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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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예견 어쩌구로 마케팅 엄청 하길래, 한 번 사봤더니, 글쎄.. ‘우한’ 말고는 접점이 없다고.

여튼, 나는 바이러스가 퍼져서 세계 대위기!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어서, 초반에 나오는 으시시한 분위기에, 공포소설인가 싶어 그제야 리뷰들을 찾아봤다. 책 속의 티나처럼 나도 처음에는 폴터가이스트 현상들을 공포로 읽었지만, 시간 지날수록, 주인공에 이입해서 힘 내!. 하게 되었다.

딘 쿤츠의 초기작이라고 하는데, 단숨에 읽을만큼 재미 있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여성 캐릭터 묘사였고, 티나와 엘리엇의 티키타카도 다른 어떤 로맨스보다 재미있었다.

아들이 죽고 슬퍼하는 엄마이자 성공한 제작자인 티나는 물론이고, 잠깐 등장하는 비비안의 캐릭터도 남자 작가가 이런 캐릭터를 쓴 것이 좀 믿기지 않다가, 주변에 딱 티나 같고, 비비안 같은 사람이 있었을거라 결론.

이런 묘사들

다른 아이를 대니로 착각하며, 혹시 대니가 살아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자
“그녀는 이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제껏 스스로를 강인하고 유능하고 침착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인생에 무슨 일이 생기든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대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마음이 그저 착잡했다.”

티나의 전남편 마이클은 잘생긴 개쪼다고, 그에 맞는 비중과 앤딩을 가지고 있다.

라스베가스 쇼 댄서로 자부심을 가지고 성공적이었던 티나는 스물여덟 번째 생일이 되었을 때 현실을 깨닫는다. 운이 좋아도 쇼 댄서로는 기껏해야 10년밖에 남지 않았고, 서른여덟에 허무하게 일을 빼앗기지 않으리라 결심 후, 다른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일, 안무가를 시작한다. 싸구려 호텔 라운지에서 공연하는 짧은 뮤지컬 안무가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다 라스베가스의 큰 손인 조엘을 만나 천만달러 예산의 큰 쇼를 제작하게 된다. 대니가 죽고, 그녀는 일에 더 몰두하게 되고, 쇼는 대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티나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스스로의 강인함과 회복 능력을 언제나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묘사들이 꾸준히 나온다. 사실,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과는 별개로 좀 멋대로지만, 나는 장르소설의 멋대로 설정에 너그럽기에 멋진 여주인공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초반에 잠깐 나오는 청소부, 76세, 비비안에 대한 묘사도 좋다.
대니의 방에 지독한 장난같은 일이 벌어져있는 걸 본 티나는 그녀 외에 집에 들어온 사람이 비비안밖에 없음을 알지만, 비비안이 “이런 말을 칠판에 썼을 리가 없다. 그녀는 상냥한 할머니였다. 혈기가 왕성하고 독립심이 강했지만 이런 잔인한 장난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고 티나가 말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비비안은 정말 용감하고, 독립적이지!

놀란 마음을 달래려 버번을 마시고,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와인을 마시는 그런 장면들이 두 세 번 나오고, “술을 너무 마시고 있다. 어젯밤에는 버번, 오늘은 와인이라니. 이제껏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술을 마신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술을 제일 먼저 찾았다. ‘매직!’초연을 끝내고 나면 술을 줄일 것이다.” 라는 말을 같이 하고 있는 것도 좋았다.

비비안으로 말하자면, 니켈 더처스다. 라스베거스에서 가장 싼 슬롯머신만 하며, 다른 어떤 큰 손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버티는 노인들을 니켈 더처스라고 하는데,

“니켈 더처스들은 대부분 남편과 사별했거나 독신이라 종종 모여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누군가가 아주 가끔 커다란 잭팟을 터뜨리기라도 하면 서로 축하해주었다. 모임 중 누군가가 죽으면 일제히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기묘하지만 단단한 공동체를 형성했고, 함께 모였다는 소속감은 만족스러웠다. 젊음을 숭배하는 나라 미국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어울릴 만한 공간을 찾고픈 마음이 간절하게 마련이다. 많은 노인이 결국 그러지 못하지만, 니켈 더처스들은 찾아냈다.”

