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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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들의 여주인공들은 '제인에어'를 좋아한다. 제인에어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상상하게 된다. 오래간만에 <제인 에어>를 읽으니, 내가 그간 먹은 나이만큼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극적이고, 우중충하며, 수동적이라 생각했는데,(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강하고, 독립적이며, 현실적인 여자였다.아마, 그간은 로체스터 백작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서 상대적으로 제인의 이미지가 그렇게 비추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을때는 정확히 그 반대로 느껴졌다.  

비교하는 것은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여러가지 버전으로 (책으로, 영화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오스틴의 미스터 다아시에 비해 로체스터 백작은 그보다 먼저 나온 '미녀와 야수'의 야수과로 언급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책에서는 질리게도 제인 에어는 예쁘지 않고, 로체스터는 추남이고.를 반복한다. 전자에서 독자들은 어떻게든 매력을 찾아낼 수 있지만, 로체스터 백작은 그때도, 시간이 좀 더 지난 다음에도, 지금도 그닥 매력적인 면모를 찾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와 이 남자의 사랑에 웬지 가슴이 벅차오르는것은 로체스터 백작보다는 '제인 에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첫 만남이 내 기억보다 굉장히 낭만적이었던 부분빼고는 이 남자는 '사랑'을 믿는 것. 외에는 멋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제인에겐 그게 다이겠지만 말이다.

제인이 기숙사에서 헬렌을 만나고, 템플선생을 알게 되었을때 그녀가 느꼈던 고양감. 외적인 모습을 넘어서는 내부에서 뿜어져나오는 영혼의 빛.. 같은 것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닥 매력없는 남자 주인공도(이 부분은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지만) 제인 에어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도 너그러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릴적에는 그저 귀신같은 전부인..이 나온다.로만 생각했는데, 로체스터가에 들어가고 나서는 고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고보면, 초반의 어린 제인 에어가 갖히게 되는 '붉은방'의 이미지도 강렬하다.  리드가에서 숙모를 비롯한 온 가족의 미움과 경멸을 받는 어린 제인. 철없는 사악한 아이들이야 그렇다치고, 리드 숙모의 제인에 대한 미움은 상상 이상이다. 그 미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이번에야 어렴풋이 느껴졌다. 기숙사에서 헬렌에 귀기울이는 제인과 함께, 나역시 조용히 숨죽이고 귀기울였던듯하다.

리드가에서 기숙사로, 페어팩스가로, 리버스 목사를 만나게 되고, '텔레파시'에 의해, 다시 그녀가 '집'으로 생각하는 곳으로 돌아오기까지, 제인 에어 주변의 장소와 사람이 계속 변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의 흥미진진함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샬롯 브런테의 글은 번역본이더라도 굉장히 맛깔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화자,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가 아닌가 싶다. 청춘고딕로맨스성장소설인 제인에어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고전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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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0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 명작이긴 한데 아직 못 읽었죠.대신 제인 에어 납치 사건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언젠가 한번은 읽어야 되는데 그게 언젤지...

하이드 2009-03-0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 정말 재밌어요. ^^ 전 한 세번째쯤 읽는 것 같아요. 이번에 꽤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네요.

Forgettable. 2009-03-0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맞아요!
오홍 이 리뷰 완전 공감이에요+_+ 작년에 이거 막 읽으면서 신나서 읽었었는데.. 두꺼운 2권이 금방금방 읽히죠!
로체스터는 추남이라고 계속 강조를 하지만 '말은 저래도 은근히 멋질거야!'라고 혼자 상상했어요 ㅎ

근데 숙모는 왜그리 제인을 미워하는걸까 계속 의아했는데 왜인지 이 댓글을 쓰며 이해가 갈 것 같은 느낌은 뭘까요;


2009-03-04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4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4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2009-03-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를 읽었을 때는 제가 생각했던 내용하고 전혀 달라서 꽤 당혹스러웠어요.
아, 다만 생각했던건 제인이 생각보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는 점이었다랄까...

하이드 2009-03-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는 글쎄, 제인이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을때는 꽤 강단있는걸? 했더랬어요. 다음에 읽으면 또 어떠려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