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마메는 냉장고를 열고 안에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요 며칠째 장을 보지 않아서 그리 많은 것이 들어 있지는 않았다. 잘익은 파파야를 꺼내 부엌칼로 반으로 잘라 스푼으로 떠먹었다. 그리고 오이 세 개를 꺼내 물에 씻어 마요네즈를 찍어먹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씹었다. 두유를 한 잔 가득 따라 마셨다. 그것이 저녁식사의 다였다. 간단하기는 하지만 변비를 예방하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식사다. 변비는 아오마메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 중 하나였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비열한 사내들이나 편협한 정신을 가진 종교적 원리주의자들과 똑같이.  -242-

나는 딱히 변비로 고생하지 않고, 변비를 가정폭력남만큼 혐오하지는 않지만, 왠지 아오마메의 변비예방 이상적인 식사법을 읽으니, 왠지 예방해 주어야할 것 같은 마음이 강력하게 들어 (그냥 오이랑 두유가 먹고 싶었다고 말해!) 오이를 사러 나갔다.

꽤 오래 오이를 먹고 싶었는데, 우걱우걱, 오이 매대의 그 낯선 이름, 취청오이라는 이름의 오이가 추가되면서, 어떤 오이를 사서 먹어야할지 고민감이 생겨, 그냥 '오이' 가 올라올 날을 기다리며 그 앞을 스윽 지나쳤더랬다.

그러나 오늘은 드디어 네이년에 '오이'를 물었다. '오이의 종류', '생으로 먹기 좋은 오이는?' '취청오이는 모야?' 등등등
생으로 먹기에는 백오이, 혹은 조선오이, 혹은 다다미오, 아니 다다기 오이가 좋다는 걸 알고, (취청오이에 대해서는 밤새 다 까묵;) 다다기다다기 하면서 홈플에 가서 바로 눈에 들어오는 취청과 다다기 사이에서 이번만은 자신있게 다다기를 취했다.  

비...비싸!  

오이가 이렇게 비싼 거였다니. 그냥 고민만 하고 다닐껄. 내지는 시장 나가서 사야겠다. 혹은 옥션?
무튼, 마침 3개들이가 있길래 샀는데, 그 3개들이 안의 다다기 오이는 미친듯이 날씬했다. 원래 오이가 이렇게 날씬했나?
두유 한 잔 '가득' 을 위해 두유팩도 사고 고추참치 행사하길래 고추참치도 샀다. 아침에는 고추참치파스타를 먹겠어. 라며.

집에 와서 오이 3개를 씻고 열심히 껍질을 깎았다. 능숙하지 못하게. 인내하며. 忍忍忍
두유 가득 한 잔이면 두 팩정도 뜯어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두 팩이 들어갈 '한 잔' 크기의 컵을 찾는데 실패하고, 그냥 한 팩에 만족하기로.
 

 

오이 3개는 많았다. 첫 오이는 아삭아삭하니 막 등산하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마요네즈보다는 드레싱 만들거나 쌈장이나 고추장 찍어먹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따라쟁이니깐 일단 마요네즈
오이와 마요네즈의 궁합은 별로. 오늘 저녁에는 쌈장 찍어 먹어야지.  

 



 1Q84 1권을 거진 다 읽었다.
 '1권은 괜찮지만, 2권은 좀.. '이라는 게 내가 본 이 책의 반응인데,
 1권을 거진 다 읽은 지금도 충분히 어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거야. 싶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소설의 장르가 뭐야?
플러스, 기막히게 개성강항 아오마메와 덴고와 별 이상한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책만 펼쳐들면, 내 머리 위에는 하루키의 얼굴만 어른거리니 작가에 대한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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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3-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귀여운 잔이네요 ㅎㅎ

하이드 2010-03-03 22:47   좋아요 0 | URL
오, 제가 좋아하는 베트맨 & 로빈 잔! 이 잔의 주인공은 로빈이에요. ㅋ

비연 2010-03-0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1권을 읽고도 2권을 읽고도 시간이 이만큼 지났음에도 아직 잘 모르겠슴다..;;;;

2010-03-03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0-03-0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비연님 댓글 읽고 폭소 ㅋㅋ
저는 아마도 이 책을 읽을 일이 없겠지만 첨 나왔을 때 지인 부탁으로 이 책에 대한 평론을 번역해준 적이 있거든요.
만만하게 보고 덤벼들었는데 그렇게 어려운 일문은 난생 처음볼 정도로 미친듯한 난이도에 머리를 뜯다가 화딱지가 나서 아오마메? 이 콩녀는 뭐야!! 막 이러면서 투덜거렸던 기억이;;;; 근데 그 글에서는 이 책을 무슨 1984년 급의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신격화가 장난 아니던데 그정도인가요?

하이드 2010-03-0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아저씨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사이비종교? 문단? 킬러? 사랑? 미스테리? 범죄서스펜스? 아동학대? 1권 읽었고, 2권 읽을 차례에요. 3권하고 4권도 올해 나온다는 것 같던데. 애쓰지 않고 그냥 술렁술렁 읽을래요 -_-a

카스피 2010-03-0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오이가 보통 3개가 천 팔백원쯤 하더군요.쌀때는 천원이었는데 말이죠^^

하이드 2010-03-04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에 3천얼마 주고 샀는데요 orz

하이드 2010-03-04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에 3천얼마 주고 샀는데요 orz

Hi 2010-06-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1Q84 라거나 아오마메를 치다가 왔습니다.
저러면 변비가 예방된다니 ㅋ..
저는 이 책을 읽다가 학교에서 애가 성인책을 읽는다고 부모님께 꼬질러서() 다른책 오늘 사왔습니다 ㅋ..
제가 초딩이라...
2권 150페이지 정도밖에 안남았는데.. 에효

하이드 2010-06-1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한테 추천하기에는 ... ^^
근데 전 초등학교때부터 야한책도 막 읽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