비비언 딸이 계속 같이 살자고 하지만, 딸이 사는 동네인 새크라멘토에 몇 번 가보고,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동네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무슨 일이 생기고 시끄럽고 불빛과 흥분이 가득한 라스베이거스를 떠나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세크라멘토에 살면 더는 니켈 더처스가 될 수 없었다. 더 이상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 그저 다른 할머니들과 똑같이, 딸네 식구와 살면서 할머니 놀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고 죽을 때를 기다리겠지. 그런 삶을 어떻게 참고 살라는 말이야.”

그러고보면, 남자 주인공인 엘리엇은 티나와의 티키타카 외에는 그냥 딱 필요한 장면에 딱 필요한 능력으로 등장하는 한편, 조연인 비비안에 대한 묘사가 더 깊다.

비비언이 대니의 방에서 폴터 가이스트 현상을 겪은 에피소드의 결말은 너무 유쾌했지!

티나는 악몽을 꿔도, 집이 폭파되어도, 무서워하다가도 저 개새끼를 죽여야 해. 저 삽으로 때려죽일 거야. 남자를 몽둥이로 패야겠다. 고 생각하고, 내 앞에 있으면 눈알을 파버릴거야. 막 이런다.

그런 티나에게 전남편 마이클은 티나가 일을 계속 하려한다는 이유로 티나를 만난 십여년간 계속 발전하는 티나 옆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은채 티나에게 “여전히 남자 자존심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년이야.” 라고 말한다.

티나는 이전에는 사랑했지만, 이제 굿바이. 미움도 아무 감정도 전혀 없다며 마이클을 떠난다.

티나와 엘리엇의 티키타카
++
엘리엇이 두 번째 잔을 헹구어 건조대에 놓는 모습을 보고 티나가 말했다.
“집안일을 아주 잘하시네요.”
“하지만 전 창문까지 닦지는 않습니다.”
“전 가정적인 남자가 보기 좋더라고요.”
“그럼 제가 요리하는 걸 보셔야겠군요.”
“요리도 하세요?”
“무척 잘합니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뭐예요?”
“전 다 잘합니다.”
“와, 요리 쪽에도 자신감이 대단하시구나.”
“훌륭한 요리사란 본인의 요리 솜씨에 극단적인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법이죠. 주방에서 제대로 일하려면 자기 재능을 평가할 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합니다.”
“당신 요리를 제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요?”
“그러면 제 몫에 더해 당신 몫까지 제가 다 먹을 겁니다.”
“그럼 전 뭘 먹고요?”
“제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겁니다.”

.
.

“대단한 로펌을 세운 일을 이야기할 때는 상당히 겸손하시면서, 요리에는 아주 자부심이 넘치시잖아요.”
엘리엇이 웃었다.
“제 변호 솜씨보다 요리 솜씨가 더 좋기 때문이죠. 자, 제가 정장을 갈아입고 오는 동안 칵테일을 좀 만들어주시면 어떨까요? 5분 뒤에 돌아오겠습니다. 진정한 요리 천재가 작업하는 모습을 곧 보게 되실 겁니다.”
“작업이 잘 안 되면 우리는 언제든 차를 타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러 갈 수도 있겠죠.”
“왜 이렇게 절 괴롭히시죠?”
“웬만한 요리는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맛있기 힘들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후회를 곱씹게 될 테니.”

소설, 뭐 있냐. 술술 읽히고, 등장인물들 캐릭터 좋고, 해피앤딩이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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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 디지털 시대,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존 카우치.제이슨 타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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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인지 모르고, 제목만 보고 사서 이제 읽었는데, 저자가 애플 교육담당 부사장이었다. 

