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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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이 어언...
우리나라에선 꽤나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고 있는데, 작가의 다른 저작도 이 책처럼 픽션과 논픽션이 왔다갔다하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일본 경험, 첫사랑 경험에 대한 책.
이 이야기는 완벽하고, 착하고, 부자인 일본 대학생 남자친구를 사귀다가 도망간 벨기에 여인 이야기이다. 여기서 벨기에 여인은 아멜리 노통브 그녀 자신.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의 이야기에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 힘들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경멸이라던가, 지나친 환상을 덧입힌다던가. 그 양쪽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최근에 본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 이야기는 독일인의 눈으로 본 일본이야기였는데, 도리스 되리의 [사랑후에 남는 것들]이라는 멋진 영화였다. 그러고보면,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도 '후지산'은 너무나 특별하다.

탁까놓고 말해서 영 아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멜리 노통브 책의 미덕을 찾기 위해 꽤나 노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이브때 읽은 책이 막장이라는건 나 자신한테도 안 좋은 일이니깐. 뭐, 그런 익스큐즈.

일본어에 서툰 프랑스말을 하는 벨기에 여자와 프랑스말에 서툰 일본어를 하는 일본인(혹은 재일교포) 남자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서로간에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점진법. 언어에서 문화에서 소통으로. 언어는 가장 사소하다. 완전히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로 나와버린 말보다 그 안에 있는 소리되지 못한 말들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몹시 가벼운 터치로 '소통'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통통 튀는 4차원의 젊은 여자.
산에 중독되어 있고, 일본 문화를 사랑하는 벨기에 여자.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결혼을 증오하는 여자.

딱히 그녀가 보는 일본(인)의 불쌍한 모습에 대신 분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표지가 매우 아름답다. 이 표지가 백만년만에 나를 아멜리 노통브에게로 이끌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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