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주디스, 올리브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심문하듯 빤히 쳐다보며 찰리가 입을 뗀다.
"올리브가 생필품에 들어가?" 이런 것들을 묻는 사람들에게 폴과 나는 그것들 혹은 1파운드에 7달러나 하는 프랑스산 커피 원두를 생필품으로 선정한 데 대한 어떤 이유도 핑계도 댈 수가 없다. 와인에 대해서는 우리의 의견이 엇갈린다.
"난 이탈리아 사람이야." 폴이 주장한다. "나한테 와인은 우유나 다름없어." 나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주디스 러바인 <굿바이 쇼핑 Not buying it> 中


편집자인 주디스와 정치 컨설팅을 하는 폴은 어느 연말 '1년간 쇼핑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식료품과 생필품은 예외이다.
이들은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이다. 쇼퍼홀릭이라서 무언가 사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오는 중독자도 아니고, 채식주의자에 전자렌지도 없는 비교적 검소한 편인 영화와 책, 스키를 좋아하는 부부이다.
1년간 쇼핑하지 않기.의 시작은 '생필품'을 골라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책을 보다보니, 나의 생필품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내가 저자처럼 '1년간 아무것도 사지 않기' 를 결심한다면, 나의 '생필품'은 어떤 물품일까?
(ㅇ) 고양이 사료, 캔, 모래 ( 캔이 간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신장기능이 약한 고양이에게 습식을 할 수 있는 캔은 필수다)
(x) 고양이 캣닙, 쥐돌이(장난감)
(ㅇ) 커피, 돌얼음 ( 이건 양보할 수 없다. 커피와 풀무원 돌얼음!)
(x) 술
(ㅇ) 여성용품, 치약, 샴푸, 비누
(x) 화장품, 컨디셔너
(ㅇ) 핸드폰, 인터넷 ( 핸드폰비는 다이어트 요금제이고, 전화도 거의 쓰지 않지만, 그렇다고 핸드폰을 없앤다거나 하고 싶지 않다. 인터넷은 당연히 없앨 수 없고)
이 정도가 식료품을 제외한 나의 생필품이다.
생필품의 포인트는 고양이와 커피, 돌얼음일지도.
남들에겐 그렇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생필품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포인트
이 부부의 가장 큰 괴로움(?)중 하나는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책'일 것.
'책'은 아무리 봐줘도 책으로 불을 피우거나 밑을 닦지 않는 이상 생필품으로 보기에는 무리무리
게임중독인 어떤 아이가 나에게 '그럼 누나는 책중독이네요' 라고 말했다.
'아니, 책은 중독이 아니지, 밥을 매일 먹는다고, 밥에 중독 되었다고 하지는 않잖아?'
'게임도 마찬가지에요 '
게임에 중독된 것과 책에 중독된 것을 내심 같은 선상에 절대로 놓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근거 없는 '그건 좀 다르지 않나' 를 자신 없게 대꾸하다가 '하긴 활자중독이란 것도 있긴 하지' 로 한 발 물러섰다.
아침에 그런 대화도 있었으니
책은 '생필품'이 아닙니다. 하이드가 '1년간 아무것도 사지 않기' 를 한다면, '책'은 생필품'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사지 않겠습니다. ... 그러나 적립금으로 사는건 괜찮을까요? (한달에 적립금 기십만원 들어오는 하이드 'ㅅ' ... 바..반칙일까요?)
적립금으로 사는 것도 안 된다. 하여도, 다시 생각해 보아도, 책은 생필품이 아니니깐, (커피는 되는데 책은 왜 안돼?)
1년간 안 사겠어 -
물론 이렇게 쏘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건 첫째, 나는 '1년간 아무것도 사지 않기' 같은 결심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 1년이 아니라 한 10년쯤 사지 않아도 읽을 책들을 이미 잔뜩 쟁여놓았기 때문이지요. (반성해!)
<굿바이 쇼핑> 사세요, 재미있고 유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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