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읽고, 솔직히 그의 글에 갈증이 좀 났더랬다. 그렇다고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보고 싶지는 않았고.

신간 중에 정말 뻑가는 표지의 <차가운 벽> 카포티의 단편집이다. 아, 옛사랑을 만난듯한 떨림. 손가락 사이의 담배개피가 되고파~~~ 

이런 때늦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으니라구.  

 

  

 

조이스 캐롤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
놀라지 마시라, 무려.... 803쪽의 책이다. 한권인걸까. 싶을 정도로 두툼한 분량
아고라출판사에서 <사토장이의 딸들>이 나오고, 정말 의외고, 속상하게 우리나라에서 외면당하는 조이스 캐롤 오츠. 같은 출판사에서 그녀의 작품을 몇권 더 소개해 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창비에서 <멀베이니 가족>이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가족 이야기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꽤나 다작의 작가라 읽을 책이 많이 남았기에 섣불리 평하기는 찜찜하지만, <블랙워터>의 실험적인 면모거나 <사토장이의 딸>에서 보는 꽉 짜인 플롯과 단어 하나, 마침표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된 거장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그녀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점점 더 높여주고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코드가 맞는 어떤 감성들 (카슨 매컬러스나 너새네이얼 웨스트나)이 있는건 아니지만, 단지 두 작품으로 그녀에 대한 호오를 정하기는 이르지만, 새로 소개되는 작품들이 가장 기대되는 작가들 중 한명인 것은 분명하다.  

  

 오늘 저녁 보고 온 따끈따끈한 나콜 크라우스의 신간
<남자, 벽으로 들어가다>
근래 본 가장 독특한 판형이고, 역시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다.
나로 말하자면,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는 이국적 향료 이름 같은 남편의 책을 더 좋아하지만,
그녀의 책 역시 궁금하고, 나오면 반갑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랑의 역사>는 다시 보니, 참 예쁜 책이네. 

 

  

  

 

 

얼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는지, 책에서 봤는지 가물가물하지만,
루시드 폴의 가사는 시詩같다. 라고 얘기했는데,
시집이 눈 앞에 짠-

부록으로 오는 CD에는 신작인 '물고기 마음'과 '여기서 그대를 부르네'가 실려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루시드 폴의 모든 노래를 사랑해왔던/ 사랑할 마음 있는 팬이라면,
이 시집 정말 큰 선물이지 않을까.  

 

 

 

 

이건 또 뭐람, 키리코 나나난의 신작이란다.
표지봐라. 이것은 에지를 넘어선다. 피뚝뚝
제목은 어떻고 <캔디의 색은 빨강>이라니
'빨강'은 키리코 나나난의 이름 옆에서 참 서늘한 색으로 보인다. 
 

 

 

  

내년의 독서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하나는 '책을 사지 말자'이다.
'책을 사지 말자' 지키지 못하니깐 계획인거다. 라고 말하기엔 아직 새해는 오지도 않았다나 뭐라나.

 아, 빠트릴뻔 했다.

나같은 집구석 인간은 이런류(?) 의 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을 서점에서 훑어보니, 꼭 사고 싶더라.
딱히 서울시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장소들을 무지개빛 덧입힌 상상의 길바닥을 꾹꾹 밟아서
노란 벽돌 밟으며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도로시마냥,
어느 한 곳 나의 비밀 아지트가 될 곳을 상상하며 발을 옮겨 보는 것도 ..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집구석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의 혼란이..(..응?)

무튼, 서울 이곳저곳 소개하는 책으로 상당히 드물게도 좋아 보였다.  