디지털이 아이들에게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고, 최근에 소셜딜레마에서 

소셜미디어 그룹 고위층들은 아이들에게 소셜미디어 제한한다는 내용도 봤어서 좀 찜찜하게 읽기 시작했다. 


교육에 뜻을 둔 저자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고,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반신격화? 느낌이 강해서 교육서적으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궁극적인건 교사와 학생의 1:1 수업이라고 하는 (교사가 아닌) 비전문가의 이야기인데, 그게 참.. 싶은거지. 그래서 그 간격을 '기술'로 메꿔라. 라는 결론. 사람들은, 국가는 교사에게 전문가가 아니라 신이 되길 바란다는 그런 현실파악은 좋았다. 


애매한 포지션으로 읽긴 했지만, 컴퓨터 회사에서 컴퓨터로 어떻게 교육 잘 시키는지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책이었다.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모든 사람은 다르다. 신체만이 아니라 학습 방식과 속도에서도 그렇다. 또 사물을 보고 정의하는 방식도 다르다. 물론 사전이 일반적인 정의를 제시해줄 수는 있지만 제가각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예를 들어 '성공'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독자들은 이 말을 경제적 성공과 동일시할지 모르지만, 나는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게 어떤 사람이 특정한 분야에서 갖는 영향력과 동일시할 수 있다. -64- 


"교육이란 들통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일이다."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에릭슨이 전문과의 성과에 관한 연구에서 내린 결론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타고난 재능이라고 말하는 건 사실 연습의 결과다. 이 말이 너무 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함정은 습관적 연습 regular practice이 아니라 의식적 연습deliberate practice 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의식적 연습은 '반복과 주입'이나 암기 훈련 같은 게 아니다. 이들의 유용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필요한 건 현재 수준을 넘어서기 위한 반복된 시도라고 에릭슨은 말한다. 이런 시도에서 실패할 때마다 무언가를 배우고 난이도가 매번 높아진다. 비디오게임에서 한 레벨을 통과하면 캐릭터가 더 강화되는 것처럼 말이다. - 89


학습에 관한 한 실수는 처벌받을 만한 잘못이 아니라 귀중한 피드백이자 기회로 여겨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는 초기에 실수가 나오지 않으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신이 교육에서도 일반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와 교실에서 직접 해보는 학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는 조직, 재정, 통솔력 등과 관련한 많은 이유가 있지만, 주된 이유는 학생들이 산을 오르도록 돕는 데 쓰이는 산꼭대기형 공간, 말하자면 메이커 공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기회 등이 없기 때문이다. - 128- 


이런 이야기들은 개발자 마인드 같고, 좋아하는 이야기. 실수는 귀중한 피드백이자 기회. 


"미래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것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 윌리엄 깁슨


애플은 컴퓨터와 핸드폰과 태블릿 등을 파는 회사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패드와 아이북의 매출이 훅 뛰었다고 하고, 주변에는 아홉살, 열살 아이들이 최신형 아이패드를 들고 공부를 하고 있다. 애플사람이 이런 책 쓰면 당연히 위화감 들지!


사회 전체가 근본적으로 중요하거나 기초가 되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고, 따라서 졸업 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교과목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항상 수학, 과학, 읽기다. 이 세 교과 아래에는 두 번째 단계의 교과들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흔히 '필수'이지만 세 교과보다 훨씬 덜 강조된다. 역사, 사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아래 단계에는 어느 한때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덜 강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택 과목으로 격하되기도 하는 교과들이 있다. 여기에는 물리, 미술, 음악이 포함된다. 현재 컴퓨터공학, 기술, 코딩은 대부분 이 맨 아래 단계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 214


가장 노련하고 재능 있는 교사도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허우적거린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결함과 문제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적절한 학습 활동을 찾아 준비하고 배치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교육자들은 마지못해 효과보다는 테일러적인 효율에 의지해, 존재하지도 않는 평균의 학생을 위해 가르칠 수밖에 없다. 이는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 있는 학생들, 다시 말해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뿐 아니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또한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 - 229- 


