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아래로 넘긴다.  

서양 사람들은 위로 넘기거나, 자신이 위로 넘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동양 사람들은 아래로 넘기거나 자신이 아래로 넘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구로다 세이키 '독서'  

책 내용만큼이나 책 외적인 것에도 몰두하는터라 (가끔은 더!) 책을 아래로 넘겨, 위로 넘겨 질문을 받았을 때, 아니, 이건 무슨 질문이람? . 게다가 서양인과 동양인이 넘기는 데 차이가 있다니, 신선하군.  

어젯밤에 읽은 책 <책을 읽고 양을 잃다>에 나온 이야기. 
 
어느 날 화집에서 구로다 세이키의 '독서'라는 그림을 보고 저자는 문득 책장을 넘기는 여인의 손끝에 주의하게 된다.  

   
  왼손으로 잡은 책의 오른쪽 위를 오른손 손가락 끝으로 잡고 있다. 아마 일본인이라면 책장 아래 약간 오른쪽 끝을 잡았을 텐데. 그 후부터 서양 사람들이 책장을 어떻게 넘기는지 주의해서 보게 되었다. 때로는 차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외국인이 보이면 가만히 관찰하였다. 책 읽는 장면을 그린 외국 삽화나 그림엽서를 볼 때면 그림 속 인물의 손끝으로 시선이 갔다.

어느 날 함께 일하고 있던 로빈 길이라는 일본어에 능통한 미국인과 시부야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어떤 책으로 화제가 옮겨가자 그가 가방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역시 책장 위쪽을 집게 손가락으로 잡았다. 
 
   

 저자는 도서관 취재차 프랑스에 가는 지인에게 프랑스 사람들은 책장을 어떻게 넘기는지 관찰해 달라고 한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이라고 반드시 책장 위쪽을 넘기는 것은 아니고, 책장 하단 오른쪽을 넘기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데, 몇 명의 프랑스 인에게 물어보니 모두 책장 위쪽을 넘긴다고 대답하였다고.

즉, 실제로 책장 넘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위쪽으로 넘긴다고 의식하고 있는 것.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동상  

실제로 구글로 책 읽는 이미지를 찾아보면, 넘기는 이미지가 많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서양화건 동상이건 현대의 사진이건 책장의 위쪽을 잡고 넘기는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일본인의 경우도 위의 프랑스인의 경우처럼 책장 아래쪽을 넘긴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위로 넘기는 사람도 있고, 아래로 넘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저자 쓰루이 신이치는 일본의 유명한 편집자다. 
 동서양 책장 넘기기의 차이로 시작한 이야기에 편집자 스러운 전개가 이어진다.  

책장의 어떤 곳을 잡고 넘기는가 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한 행위가 실은 책의 레이아웃에 미묘하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느 날 뇌리를 스쳤다. 동시에 내가 왜 이 일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는지 알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로쓰기 책을 책장 위쪽에 손가락을 대고 넘길 경우 마지막 줄을 읽고 나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장 제목 등을 표기한 면주는 페이지 위쪽에 있는 것이 좋다. 한편 내려쓰기 책을 아래쪽에 손가락을 대고 넘길 경우 마지막 행을 읽고 난 시선은 그대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면주는 페이지 밑에 있는 편이 좋다. 실제로 양서건 일서건 면주 위치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그러는 편이 멋진 인상을 주는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결론은 책장 넘기는 위치도, 책의 레이아웃도 아닌데, 꽤 맘에 드니 옮겨 본다.   

책장을 넘길 때 인쇄된 지면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본다. 그럴때면 2차원의 평면이 순간적으로 입체가 되려고 하는 징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예감은 결코 실현되지 않고 페이지는 다시 원래대로 평면으로 돌아간다. 결국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책장을 넘겨가는 것이다.  

베테랑 편집자의 책에 관한 에세이인 이 책은 그간 보아왔던 책책들과는 꽤 틀리다. 일단 일본 고전, 동양 고전이 많이 인용되어 있고, 각주가 있으나마나한 생소한 이름들도 많이 나온다. 그렇게 고전, 근대, 현대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하고, 약간 지루했다, 약간 재미있었다, 가끔 꽤 쏠쏠했다 그러면서 읽고 있다.   


                                          

오리하라 이치 <도망자> 다 읽었다.

