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열화당의 책은 참 예쁘다.
특히나 열화당에서 만드는 존 버거의 책들은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포토카피'
'우리시대의 화가' 에 이어
이 책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중에서 가장 껍데기가 예쁜 책중 하나이다.
펼치면 요렇게 된다.
영국판 원서의 표지와 같은데,
영국판도 이렇게 뒤와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
맘에 드는건 종이질이다.
계속 만져서, 때타게 하고 싶고, 조금 찢어져도 신경 안 쓰이는 ( 알라딘에서 배송될때는 깨끗했다. ^^;)
그런 종이다. (라는게 어디있냐!고 한다면, 존 버거의 이 책은 내게 그렇단 말이다)
항상 보던 장 모로의 그 지적이고, 로맨틱하며, 카리스마 있는 흑백사진 아니고, 초상화다. 자화상이다.
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책껍질도 단단하다.
15,000원이란 책값에 걸맞는 표지다.
내용은? 각자 판단에 맞긴다.
난 뭐랄까, 존 버거의 책 앞에선 '열광' 보다는 '경외' 와 차분히 가라앉음을 느낀다.
읽는동안 접힌 모서리들.
이건 아마도 '아래쪽' 윗쪽에도 비슷하게 접혔다.
근데, 이 책 책끈이 없다. 워낙에 책날개를 끼워서 표시하긴 하지만
가격이 15,000원이면 책 끈 안 넣는 이유 있는걸까?
접힌 부분 중 한 곳을 임의로 펼쳐본다.
'내가 옆에 눕자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내게 등을 돌렸다. 침대에서 등을 돌리는 데에는 백 가지 방법이 있다. 대부분은 유혹하는 것이고, 일부는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없이 거절을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그녀의 어깨뼈는 갑옷이 되었다.' 129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