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커피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원두 커피를 드려요!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한마디로 놀랍다. 추리소설의 소재로 풋옵션과 선물先物 등을 보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주된 소재로다가. 그 외에도 종교재판 시절의 유태인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무엇보다도 커피가 처음 유럽에 소개될 당시의 센세이션, 커피를 처음 맛 본 유럽인에 대한 묘사가 더없이 생생하다.

데이빗 리스의 명성을 익히 듣고 있었고, <종이의 음모>는 국내에 소개되기 전 원서로 선물받아 가지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커피상인coffee trader>를 먼저 읽게 되었다. 벌써 세편이나 소개된 리스의 책중 <종이의 음모>와 <부패의 풍경>이 마이클 위버 시리즈라는 것은 책소개에 나와있다. <커피상인>에서는 미후첼 리엔조라는 유대인 상인이 나오는데, 300페이지 정도를 읽고 나서야, 그가 마이클 위버로도 활동한다는 이야기가 딱 한 줄 나와서, 시리즈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단순히 추리소설로만 보기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끝없는 음모와 배신, 신의와 우정, 그리고 복수 이야기가 촘촘하게 얽혀져 있다.

미후엘 리엔조는 히어로가 아니다. 멜랑콜리류의 하드보일드 탐정도 아니다. 돈에 밝고 '가능한' 정의로운 행동을 하고자 하는 유대인 상인이다. 인상 좋고, 채구 크고, 남자 답고, 여자를 좋아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며, 자신감이 넘친다. 상인의 필수요건인 거짓말도 잘한다.

이야기는 미후엘이 그의 네덜란드 친구인 게이트라위드에게 커피를 소개 받으면서 시작된다. 인물들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는 것은 당시 유럽에서 유대인이 핍박받고 있었고, 네덜란드는 비교적 유대인에 너그러웠으나, 유대인들의 자체적인 규율부와 같은 마아마드라는 절대권력이 있어서 유대인과 비유대인간의 거래에 관한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그들은 몰래 만나는 사이다. 몰래밖에 만나지 못하는 그런 인간관계가 이야기속에서 미후엘의 중요한 인간들로 나온다.

사발 속에서 걸쭉한 액체가 천천히 출렁거렸다. 시커멓고 뜨거운 그것을 보자 입을 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미후엘 리엔조는 사발을 들어 얼굴 가까이 가져가다 하마터면 타르 같은 액체에 코를 빠뜨릴 뻔했다. 한참 동안 사발을 들고 있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액체의 냄새를 가슴 깊숙이 빨아들였다. 낙엽 썩은 흙내처럼 톡 쏘는 향에 미후엘은 깜짝 놀랐다. 약제사가 이 빠진 단지 속에 숨겨둠직한 비밀스러운 무언가의 냄새 같았다.

이것이 미후엘과 당시 동인도회사에서 아랍인들을 위해 극히 일부 거래되고 있던 커피와의 첫 만남이다.
커피가 처음 소개될때, 와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거래를 하는 상인들을 위한 음료로 크게 히트를 치는 것으로 나온다. 한줄 카피로 하자면, '상인들을 위한 음료, 커피' 인 것이다. 와인과 맥주는 정신을 흐리게 하지만, 커피는 정신을 맑게해서 거래에 도움을 준다.는 식이다. 커피를 처음 맛보는, 커피에 중독되는, 커피를 예찬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커피 한잔이 안 땡길 수 없다.

어쩌면,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는 나쁜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선물과 풋옵션등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더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주 기본적이고, 쉽게 이야기되긴 하지만,  이 책을 미스테리로 분류한다면, 그것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도 충분히 인상 깊었지만, 이야기 속에서 가장 인상 깊고, 강한 여운으로 남는 것은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이다. 미후엘과 커피로 한탕 하려는 네덜란드인 게이트라위드 부인. 과부이고, 여장부이다. 그리고, 미후엘의 원수로 나오는 마아마드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권력자이자 부자인 솔로몬 파리도. 미후엘이 이전의 설탕거래에서 실패할때 망해서 거지가 되버린 후, 미후엘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네덜란드인 요아심이 있고, 미후엘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후엘의 동생 다니엘이 있다. 이 외에도 중간중간에 회고록으로 작품에 또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파문당한 유대인 알론조 알페론다, 등등의 인물들간의 음모와 배신과 우정이 이야기중 가장 볼만한 부분이다.

제법 냉소적인 결말이지만, 그렇기에 더 현실적이고,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별한 두뇌싸움을 원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07-10-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궁금해지는 책인데요? ^^

비로그인 2007-10-2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향기'는 뭔가 허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향기가 날 듯 등장해서 좋았는데, 이 책은 플룻까지 훌륭한가 봅니다. 바로 보관함으로.

하이드 2007-10-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과 작가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뿌듯한 일이지요. ^^

Beetles 2008-05-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세로운 책..발견..하이드님 기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