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타임지 100대 영문소설이고 뭐고 그런건 모르겠고, 정말 정말 힘들게 읽어낸 책이다. 그러니깐, 책이 딱히 나쁘다기 보다는, 타임지 100대 영문소설인데, 그러기야 하겠어, 나는 십자수를 하면, 수행하는 기분이 든다거나 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십자수가 무슨 죄.  

한 30쪽 짜리 단편을 500쪽으로 늘여 놓은 것 같다. 슬로우모션으로 보는, 남자와 여자, 결혼, 결혼의 파멸. 그 어긋남은 처음, 에이프릴이 연극 무대에 섰을때부터,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나란 독자를 괴롭혔다.   

좋게 말하면, 섬세한 심리 묘사고, 나쁘게 말하면, 한없이 늘어지고, 형용사들과 비유를 주렁주렁 달아 기형적으로 늘어진 문장들의 집합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50년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 그리고 '레볼루셔너리 로드' 라는 이름의 길거리에서 산다고 해서, 혁명드립 하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무너지는 미국 중산층의 유리집에 대한 좋은 책들은 많은데, 이 책을 그 카테고리에 넣으려면, 일단 저 너절한 형용사들과 비유들을 좀 쳐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교외에 집을 얻었는데, 똑같이 찍어낸듯한 그 집들, 가정들에 비해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여자는 파리에 가서, 남자를 먹여살리겠다고 해. 특별해지겠다는거지. 자신들도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위태하던 남과 여는 '파리' 라는 꿈에 매달려 다시 잘난체하기 시작하지. 근데, 두 가지 일이 일어나. 하나는 에이프릴의 갑작스런 임신, 나머지는 프랭크가 죽어라고 지루해하던 그 직장에서 높은 사람에게 갑자기 인정을 받게 되는거지. 먼저 꿈에서 깨어난 사람은 프랭크야, 그리고 나서 에이프릴.  

그래, 남녀의 '결혼' 그 자체가 미국 중산층의 문제.라고 하면, 납득이 간다. 그런건가? 

무튼, 재미없겠다. 싶은 이야기는 읽다 덮어도 무방하지만, 가끔은 수행하는 기분으로 읽는 것도 필요하기에, 이 책을 다 읽어내고 나니, 쓸데없이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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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1-1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 봐서 모르겠고, 영화만으로 봤을 때 전 최근 몇 년 내에 본 것 중에 가장 기억할 만한 영화가 됐어요. 아무래도 아바타나 전우치 같은 것에 몰입 못하는 제 취향 탓이겠지요. 책은 어떤지 궁금한데 '형용사들과 비유를 주렁주렁 달아 기형적으로 늘어진 문장들'에서 우려스럽긴 하네요. 제 생각인데 이런 건 번역자들이 문장을 끊어서 단문으로 정리해주면 번역 문학으로서의 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문장 구조의 차이도 한 몫 할 것 같아요.

하이드 2010-01-1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원작 있으면, 원작 챙겨 보고, 영화 보는 편인데, 영화 볼 마음이 똑 떨어졌어요. -_-;;;
제가 섬세한 심리묘사라던가, 이런거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하고는 유독 안 맞았던듯 합니다.
이 책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말이죠. ^^

stella.K 2010-01-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작가가 대중적으로 인기는 못 누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평론가는 극찬을 했다고 그러고.
'작가 중의 작가'라고 하던데, 누구 못지않게 직접적이고 피괴적이며,
모든 것을 적절히 선택된 단어 위에 균형을 이루도록 변환하는데 능숙한 작가라고
프랜신 프로즈는 그의 책에서 말하더군요.
원래 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면 대중이 외면하는 거 다반사 아닙니까.ㅎㅎ

하이드 2010-01-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딱히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작품을 외면하는 취향도 아닌데 말이죠, ^^ 그냥 이 작품이랑 궁합이 안 맞았다고 생각할래요. 프랜신 프로즈의 책은 보관함에 들어 있는데, 리차드 예이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군요.


perky 2010-01-1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사진에 반해서 저 책을 원서로 샀었는데 말이죠;;
[30쪽짜리 단편을 500편짜리로 늘려놓은것 같다]란 표현에 이 책에 대해 감 잡았어요. ㅋㅋ
엄청 템포가 느릴 것 같은 예감..게다가 수식어들이 주렁주렁..(제가 아주 싫어하는 부류! ㅠㅠ)

Kitty 2010-01-1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도 영화도 전혀 볼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원래 소설 잘 못 읽기도 하고 ㅡㅡ
케이트 윈슬렛은 연기 잘하는건 알겠는데 가끔 좀 overacting하는거 같아서 역시 잘 안보게 되는...
하이드님 리뷰 보니 앞으로도 볼 일 없을 듯 합니다 ㅋ

하이드 2010-01-1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 있어서 샀는데, 진짜 한숨 백만번 쉬면서 다 읽었다는; 원래 싫은 책은 과감하게 안 읽기도 하는데, 이번엔 어떻게 꾸역꾸역 다 읽었어요.


snowy_soul 2014-12-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소설은 안봤는데 어쩌면 영화가 더 간결한 것일수도 있겠군요. 에이프릴이 신경 과민적이라 프랭크와 언쟁 높이는 신들이 과도히게 길다고는 생각도 들지만. 오히려 님 글을 읽고 책이 더 궁금해졌군요. 단순히 늘어진다는 것 외엔 다른 참고할만한 언급은 없어서 아쉽네요.

하이드 2014-12-17 08:11   좋아요 0 | URL
네, 꼭 읽고 참고할만한 언급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