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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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에서 만들고 있는 미야베 월드는 이미 많은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고, 기존의 추리시리즈(밀리언셀러클럽, 블랙캣시리즈, 등)을 제외하고 후발로 나선 시리즈중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 이름을 걸고 가장 자리잡은 시리즈이고, 인상적인 시리즈이이다. 표지의 통일성과 차별성, 일본작가로는 유일하게 이름이 붙는 시리즈, 현대물과 시대물의 적절한 조합은 어쨌든 다 사서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미야베 월드 2막, 두번째 장편이자 시리즈의 서막인 <흔들리는 바위>.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외딴집>이라는 어마무시한 작품으로 시작하여, 역시 미미여사! 두 손, 두 발 다 들게 했다면, 그 후에 나온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괴이>로 호흡을 조절하고, 그 중간에도 미야베월드의 현대물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따끈따끈한 <흔들리는 바위>는 제 3의 눈이라고 할까,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오하쓰라는 처자를 내세우고, 우쿄노스케라는 '햇볕에 내놓은 금붕어처럼 흐리멍덩'해 보이는 총각을 내세워  오손도손 알콩달콩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리즈물이고, 두 남녀탐정이 나오는만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하쓰는 아기때 종이가게 주인이 다리에서 주어왔고, 큰 불이 났을때 가족은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아 분가해서 살던 종이가게 아들 로쿠조(도리초를 담당하는 오캇피키)의 동생으로 로쿠조 부부의 보살핌 아래 자라게 된다. 달거리 이후 제대로 드러난 그녀의 영험함은 오캇피키(마을의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직책) 인 로쿠조를 돕는데 쓰이게 된다. 우쿄노스케는 흐믈흐믈해보이지만, 산학(수학)을 좋아하며, 무가집안으로 호랑이같은 아버지를 지닌, 알고 보면 명석하고 따뜻한 남자다. 앞으로 이 둘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야말로 흥미진진. 

이 작품이 미미여사를 접하는 첫작품인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미야베 미유키를 접해왔던 독자들이라면 열광하며 신간을 집어들었을텐데, 책소개에 의하면 '이전 세 작품 <외딴 집><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괴이>가 에도 시대의 축축한 밤을  그렸다면 <흔들리는 바위>는 활기에 넘치는 에도의 낮을 어느 때보다 경쾌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라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 '속았다!' 경쾌하고 활기 넘치는 에도의 낮, 췟, 에도 시대 이야기로 <샤바케> 정도는 되야 '경쾌'에 가까운 것 아닌가. 이 책은 차라리 헤이안의 <음양사>에 가깝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불안했던 것은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 이야기를 싫어한다. vs. 나는 시대물을 좋아한다. 
어느 쪽일까. 였는데, 반반이다. 뭐랄까, <혼조 후카가와..>나 <괴이>에 나오는 요괴가 시대물에 어울렸다면,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지만, 헐리우드 영화같은 장치들이 깔려 있고, 스토리 또한 낯익은 자극적인 이야기들이다.  

재미는 있지만, 딱히 미야베 미유키의 특징인 따뜻한 '인간에 대한 관찰'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재미있는 이야기는 설령 거짓이라 해도 유포되기 쉬운 법입니다. 거짓은 때로 진실보다 알기 쉽고 아름다운 형태를 갖고 있는 법이지요. 잔혹하기는 하지만 세상의 진리 중 하나입니다." 와 같은 이야기들은 좋았다. 이야기는 일본에서 잘 알려진 '주신구라' 사건( 아사노라는 번주가 기라를 베려고 했다가 실패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고, 아사노는 할복을 명령받고, 기라는 벌을 받지 않자 아사노의 아코 무사들이 주군을 위해 복수를 위해 모여 결국 남은 마흔 일곱명이 기라 저택에 난입하여 압승을 거두어 복수에 성공하고, 순순히 막부에 붙잡혀 전원 할복을명받았다. 는 이야기) 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와 연결되어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라는 작품도 떠올랐다. 아마 두 책을 모두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 떠올렸을듯. 

잔재미와 그런저런 잔(?)주제들은 여전히 마음에 와 닿았지만, 강력하게 와닿는 '한가지' 가 없고,  제법 개성 강한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캐릭터는 아마 이 작품이 시리즈의 첫작품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닥 마음에 남지 않았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럭저럭 볼만은 했다.
미야베월드의 <외딴집>의 포스가 강하다보니, 그 이후에 나오는 시대물들은 좀 약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뱀발 : 표지에 남자 엉덩이 보인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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