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전에, 미스터리를 막 읽기 시작하던 시절, 몇몇 구하기 힘든 절판 미스터리들에 대한 소문으로 귀 긁적거리더 시절,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이 있었다. 왠지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비슷한 제목에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입소문이란 것이 무섭다. 게다가 절판본의 입소문! 한번은 모 미스터리사이트에 이 책이 떴다고 누가 친히 알려주어 젤 먼저 댓글을 달았건만, 듣보잡이었어서 그랬던건지, 아님 관례였던건지, 먼저 연락 받은 사람 있다고 판매 거절. 해서 좀 싸웠던 기억도 나고 ^^;
나온다 나온다 얘기만 들었지, 드디어 나오는구나!
거의 망했다가 다시 근근히 살아난 손안의 책의 <마크스의 산>도 나오는데, (샤바케 4권도 올해 나올꺼라 들었다!) 북스피어의 <영원의 아이>는 참..
<마크스의 산>을 기다리며 읽었던 다카무라 가오루의 다른 책들이 그랬듯, 아니, 그 책들보다 더 이 책이 쉬이 넘어가지 않는 책이라는 이야기도 누누히 들었다. (그래서 더 기대! 나는 M 하이드 ..응?) 그러나 동시에 최고의 추리소설이란 이야기도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으므로, 간만의 대작, 간만의 아주 오래오래 기다리던 추리소설의 출간이다.

'반했다고 말해' .. 내가 제일 처음 읽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은 <리오우>였다. 별 관심 없었는데, 알라딘의 무슨 추천도서 이벤트에서 누군가가 이 작품을 '인생을 바꿀만한 최고의' 라는 극찬을 했더랬다. 읽고 난 느낌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그만한 임팩트가 없었지만, 책을 많이 읽는 누군가가 그렇게 느낄만한 책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
동성애코드도 있고, '리오우'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한다.
<황금을 갖고 튀어라>가 지독하게 세밀했다면, <리오우>는 듬성듬성하지만, 강렬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황금을 갖고 튀어라>
은행 지하의 금괴를 훔치는 도둑들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내용도 뻔하고, 그리 길지도 않은데, 왜 이소설이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다. 백 권 정도의 일본 미스터리를 읽으면 한 권 정도 남겨두는 편인데, 이 소설은 소장하고 있다. (위에 <리오우>는 정리)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 정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가지고 있게 되는 책.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책장이 잘 안 넘어가 한 참을 읽었다.
고다와 기타가와 (나는 이전 리뷰에서 짙은 빨강과 깊은 회색의 콤비라고 적어 두었다.) 라는 두 친구, 그리고 늘 웃는, 그러나 여기저기 그를 쫓는 킬러들 천지인 죽을 날을 받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폭탄 전문가 모모. 이 세명이 주요 인물이고, 그 외 일당으로는 기타가와의 동생인 한마리 야생늑대와도 같은 하루키와 희희낙낙한 겉모습 뒤에 무언가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을듯한 노다. (메모를 보니, 난 이 노다 캐릭터를 좋아했던듯하다.)
아주 오래간만에 신나게 책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