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Last Night>을 읽고, <위대한 한 스푼Life is Meals>를 뒤적이는 중이다.
<어젯밤>의 뒷면에는 '제임스 설터는 독서의 강렬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에게 특히 어울리는 작가다.' 라는 수전 손택의 글이 인용되어 있고, 사실 난 '이 책에 쏟아진 찬사' 같은건, 특히 잡지나 신문의 이름으로 나오는 찬사 같은거는 귓등으로 흘리는 편이라, 몇 가지 심드렁하게 옮겨 보면 이렇다.
'설터는 플래너리 오코너, 폴 바울즈, 테네시 윌리엄즈, 존 치버가 이른, 작가로서 드문 경지에 이른 작가다.' - 워싱턴 포스트 북월드
'<어젯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욕망하고 열망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길 책이다. 원숙한 이 열 편의 이야기는 어둡고 섹시하다. 표제작 <어젯밤>은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견줄 만한 잊을 수 없는 걸작이며, 이 시대 문단 최고의 단편으로 자리한다.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제임스 설터는 단연, 미국 최고의 작가다' - 블룸스베리 리뷰-
'소설을 찾아 읽는 독자들에게 제임스 설터가 생존한 미국 작가 중 영어를 가장 잘 쓰는 작가라는 사실은 일종의 신념과도 같다. -리처드 포드 -
체호프 이야기는 좀 부끄럽지만, 생존하는 미국 작가중 영어를 잘 쓰는 좋은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라는 건 알겠다.
열개의 단편을 읽고 난 느낌은 글쎄.
미국적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성적인 텐스가 가득하며, 압축된 글이다. 라는 정도의 느낌이다.
역자의 말에 나오는 설터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다.
'번역이 곤란할 정도로 문장은 압축되었고 비유는 정밀했다 그가 쓰는 단어마다 특유의 표면장력 같은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체리' 라고 하는 것과 설터가 '체리'라고 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라거나
로버트 레드포드가 이야기했다는
"그때 설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나뭇잎을 들어 올려 햇빛에 비추어 보면 잎맥이 보이는데, 그는 다른 건 다 버리고 그 잎맥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오... 체리! 오... 로버트 레드포드.. 잎맥 같은 글!
이렇게 압축되고, 정밀한 단편을 쓰는 작가의 글을 번역본으로 보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그렇다고 원서를 찾아봐야지. 하는 정도의 대단한 매력을 느낀건 아니지만, 꽤 궁금해진 것도 사실.
<어젯밤> 외에 부인인 케이 설터와 함께 쓴 <위대한 한 스푼 Life is Meals>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365일 미각일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매일의 날짜와 그 날, 그 날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음식에 관련된 유명인들(왕이라던가, 작가라던가, 예술가라던가, 장군이라던가) 의 에피소드가 나와 있기도 하고, 레시피가 나와 있기도 하고. 그 날 먹었던 음식의 레시피들이 있고, 그 날 함께 했던 식사 시간의 게스트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한번에 주르륵 읽어내는 책이 아니라, 생각 날 때마다 뒤적이고 있는데, 여튼, 잡다구리한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어젯밤>의 그 작가가 쓴 글이라고는 별로 생각되지 않지만. ^^;
<어젯밤>과 함께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가벼운 나날들 Light Years>정도가 번역되어 나온다면, 더 읽어보고 싶다.
<어젯밤>의 표지는 Duncan Hannah의 그림인데, 제임스 설터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어젯밤>의 표지로 쓰인 그림은 Catherine Spaak 모델이다. (이분은 원래 배우고, 음반도 내고 뭐 그런듯)

어린아이의 얼굴과 팜므파탈의 얼굴, 백치미와 지성이 공존하는듯한 묘하게 매력있는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