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약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컬럼비아 대학 바너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런던 대학에서 동양학을 공부했다.'

그런 그녀의 데뷔작인 '통역사'는 ' 2004년 헤밍웨이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경계문학상, 구스타프 마이어 우수도서상을 수상하였다. 미국 최대 서점망 반즈 앤드 노블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10인'에 포함되었으며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에도 판권이 팔리는 등 세계 문학계에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소위 '1.5세' 혹은 '교포' 라는 이름의 이들이 쓴 책들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줄거리에 혹했고, 젊은 미녀 작가의 얼굴에 혹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대한 평은 둘째치고라도 미국에서 한국인이( 아니, 한국인 1.5세가) 이렇게 대단한 평을 이끌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원서 뒷표지 가득한 그녀의 미모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번역본에는 책날개에 작게 있을뿐이다)

내가 혹했던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작품은 한국인과 미국인, 전통과 현대 등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아름답고 치밀한 문장으로 그려냄'

그리고 나를 끌어당긴건 책의 첫페이지, 첫문장이었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11월, 비. 6호선 지하철 사우스브롱크스 역 앞의 붐비는 맥도널드, 이런 아침이 아니라면 그녀에게 흔치 않은 일이다.'

주인공인 수지는 스물 아홉살의 통역사이다. 어떤 직업에도 정착하지 못하다가 통역 에이전시에서 미국의 힘있는 자들에게 고용되어 영어 못하는 한국 이민자의 말을 통역한다.  어느 날. 그녀가 더 이상 중립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을때 그녀는 통역사란 직업을 그만두게 된다.

읽으면서 내내 씁쓸했다.
내가 본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이들은 그랬다.
한국이 어려웠을 시절에 이민을 가서, 한국에 대한 온통 나쁜 기억만이 가득하고, 미국에 살면서도 '한인교회'라는 곳에 모여 한국인끼리 생활을 하고,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제일 거짓말 잘한다' 는 식의 말로 비방하고, 그들이 등돌린 한국은 아직까지 엄청 후진국상태일꺼라 생각해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려하는 그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와서, 일주일에 칠일을 일해야 했던 그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 1.5세라고 말해지는 그들.

나의 많지 않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묘사되는 것들은 너무 현실적이다.

그녀가 아버지의 입을 빌려 하는 얘기들. ' 니가 그러면 조상님들을 어떻게 보려구' ' 한국사람들은 조상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가능한 빨리 결혼을 하려고 한다. 스물 다섯살만 넘어도 노처녀 딱지를 붙이고..' 미국에 와서 미국에서 벌어먹고 사는 한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증오를 말한다. 이민간 이들 중에서도 자수성가하거나, 잘 사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그 보다는 더 대다수를 차지하는 야채가게, 수퍼마켓, 세탁소를 하는 '영어도 못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묘사이다.

1.5세의 눈으로 보기에 비합리적이고, 말 안되는 부모들의 행동과 말.

이 책을 미스테리물이라고 하는데, 그 사건과 결말마저 1.5세로서의 그녀의 불안한 위치에 빚지고 있다.

섬세하고, 때로는 빛나는 문장들이지만, 이 책의 소재와 주제가 그녀가 살아오고, 보아온 것에 이렇게나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지금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의 두번째 소설을 볼 때까지 그녀에 대한 판단은 보류이다.

짧지 않은 책은 술술 넘어갔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은 내가 보는 한국의 눈과 닮아 있고, 그래서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들과 문장들은 훌륭하다. 젊고 미모로운 한국인 1.5세가 썼다니 더 훌륭하다. 책 중에 나오는 나보코프의 일화. 미국에 온지 겨우 10여년만에 약먹은 포크너마냥 뛰어난 문장력을 발휘하여 미국인들 다 나자빠지게 죽이는 책을 썼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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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이드 2005-10-2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간만에 재밌게 본 책이에요 ^^

moonnight 2005-10-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리뷰에 그만 또 솔깃해지고 맙니다. 저는 요즘 피의언어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읽고 싶어지네요. 보관함으로! ^^

mong 2005-10-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깃-

panda78 2005-10-2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곧 올 텐데, 무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