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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실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잭 리처 시리즈가 나올때마다 아마존 리뷰를 찾아보는데, 앞에 한 열 개중에 일곱 개는 보기 전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잭 리처 시리즈 나온거 다 읽었는데...' 이건 비단 잭 리처 시리즈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내가 제일 처음 좋아했던 스카페타 시리즈도 그렇고, 해리 보슈 시리즈도 그렇다. 10개 넘은 시리즈들의 악개라고 해야 하나. 악개라고 하기에는 늘 나오자마자, 혹은 프리오더로 책 제일 먼저 사서 읽어보고 푸지게 별 한 개 리뷰 달면서 '내가 잭 리처 시리즈 나온거 다 읽었는데!' '내가 이거 프리오더로 주문해서 읽었는데!' 로 시작하는 리뷰들이 줄줄 달린다.
그것이 그들의 읽는 방법이라면 오케이. 잭 리처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잭 리처다. 잭 리처만 나오면 된다. 멋진 잭 리처가 나오면 별 네 개. 더 멋진 잭 리처가 나오면 별 다섯 개, 잭 리처가 안 나오면 별 세 개.
깜짝 놀랄만큼 엉망인 플롯이나, 미쳤나 싶게 지루해도 잭 리처가 나오는 엉망인 플롯이고, 일단 잭 리처 나오는 부분은 안 지루하니깐, 그냥 읽으면 된다.
오랜만에 읽은 잭 리처 시리즈 <10호실>에서는 무언가 미심쩍고 무거운 짐을 팔러 가는 캐나다에서 온 젊은 커플, 감자 농사 짓는 젊은이와 제재소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낡고 정비안 된 차를 몰고 가다가 외진 모텔에 묶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과 잭 리처가 여행 중에 아버지가 살았던 동네 표지판을 보고, 아버지 살았던 집이나 볼까 싶어 동네에 갔다가 벌어지는 일이 교차로 나오다가 겹치면서 잭 리처가 주먹으로 다 해결해 버리는 이야기이다.
젊은이들이 묶는 모텔방이 10호실인데, 읽으면서 짐작 가능한 스토리 전개인데, 2018년이 아니라 2008년쯤 나왔을법한 소재이긴 하다. 그걸 신선하게 풀어낸 것도 아니지만, 잭 리처 시리즈를 읽는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잭 리처가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으므로, 올드하건 신선하건 내 알바냐. 잭 리처가 나오는 것 외에 소소한 재미를 찾는다면, 캐나다 커플들. 쇼티와 패티의 꽁냥꽁냥(?) 이다. 이름도 어쩜 쇼티와 패티.. 감자 농사 짓는 튼실한 쇼티와 제재소에서 일해서 힘도 좀 쓰고, 기계도 좀 보는 패티는 바에서 만났다. 패티는 생각하는게 약간 리처과같다. 세심하고, 질문하고, 둘 다 새벽 3시에 번쩍 눈을 뜸.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리고, 행동할 때 행동한다. 쇼티는 좀 다혈질에 늦게 따라오는 것 같지만, 쇼티의 활약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책 보는 내내 궁금하라고 만들어 둔 장치까지 이 커플과 아주 잘 어울렸다.
리처가 아버지가 살았다는 동네에서 만나게 되는 공무원 캐릭터들도 귀엽다. 인구 조사 매니아를 꼭 덕후라고 번역해야 했는지.. 덕후라는 말을 볼 때마다 눈을 흐리게 뜨긴 했지만, 소소하게 정의로운 캐릭터들이었다.
여자 괴롭히고, 노인 괴롭히는 돈 많아서 공권력이 눈치보는 아들래미들을 피떡을 만들어놓는 리처를 보면서, 어이쿠, 그렇게까지. 싶지만, 잭 리처가 잭 리처했을 뿐이지. 그렇게 그 동안의 업보들까지 다 한꺼번에 갚아줘서 아들래미들 피떡 만들어 놓고, 리처 찾아서 보낸 떡대들을 몰고 다니면서 마을의 경찰들, 놀랍게도 일을 성실하게 잘하는 경찰들을 긴장시키는 리처. 리처 시리즈의 마니아라면 리처 아버지가 나오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버티고에서 잭 리처 콜렉션 계속 내줘서 부지런히 읽고, 아마존 별 한개 리뷰 원서들도 찾아 읽어볼까 한다. 리 차일드가 잭 리처 시리즈에서 물러나고 동생인 앤드류 차일드랑 같이 쓰기 시작해서 지금 책이 한 권 나오고 (The Sentinel) , 한 권 프리오더 중인데 (Better off dead) 쓰다보니, 잭 리처 시리즈, 앤드류 차일드랑 쓰기 훨씬 전부터 나오던 리뷰 단골멘트 생각났다. "내가 잭 리처 시리즈 다 읽었는데, 이거 리 차일드가 쓴 거 아님. 다른 사람이 쓴거임. 리펀드 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