼런스용으로도 좋아보인다. 책의 컨셉에 비해 저 무거운 표지는 어쩔;  

 ★ 에드워드 케네디 < 케네디가의 형제들 : True Compass>

에드워드 M. 케네디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려진 케네디가의 막내이자 47년간 상원의회를 지킨 미국 현대 정치의 대부다. 존 F. 케네디, 로버트 F. 케네디 두 형의 암살, 가족의 잇따른 비극 속에서 끝까지 케네디가를 지킨 최후의 케네디. 그는 루스벨트부터 오바마까지 12명의 대통령과 함께 동고동락한 미국 정치사의 산 증인이자, 제2차 세계대전부터 이라크전쟁까지 현대사의 소용돌이 가장 중심에 있었던 목격자였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평생을 담은 이 자전적 기록은 인권과 평등, 소통과 자유의 끈을 놓지 않은 진보 정치인의 열정적인 행보이자 국민에 대한 진정한 용기와 책임을 보여 준 정치 명문 케네디가의 진솔한 역사이다. 백악관과 미 의회를 오가며 펼쳐지는 미국 현대 정치사는 물론 지난 60여 년간의 파란만장한 세계정세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케네디가에 대해 저술한 책은 수백 권이 넘지만 케네디를 통해 직접 듣는 케네디가의 기록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700쪽이 넘는 묵직한 책이다. 번역 제목은 좀 맘에 안들지만, 어떤 면에선 JFK 의 이야기보다 더욱 흥미롭게 읽힐 것 같다.  

 

 

 

 

하타 타케히코 <살인 보고서>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언페어>의 주인공,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 보고서』가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드라마 <언페어>의 원작인 하타 타케히코의 『추리소설』에 이은 후속작이다.

저자 하타 타케히코는 1990년대부터 TV드라마 각본가로 활동하면서 <천체관측> <공범자> 등 수많은 드라마를 히트시켜 방송계에서는 입지가 굳건한 인물이다. 그가 소설로 처음 선보인 데뷔작 『추리소설』도 드라마 <언페어>로 제작되어, 일본열도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형사 유키히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추리소설>을 아직 못 읽기는 했는데, 시노하라 료코의 포스 넘치는 드라마 <언페어>는 무척 재미있게 봤다.

이 작품이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 시리즈로 나오는 거라면, 한 번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 그나저나 저런 표지는 좀... 그러니깐, 지하철에서 들고다니기 부끄러울 것 같은 표지는 좀 지양해달라니깐  

 그 외 신간추리소설 체크체크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신간 <결혼해도 괜찮아>

 비교적 발빠르게 나왔다. 표지에 eat pray love 제목을 저렇게 따다니;; 염치 없군! 무튼, 이작가의 에세이 말고 소설도 읽고 싶었는데, 두번째로 소개되는 작품도 역시 에세이다.

지난번에 파본으로 환불한 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번에 함께 구입해볼까 싶다.

 첫 작품이 맘에 들었어서,일단 작가 이름 보고 냉큼 구입하게 되는 책

 

 

외 관심 신간 도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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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8-3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책 일단 담아놓고 (먼산) 엘리자베스 길버트 이번 책은 번개같이 나왔네요 ㅎㅎ
표지는 먹어라 사랑하라가 더 예쁜 듯 그러고 보니 닉혼비 책 중에 저 표지랑 비슷한게 있었는데 뒤적뒤적

http://www.amazon.com/How-Be-Good-Nick-Hornby/dp/1573229326/ref=sr_1_11?ie=UTF8&s=books&qid=1283261533&sr=8-11

...라고 생각했는데 반지 빼고는 별로 안 비슷하군요;;; ㅎㅎ

케네디책은 제목이 그렇죠;; 아무래도 JFK가 있어야 팔리나 싶기도 하고...
케네디가 우상화가 좀 심하지만 ㅋㅋ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은거 같아요.
남는 책 있으면 보내드리고 싶은데 저한테도 별로 차례가 안와서 ㅠㅠ
개인적으로 보관할 책은 제돈내고 샀다능 어헝 ㅠㅠ

하이드 2010-09-0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돈! (아니 적립금;) 내고 살께요 ^^

말씀대로 먹어라 사랑해라 ㅎㅎ 가 표지는 이쁘죠. 사실 이번 책은 그닥 기대하지는 않아요. 이것보다는 잇프레이러브 이전 소설들 읽고 싶은데 말입니다.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도
여느 때와 같은 밤이었지,
다만 죽어 간다는 것, 죽음 이외에는(except dying).
이 때문에 우리가 보는 세계는 달라졌도다. 

애밀리 디킨슨의 시 '그녀가 살아 있던 마지막 밤' 에서 따온 제목 Except dying  

19세기 배경의 미스터리라 혹했는데, 배경이 토론토다. 읭?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 첫번째 권인 <죽음 이외에는>은 겨울 길거리에서 동사한 어린 여자 아이의 죽음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리 과정이나 사건이 인상적이기 보다는 머독이라는 인물 소개와 19세기 토론토라는 배경이 흥미롭다. 1편에 깔아둔 여러가지 장치들이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재미있어질 것 같고, 처음에
소녀의 죽음에 애밀리 디킨슨의 시를 차용하여 문학적 분위기를 만든 것도 좋았다.

사회적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19세기 미스터리인 새라 워터스의 이야기에 비해 재미나 이야기의 짜임새는 덜하고, 역시 역사 미스터리인 데이빗 리스의 작품들에 비해 사회적 시각은 드러나려다 만 정도이지 않나 싶다.  

여튼, 두번째 시리즈가 나오면 읽고 싶은 정도의 재미는 있으니, 다음 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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