 

 

뒤늦게 하나 더 추가
나온다는 기다리는 미스터리가 3개쯤 있는데, 첫 테이프를 끊은 기리노 나쓰오 여사의 신작.
언제부터, 나오면 사야하는 작가가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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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pge 2008-12-3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의 이런 책 이야기 페이퍼(리뷰 포함)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더 반갑네요.^^

(그나저나 니콜 크라우스의 책은 심히 세로가 길어 보이는데 세로가 긴 판형은 책장 넘길 때 상당히 힘을 줘야 하는데... 흠흠... )

하이드 2008-12-3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표지는 양장이라지요. 보기 힘든 건 사실인데, 일단 첫인상은 신선해 보여요.
저도 이런 책이야기 하는거 좋아합니다. ^^
 
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스무장 정도를 읽고 나서 아 이 책은 분명히 잘해봐야 재미만 있겠군.이라고 생각했지만, 모일본미스터리카페에서 진행되는 2008년 미스터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매했건만, 첫인상이란건 의외로 잘 들어맞는 법이어서 이 책을 읽고 나서 풀린 가장 궁금했던 점은 바로 표지의 세탁기 같이 생긴 하얀 박스의 정체일 뿐이다 (스포일러와는 하등 상관없는 내용이니 '앗' 따위는 할 필요 없음)

시급 112,000엔의 아르바이트가 있다. 일주일동안의 실험대상이 되는 것이고, 자는 시간까지 다 포함하여 24시간을 꽉 채워서 시급을 지급한다. 조건에 따른 보너스도 있다. 격리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들은 이 조건에 따라 보너스를 받게 되고, 이 조건이란 사람이 죽어야만 충족되는 조건이다. 가장 큰 줄거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리게 한다.(실제로 그 작품이 언급도 되고, 어설픈 열두개의 인형도 존재한다.) 격리된 공간이란 점에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도 생각난다. 각각의 실험참가자가 받게 되는 무기와 메모에는 홈즈에서 반다인, 요코미조 세이지에 란포까지의 고전 추리소설들이 언급된다. 관찰자가 있다는 점에서 <큐브>라던가 <소우>라던가 하는 영화들도 생각난다. 각각의 인물이 죽고 죽인다는 설정에는 배틀로얄이라는 영화도 떠오른다.  지금까지 언급한 수많은 영화와 책들, 그리고 말하지 않은 작품들 더가 이 작품에 실제로 인용이 되고, 모티브를 따왔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영향 받은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재미있는 것들을 짜집기 해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단, '잘' 짜집기 해 놓아서 알면서도 속아주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550여페이지를 지칠틈 없이 읽었고, 마지막 서른장 정도는 꽤 재미있었으나,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짐작할법하고, 어디서 보거나 읽은 것이고, 후기던가 책소개던가에도 나와 있듯이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거의 제시되지 않고 미스터리로만 이루어지는 기존의 고전 미스터리들을 짜집기 하는 미스터리 소설.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을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교묘하게 끼워 넣었으나, 역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하는 <인사이트 밀>은 한번 덮으면 다시 볼 일 없는 킬링타임용인 소모적인 작품이 아니였나 싶다.  

재미도 의미도 없는 소설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래도 일정 수준의 재미는 보장한다는 점에서 (물론 이것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별 세개는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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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는 초창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때 열광했던 작가 중 하나였다. 가장 크게 뒤통수 맞은 작가이기도 하다. 조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좋아하기로 맘 먹은 작가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확 좋아하거나, 확 싫어하는건 되도, 확 좋아하다가 확 싫어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는 더 힘들고, 그 과정에서 작가나 작품에 폐가 될 정도의 과도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라는건 좀 오버지만, 그 작가가 받아야 할 온당한 평보다 심한 혹평과 악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제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는 그 단계를 지나왔다고. 이제 온다 리쿠에 대해 그 작품이 받아야 할 것보다 더 심한 이야기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만에 하나 온다 리쿠의 작품을 더 읽게 된다면, 미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례로 이번에 나온 <코끼리와 귀울음을>은 내가 초창기에 좋아하던 온다 리쿠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그 작품에는 팬심의 작용도 반작용도 없을 것이다.

<초콜릿 코스모스>는 코스모스 종류란다. 갈색의 조그만 코스모스과라는데, 그닥 호감가는 인상의 꽃은 아니다.
이름만은 달콤하다. 그 이름과 컬러 때문에 초콜릿 케잌에 데코레이션 되거나(안 예쁘다) 부케의 브라운 베이스로 이용되는듯 하다.