오늘날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치려면 전문지식이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마우스로 클릭하거나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문지르기만 해도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오늘날에 딱 적용되는 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는 콘텐츠 전문가인 교사보다는 맥락context  전문가인 교사가 더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맥락 속으로 확실히 들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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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20-11-03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앞으로 당연히 생각해야 할 문제라 여겼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빨리 변화하는 느낌이에요 국가에서 굉장히 중요한 교육제도가 어떻게 변해갈지 두려움반 설렘반이네요

하이드 2020-11-03 18:09   좋아요 0 | URL
네, 안 그래도 변화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변화가 급격해졌어요. 어른의 일도, 아이의 공부도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기를, 그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지요.

모든것이좋아 2020-11-03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기성세대는 잘 모르는 것 같고 아이들이 개척하리라 믿기엔 불안한 현실이네요.

하이드 2020-11-03 18:10   좋아요 0 | URL
이 책에도 반복해서 나와요. 교사가 아이들보다 더 기술적으로 모른다는 거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가르치는 한계 같은 걸텐데, 생각해볼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조선인 2020-11-0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해보는 학습이 점점 줄어든다는 건 진짜 공감해요. 편의성, 비용, 윤리, 안전 등 다양한 이유로 실습 교육이 줄어들고 있는데저 다닐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실습 수업이 적다는 데 분개하고 있어요. 특히 안전사고 문제로 과학 실험이 줄어도 너무 줄어서 따로 과학반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실험실습이 거의 없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해부학 실습도 윤리상의 문제로 더 이상 안 한다는데 해부학 실습을 좋아했던 저로선 너무 아쉬운 대목이에요.

하이드 2020-11-04 17:12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나오는 프로젝트 수업들 정말 부럽더라구요. 지금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꼭 실습수업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데, 올해는 이래저래 많이 힘들고, 많은 도전이 필요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 건 아닌데, 이 책은 정말이지 취향 저격이다.

첫 단편인 ‘11분의 1‘을 읽고

˝혜정 씨, 보고 싶을 거예요. 저는 원래 사람을 안 좋아하는데, 열한 명 중의 한 명 정도만 좋아하는데, 혜정 씨는 그 한 명 쪽이에요. 혜정 씨를 좋아해요. 좋아했어요. 함께 점심을 먹을 때가 하루 중 제일 나은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가끔씩 정세랑 너무너무 좋다. 고 소감 남겼는데, 모든 단편이 다 좋다. 표제작인 ‘목소리를 드릴게요‘만 보통으로 좋고, 나머지는 다 너무 좋다.

거대지렁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진짜 좋아서 계속 곱씹고 다녔는데, 마지막의 ‘메달리스트의 좀비시대‘ 좀비 이야기라니! 나의 ‘좀비떼가 나타나면- ‘ 병을 재발 시키는 훌륭한 단편이었다.

정세랑 작가가 ‘극단적 환경주의자‘라서 너무 좋고,
작가의 말에 이 책이 2020년 1월에 나와서 어울린다고 했는데, 불과 몇 달 후, 이 책이 정말 이 시대에 걸맞는 책이 되어버릴 줄 몰랐겠지.

책을 읽는 동안 거대지렁이와 블루필과 좀비떼가 나타난 후 리셋 되어 7교시 수업을 들으며 과거 21세기의 야만을 돌아보는 정세랑 유니버스에 푹 빠졌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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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1천 권의 힘 - 영어 실력부터 공부 자신감까지 한 번에 끌어올리는
강은미 지음 / 유노라이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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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목에 약하다. 1만 권 독서법, 영어책 1천 권의 힘. 

