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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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이 책을 읽고 목차랑 맨 뒤에 후기만 읽으면 된다고 하지만, 하루키의 에세이며 소설을 그럭저럭 빠트리지 않고 읽어온 나로서는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 또 읽어도 또 좋았다. 말대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모아서 읽으니 의미 있고 괜찮았다. 가장 꾸준히 오래 읽은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 좋아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기에는 꺼려지는 뭔가가 있기도 하다. 하루키가 잘 팔리는 대중작가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십대때부터 읽어온 하루키를 낼 모레 사십대인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작가라고 하기에 내 십대가 부끄러운 것일까.

 

지금에 와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그 작가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거다. 남들 다 말하듯이 에세이가 더 좋아요, 소설보다. 라고 말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여자 없는 남자들> 부터는 정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소설들도 다시 읽으면 다른 기분이 들까 싶을 정도다. 작가도 나이 들고, 나도 나이 들어서 어느 순간 튠이 맞기 시작한 것일까 싶기도 하고.

 

이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들에 비해 드라이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의 냉정한 글들이 많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고, 내 직업이 소설가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 직업에 대비해볼만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문학상에 대해서' 라는 챕터를 읽을 즈음에 한강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이 있었어서 작가와 작품의 훌륭함과 별개로 기사의 과장과 가벼움에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터라 더 와닿았고, 하루키가 자신의 성공딱지를 다 떼고, 미국에서 도전하여 성공한 이야기도 하루키의 대단함을 다시 보게 만들어주었다.

 

버티기,즐기기, 피지컬 관리하기,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등의 이야기는 직업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와닿을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고 바로 쓰는 리뷰가 아니라 다시 뒤적이며 리뷰를 쓰고 있는데, 다시 읽어도 그 자리에서 몇 장은 넘길만큼 술술 읽히는 글들. 하루키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소설이고 에세이고 부지런히 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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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탱이 2016-06-02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후기에요 넘 잘봤습니다^^

하이드 2016-06-02 13: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푸른희망 2016-06-0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여자없는 남자들이 정말 좋았어요.. 이제 맞아가는구나 하는 기분도 들엇고..

하이드 2016-06-02 13:55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뭔가 자기 나이대의 남자 주인공이 화자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작가도, 독자도 같이 나이 들며 세상의 경험을 쌓아가는구나 싶었어요.

blanca 2016-06-02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정말 잘 늙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든 책이었어요. 삶이나 자기 몸을 관리하는 자세가 참 진지하고 배울 부분이 많더라고요. 잘 읽고 갑니다...

하이드 2016-06-02 13:56   좋아요 1 | URL
각각의 스타일이 있지만, 정말 하루키는 시간이 지나고도 오리지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나왔을 때는 이런건 나도 쓰겠다. 라는 말 들으며 시작했는데, 몇십년이 지나도록 하루키같이 쓰는 사람은 안 나오죠. 자기관리의 부분, 멘탈과 피지컬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6-0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리뷰네요^^ 저도 어제 오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