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에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가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나는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라고 썼는데, 십년 전의 이 책 너무 좋아! 페이퍼 나오더라도 괜찮아. 다시 지금, 이 책 너무 좋으니깐!
종이책도 사고, 원서도 샀는데, 둘 다 읽은 기억이 없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을 읽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고 싶지 않아.
종이책 보고, 영화도 좋다기에 봤는데, 사랑스러운 줄리엣이 너무 구박덩어리로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이 다 너무 과장되고 극적으로 나오는는 바람에 보다 말았다.
원더도 보다가 궁금해서 드라마 봤는데, 이 쪽은 좀 더 낫긴 하지만, 책 속의 원더가 더 좋다.
책만큼 영화가 좋았던 건 반지의 제왕 시리즈밖에 없었던 것 같고. 나는 대부분의 경우, 영상보다는 늘 글이 좋은 것이다.
새로운 일 시작한 첫 날이다. 견습 1일인데,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내가 아주 빨리 적응하고, 누구보다 더 잘 해나갈 것임을 알고 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 장애물들도 있을 거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다만, 이 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서, 오래, 잘 했으면 좋겠다. 이게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 일. 그러니, 잘 할 거고, 잘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할거다.
내가 이렇게 매 년 낙관적이었던 사람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올해는 정말 느낌이 좋다. 라고 하기엔 가을, 겨울이 너무나 보릿고개 이지만, 나만 잘 하면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늘 그랬던건가. 지난 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좋은 기회 다 놓치고, 버리고, 뛰쳐 나오고 라는 생각이 들기 너무 쉬운 과거였어서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고.
언제나 기준점은 '지금의' '나' 로 둘 것.
건지 감자껍질파이 독서클럽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로 셰익스피어 전집 이야기 하는 거. 독일군이 섬에 상륙하던 날, 젠장, 젠장, 빌어먹을 놈, 빌어먹을 놈들! 하고 속으로 되뇌이는게 전부 였는데, 만약 그 때 셰익스피어를 알았다면,
" '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라는 문장을 떠올리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가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심장이 신발 아래로 가라앉듯 축 처져 있을 게 아니라요."
지금의 내게 꼭 맞는 말을 들려주는 '책' 뒤의 당신, 어디 있나요.
" 사랑하는 이에게 책을 건넬 때마다, 책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저 책도 분명 좋아할걸" 하고 말할 때마다 우리의 문학회는 마법처럼 성장하고 풍성해진다. 독서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공유하고픈 마음이 싹틀때마다 우리는 계속되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서간문으로 읽어진 책이었고, 인류애를 되찾는 그런 이야기. 이야기도, 글 한 줄, 한 줄도 너무 재미있어서 얼른 원서로도 읽고 싶다.
알라딘 서재는 광의의 북클럽이라고 늘 생각했다. 책으로 이야기하는. 가는 연결들을 가지고 있다. 거기까지 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그 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접점. '독서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공유하고픈 마음이 싹트는' 일을 매일의 이벤트로 겪는다.
오늘은 약간 혼이 나가서 책도 안 읽힐 것 같고, 내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되새김질해보기 위해 서재에 끄적끄적
* 지금 생각하니, 약간 불안한 것이, 내가 찰스 램 책들을 샀던 것이 혹시 이 책을 보고 나서이지 않았었나.. 하는 거. 하지만, 십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깐, 새로 읽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