영어책 읽기가 가장 좋은 영어를 익히는 방법이라는 건 (영어가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마찬가지) 잘 알고 있고, 

영어책 읽기가 영어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책과 글과 영상만 지겹도록 (안 지겨움) 보고 있는데, 막상 원서 읽기 맘 잡고 시작을 못 하고 있는데, 어제 마이클 코넬리 '배심원단'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이런 책이라면, 원서로도 단숨에 읽을 수 있겠어. 하고, 오늘부터 영어책 읽기 1일. 


배심원단 바로 전에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영어책 1천 권의 힘' 이다. 어쩌다보니, 엄마표 영어책들을 많이 읽게 되는데, 영어책 읽기에 가장 진심이어서겠지. 아이들이 영어를 익히게 되는건, 보기에도 너무 신기하고, 어른들은 책보다는 시험에 더 집중하게 되니깐, 책 읽기에 가장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초등학교때라서 그런 것 같다. 


영어책 읽기 책들 많이 읽었는데. 공통적으로 영어책 읽기가 짱이다. 영어책 읽기가 만능해결사, 아멘! 의 어조다. 맞는 말이긴 하다. 영어책 읽기, 책 읽기의 효용에 대해 스터디 코드의 영상을 봤는데,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 안 하고 책만 읽어도 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짚어주는데, 독해력 때문이다. 모든 과목에 해당되는 독해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독서' 밖에 없고, 독서가 하루 아침에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기에. 1차이해(독해)와 2차이해(개념)가 있는데, 고등학교 이후 1차 이해도 안 되어서 개념 잡기로 넘어갈 수가 없다고. 독해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공부꾼 중의 꾼인 스터디코드에서도 그러더라. 


엄마표 영어책 읽기의 엄마들은 영어를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데, 아이들 시키면서, 아이들 달라지는 모습 보고, 아이들에게 본보기 되어주고, 함께 가는 동료 되어주려고, 혹은 코칭 해주면서 영어실력이 같이 늘게 되더라. 


저자는 미국으로 건너가 도서관 정복 프로젝트로 도서관의 책들을 죽어라 읽히고, 읽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6개월만에 대통령상도 받고, 성적면에서 굉장히 월등한 성과를 보여준다. 절실함이 느껴지는데, 도서관이 있어 가능했던, 도서관 찬양파이기도 하다.  


"도서관  마당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서 책을 읽다가 지치거나 배가 고프면 언제라도 마당으로 나가 준비해 간 간식과 도시락을 먹으며 쉴 수 있었다. 도서관은 우리 가족에게는 거대한 금광과 같았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금 한 덩이를 캐는 심정이었다. 아이들은 책과 함께 꿈을 먹으며 자라고 있었다." 


절실함과 묵직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금 한덩이 같은 책 한 권들. 금 천 덩이! 


어떻게 코칭했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부록에 실전 매뉴얼도 유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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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좋다 좋다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이 책은 정말 좋았다. 6개의 글이 있는데, 각각의 주제와 이야기들이 평소 관심 있는 돌봄, 노년에 대한 생각의 틀을 깨고 더 크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희경의 글이 3개, 이 책을 엮은 메이, 이지은, 김영옥의 글이 있는데, 메이는 질병학자로 ‘아픈몸을 살다‘를 번역 소개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책은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로 시작한다.

기억해 몸의 고통과 거리 위의 고통은
같지 않지만 흐려지는 경계로부터
당신은 배울 수 있지 오 명확한 경계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당신 흐려지는 경계를 바라보라

- 에이드리언 리치, #29 < Contradictions :Tracking Poems>

질병, 노년, 치매, 돌봄 등을 ‘몸‘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지금 당장도, 앞으로도, 과거에도.

˝ 돌보지 않겠다 (그게 자신을 돌보는 길이기 때문에)는 각성한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를 살고 있다. 그 목소리가 모든 돌봄을 여성에게 미뤄두고 나 몰라라 하는 이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유일한 정치적 대안이 아닐지 공감하고 기대를 걸어본다.