무튼, 소녀틱한 이름에 소녀틱한 설정에 소녀틱한 주인공이다.
(이렇게 얘기하니 왠지 소녀에게 미안함)
그럼 이렇게 얘기해보자.

어릴적, 그러니깐 아주 어릴적얘기다. 순정만화를 볼때 가장 인기있던 주인공의 직업은 발레리나, 연극배우, 피겨스케이터, 뭐 이런 직업이었다. 그러니깐, 나는 그 옛날 김영숙의 <갈채> 이런 만화들을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 만화의 카피였을까? 무튼, 그 그림체마저 생생한걸 보면,.. 맙소사 20년전쯤 봤나보다 ) 
 
연극배우가 주인공인 만화는 굳이 이십여년전의 만화를 끌어다붙이지 않아도 <유리가면>이라는 괴만화(만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만화가가 괴만화가) 가 레전드다.

그와 같이 오감을 자극하는 소녀들이 주인공인 연극만화 중에서도 가장 클라이막스 부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그 부분을 글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깐, 온다 리쿠의 <초콜릿 코스모스> 이야기다.

집안이 다 배우인 배우집안의 천재 여배우가 있는데, 연극을 처음 시작하는 초천재가 나타나서 대결구도로 간다.
여기에 재벌 극장주나 또 다른 천재 남자배우가 등장해주면 완벽한데, 이야기는 천재 여배우와 연극 처음 시작하는 천재 여배우 이야기만 나온다. 만화보고 쫄깃해진 심장을 이완시켜주는 감상문, 그저 한순간의 아드레날린 분출로 넘어갈 감상을 섬세하게 글로 풀어 감동점을 찍어주는 온다 리쿠. 

킬링타임과 소비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작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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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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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이 어언...
우리나라에선 꽤나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고 있는데, 작가의 다른 저작도 이 책처럼 픽션과 논픽션이 왔다갔다하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일본 경험, 첫사랑 경험에 대한 책.
이 이야기는 완벽하고, 착하고, 부자인 일본 대학생 남자친구를 사귀다가 도망간 벨기에 여인 이야기이다. 여기서 벨기에 여인은 아멜리 노통브 그녀 자신.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의 이야기에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 힘들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경멸이라던가, 지나친 환상을 덧입힌다던가. 그 양쪽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최근에 본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 이야기는 독일인의 눈으로 본 일본이야기였는데, 도리스 되리의 [사랑후에 남는 것들]이라는 멋진 영화였다. 그러고보면,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도 '후지산'은 너무나 특별하다.

탁까놓고 말해서 영 아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멜리 노통브 책의 미덕을 찾기 위해 꽤나 노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이브때 읽은 책이 막장이라는건 나 자신한테도 안 좋은 일이니깐. 뭐, 그런 익스큐즈.

일본어에 서툰 프랑스말을 하는 벨기에 여자와 프랑스말에 서툰 일본어를 하는 일본인(혹은 재일교포) 남자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서로간에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점진법. 언어에서 문화에서 소통으로. 언어는 가장 사소하다. 완전히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로 나와버린 말보다 그 안에 있는 소리되지 못한 말들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몹시 가벼운 터치로 '소통'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통통 튀는 4차원의 젊은 여자.
산에 중독되어 있고, 일본 문화를 사랑하는 벨기에 여자.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결혼을 증오하는 여자.