결말은 오리하라 이치라고 하더라도 좀 쌩뚱맞다. 급하게 끝낸 느낌.
<원죄자>가 자 시리즈 중에선 가장 괜찮은데,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어딘가 음울하게 비정상이다. (그게 정상일지도.. ) <도망자>는 오리하라 이치 답지 않게 호감가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러니깐, 독자는 모르는 새 도망자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제인 오스틴 <설득> 을 반 정도 읽었다. <오만과 편견>, <엠마>, <이성과  

감성>  등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분명 읽었는데, 완전히 새로 읽는 기분이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에 낯익기도 하고  

로맨스.

타인의 설득에 설득 당하는 우유부단한 여자 주인공 앤.. 인 것인가?
 

 

  

치하야후루 7권. 게임이 계속되고, 별로 긴장감이나 챙겨봐야할 점은 없었다. 스오 명인의 등장
정도? 아라타도 나왔지만, 6권부터 나왔으니 새삼스럽지는 않았고, 여튼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재미는 있었다.

새로운 스쳐갈 등장인물들, 그러니깐 치하야와 상대하는 실력자들로 설정되는 (그래봤자 치하야한테 지지만)
조연들 캐릭터가 쪼끔 재미있었나?  



어젯밤 샀던 커피빈의 커피컵이 새서 휴지로 닦아내며 먹었다. 컵에 따라먹지 왜 그걸? 이라고 묻지 마라. 나도 모르겠다.
무튼, 아침에 커피빈 문열자마자 컵 들고 가서 새 컵에 새 커피 한 가득 받아 왔다. 사과 따위는 아침밥으로 자신 직원이었지만,
사과가 밥먹여주나? 아침 3,500원 커피 한 잔이면 그깟 사과 아침점심저녁 다 해드세요. 전 커피만 있으면 되요.   

페이퍼 쓰는 중에 문자 왔다.  

 어제 알사탕 응모했던 아이코닉 월 포인트 - 플라워 당첨. 
 남은 알사탕 다 쏟아 부은 보람이 있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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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11-2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 위쪽도 잡고 아래쪽도 잡고 그러는데 대개는 위쪽을 잡고 넘기는 듯 하네요. 신경 안 쓰고 있다가 새삼스레 책 넘겨보기 ^^;

하이드 2010-11-25 17:05   좋아요 0 | URL
저도 위쪽 아래쪽 다 잡긴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아래가 더 익숙해서 일단 아래. ^^

조선인 2010-11-2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 있는 책들을 보니 대부분 위쪽에 손때가 묻어있는 걸 보니 위를 넘기나 봐요. 여지껏 의식 못했었는데. ^^

하이드 2010-11-25 17:06   좋아요 0 | URL
꼬질꼬질한걸로 말하자면 'ㅅ' 전 책 아랫쪽이.. 그러니깐, 전 책을 아래로 넘기는게죠. 근데, 얼마 남았는지 확인하며 읽을때는 책 위를 잡는데 .. ㅎ 이 버릇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Kitty 2010-11-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뒷장이랑 한꺼번에 잡고 옆으로 넘기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죠 전 특이형인가 ㅋㅋ

하이드 2010-11-25 17:07   좋아요 0 | URL
특이형이심, 키티님 ㅋㅋㅋ 어, 근데, 저도 그렇게 넘길 때 있는 것 같기도... 아.. 점점 헷갈려 지고 있어요. 손때가 제일 확실하다고 하면, 전 역시 아래쪽이긴 하지만요 ㅎ

Joule 2010-11-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서재글에서 이거 클릭했다가 글은 읽지 않고 스크롤 쑤욱 내려보고 나가면서 '뭐야, 완전 하이드 같은 구성으로 페이퍼를 썼네. 하이드가 일진은 일진인가 봐. 은근 다들 따라한다니까.' 이랬거든요. 근데 즐찾 브리핑에 하이드 님 새 글 올라왔대서 와보니 이거. ㅋㅋ

하이드 2010-11-25 17:08   좋아요 0 | URL
내가 약간만 남달라서 그래요. 더 많이 남다르면 좋은데 .. ^^

kimji 2010-11-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를 잡고 있다가, 페이지 날을 위에서 아래로 스윽 훑은 다음 아래에서 넘겨요.
(대체로 소설은 위를 잡고 넘기고, 시는 아래를 잡아 넘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