그러면서도 이런 때, 계속 살리는 일에 관해 말하고자 했다. ˝

젊고 아픈 몸, 늙어가는/늙은 몸으로 사는 것, 치매 등과 그것을 관통하는 ‘돌보고 돌봄을 받기‘는 왜 덜 중요하거나 사소하거나 사적인 ‘가정의/가족의/여성의‘ 일로 치부되는지.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을 경우엔 왜 ‘국가책임‘의 일로 떠념겨지는지에 대해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돌봄위기‘가 정책적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지 거의 이십여 년이 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고 일종의 공통감각 하에 해법을 찾아나가는 일은 요원하다. 막연한 불안이나 두려움 외에 어떤 각성이나 이해를 촉진시켰는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답변이다.

서울신문에서 기획,연재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2018) 과 한겨례 창간기획으로 연재된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2019) 는 공식 언론에서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례인데, 서울 신문 기획은 책으로 나와 읽어보았고, 끔찍하다, 큰일났다는 후기만 남기고 넘어갔던 것 같다.

전희경의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 받기‘ 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내가 만약 거동이 힘들어져 누군가에게 전적인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누구로부터,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을까? 용변 처리 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 부탁할 것인가?˝

나 역시 생각해 보았던 이야기이다. 내 부모의 경우와 내 경우 모두. 두 경우 다 요양원이나 전문 간병인외에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가족을 간병, 돌봄노동을 할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얘기 해두었다. 내 경우에만 해당되는 옵션 하나 더는 존엄사이다. 인지가 없는 경우.

이 책에서 몸에 대해, 질병과 노년, 장애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는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면, 나는 거기까지인 것 같다.

어떤 로맨스 소설에서 엄청 부자인 남자 주인공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못 쓴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신청했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는 이야기가 나온 적 있다. 다리를 못쓴다는 이유로 안락사까지? 남주는 평소 활동적이고 아웃도어 스포츠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사람이다. 사고를 당해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자신의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고, 안락사를 선택하게 된다. 책 읽을 당시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내 경우에 책을 못 읽고, 못 듣게 된다면, 너무 괴롭고, 살기 힘들 것 같다.

치매에 대해서는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면, 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열어두었다. 치매라도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들이 있고,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좋은 치매환자?가 되기 위해 종이접기를 배우는 .. 그런 사람도 있고.

˝돌봄은 가족에게는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에노 치즈코의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이 비혼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이상향의 노년과 죽음이다.

˝지금까지 돌봄을 ‘가족‘에게,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게 전가해온 한국사회의 부정의한 구조 안에서, 돌봄은 기꺼움보다는 고역이었으며, 새로운 관계성보다는 희생과 독박, 학대나 방치에 더 가까이 있었다.˝

‘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 국가 책임이다. 라고 하기에는 국가에 요구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문제.

˝우리에겐 ‘가족 같은 관계‘라는 비유를 넘어서 신뢰와 돌봄이 오가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양식이 필요하다˝ 고 이야기하고 있고, 친구, 지인, 이웃이 호명된다.

‘나는 누구에게 돌봄을 받고 싶은가?‘ 로 시작한 이야기는 ‘나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 로 끝난다. 독박 육아를 하는 워킹맘이 말하기를 아이 하나를 돌보는데는 어른 다섯이 필요하다. 그 정도가 되어야 아이 하나를 돌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육아를 해본 적은 없지만, 공감 가는 이야기여서 담아두었다.

노년의 돌봄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섯 팀이 파티를 이루고, 서로 돌봄.

노년과 돌봄, 질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유는 ‘몸‘에 대한 것이다. 우리 누구나 ‘몸‘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몸을 잊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건강은 지극히 일시적인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우리는 ‘몸‘ 을 좀 더 의식하고, ‘몸‘의 모든 상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몸‘을 도구로만 생각하고, 쓸모를 생각하지 않고, ‘몸‘을 인격으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몸을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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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11-11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