딱히 그녀가 보는 일본(인)의 불쌍한 모습에 대신 분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표지가 매우 아름답다. 이 표지가 백만년만에 나를 아멜리 노통브에게로 이끌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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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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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에서 만들고 있는 미야베 월드는 이미 많은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고, 기존의 추리시리즈(밀리언셀러클럽, 블랙캣시리즈, 등)을 제외하고 후발로 나선 시리즈중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 이름을 걸고 가장 자리잡은 시리즈이고, 인상적인 시리즈이이다. 표지의 통일성과 차별성, 일본작가로는 유일하게 이름이 붙는 시리즈, 현대물과 시대물의 적절한 조합은 어쨌든 다 사서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미야베 월드 2막, 두번째 장편이자 시리즈의 서막인 <흔들리는 바위>.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외딴집>이라는 어마무시한 작품으로 시작하여, 역시 미미여사! 두 손, 두 발 다 들게 했다면, 그 후에 나온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괴이>로 호흡을 조절하고, 그 중간에도 미야베월드의 현대물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따끈따끈한 <흔들리는 바위>는 제 3의 눈이라고 할까,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오하쓰라는 처자를 내세우고, 우쿄노스케라는 '햇볕에 내놓은 금붕어처럼 흐리멍덩'해 보이는 총각을 내세워  오손도손 알콩달콩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리즈물이고, 두 남녀탐정이 나오는만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하쓰는 아기때 종이가게 주인이 다리에서 주어왔고, 큰 불이 났을때 가족은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아 분가해서 살던 종이가게 아들 로쿠조(도리초를 담당하는 오캇피키)의 동생으로 로쿠조 부부의 보살핌 아래 자라게 된다. 달거리 이후 제대로 드러난 그녀의 영험함은 오캇피키(마을의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직책) 인 로쿠조를 돕는데 쓰이게 된다. 우쿄노스케는 흐믈흐믈해보이지만, 산학(수학)을 좋아하며, 무가집안으로 호랑이같은 아버지를 지닌, 알고 보면 명석하고 따뜻한 남자다. 앞으로 이 둘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야말로 흥미진진. 

이 작품이 미미여사를 접하는 첫작품인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미야베 미유키를 접해왔던 독자들이라면 열광하며 신간을 집어들었을텐데, 책소개에 의하면 '이전 세 작품 <외딴 집><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괴이>가 에도 시대의 축축한 밤을  그렸다면 <흔들리는 바위>는 활기에 넘치는 에도의 낮을 어느 때보다 경쾌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라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 '속았다!' 경쾌하고 활기 넘치는 에도의 낮, 췟, 에도 시대 이야기로 <샤바케> 정도는 되야 '경쾌'에 가까운 것 아닌가. 이 책은 차라리 헤이안의 <음양사>에 가깝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불안했던 것은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 이야기를 싫어한다. vs. 나는 시대물을 좋아한다. 
어느 쪽일까. 였는데, 반반이다. 뭐랄까, <혼조 후카가와..>나 <괴이>에 나오는 요괴가 시대물에 어울렸다면,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지만, 헐리우드 영화같은 장치들이 깔려 있고, 스토리 또한 낯익은 자극적인 이야기들이다.  

재미는 있지만, 딱히 미야베 미유키의 특징인 따뜻한 '인간에 대한 관찰'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재미있는 이야기는 설령 거짓이라 해도 유포되기 쉬운 법입니다. 거짓은 때로 진실보다 알기 쉽고 아름다운 형태를 갖고 있는 법이지요. 잔혹하기는 하지만 세상의 진리 중 하나입니다." 와 같은 이야기들은 좋았다. 이야기는 일본에서 잘 알려진 '주신구라' 사건( 아사노라는 번주가 기라를 베려고 했다가 실패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고, 아사노는 할복을 명령받고, 기라는 벌을 받지 않자 아사노의 아코 무사들이 주군을 위해 복수를 위해 모여 결국 남은 마흔 일곱명이 기라 저택에 난입하여 압승을 거두어 복수에 성공하고, 순순히 막부에 붙잡혀 전원 할복을명받았다. 는 이야기) 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와 연결되어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라는 작품도 떠올랐다. 아마 두 책을 모두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 떠올렸을듯. 

잔재미와 그런저런 잔(?)주제들은 여전히 마음에 와 닿았지만, 강력하게 와닿는 '한가지' 가 없고,  제법 개성 강한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캐릭터는 아마 이 작품이 시리즈의 첫작품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닥 마음에 남지 않았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럭저럭 볼만은 했다.
미야베월드의 <외딴집>의 포스가 강하다보니, 그 이후에 나오는 시대물들은 좀 약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뱀발 : 표지에 남자 엉덩이 보인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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