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이 여자는 이렇게 슬프게 살아야 하는가. 요시키는 멀어져가는 유즈루 9호를 보면서 생각했다. 인간은 대개 플러스 타입과 마이너스 타입으로 나뉘는 것 같다. 플러스 타입은 즐거움에만 마음이 움직이지만, 마이너스 타입은 슬픔에만 민감하다. 모든 인간의 인생에 같은 양의 기쁨과 슬픔이 주어져도, 마이너스 타입은 자신이 슬픈 일만 겪으며 사는 기분이 든다. 자신이나 미치코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요시키 생각에 자신과 그녀는 닮은꼴이었다. 전혀 다른 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근본은 역시 닮았다. 아니, 똑같았다.그래서 인연이 되어 결혼도 했으리라.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도 슬픔의 인자를 다시 만들어내어 이렇게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를 괴롭힌다. 이것은 무엇을 해도 낫지 않는 마이너스 형 인간의 병 같은 것이라고 요시키는 생각했다.
시마다 소지 책은 꽤 많이 나왔고, 꽤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또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읽었던 책들 중 아주 좋았던 것만 모아 놓아도 이 정도. 여기에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을 포함시킨다.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에 나온 단편 네개가 생각보다 맘에 들어서 시마다 소지의 책이 아무리 널을 띄어도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바로 다음에 읽게 된 유즈루..에서 또 한 번 감탄한다.
미스터리, 하드보일드가 내가 좋아하는 주장르라고 생각하는데, '로맨틱 미스터리' 를 좋아한다. 달달한 로맨스 같은거 말고,
<환상의 여인> 같은 뭔가 부조리가 팍팍 느껴지고, 로맨스의 상대방보다 그로 인해 주인공이 겪게 되는 멘붕에 포커스가 맞추어진 그런거 말이다. <백야행>도 그렇고. 이 책도 그 부류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이 너무 아련아련해서 누워 뒹굴거리며 읽다 벌떡 일어나 버렸다.
요시키 형사가 미타라이처럼 농담 같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런 개인사 .. 좋아요.
첫부분만 읽고 페이퍼 쓰려 했으나, 만에 하나 용두사미이면 어쩌나 싶어 마지막장까지.
위에 말한 처절한 로맨스같은 느낌도 있고, 하지만, 역시 여기서 중요한건 요시키고, 미치코는 요시키를 움직이는 수단일뿐.인 것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할도, 매력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좀 아쉽긴 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역시나 의미심장한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