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생각만하다 하자. 하고 오늘은 드디어 페이퍼를 쓴다.
"시작하지 않으면 의욕이 나지 않는다. 뇌의 측좌핵 nucleus accumbens이 활동하면 의욕이 생기는데, 측좌핵은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의욕이 생긴다. 이 프로세스를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 이라고 한다. 헬스장에 가는 일은 어렵지만, 일단 가서 시작하면 뇌는 의욕을 만들어내 운동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다. "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中
서재에 무슨 글을 쓸까.를 매일 생각했다. 3월에 많은 일이 있었고, 그러고보니, 작년 3월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제주 내려온 첫 달이었던 3월, 영등할망이 다녀가느라 강풍과 비로 제주의 땅과 바다와 그 안의 생명들을 씻고 흔드는 3월. 이런 바람이 이렇게 자주 있나. 제주에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3월.
3월은 나의 다른 모든 3월들과 마찬가지로 지나갔고, 4월도 어느새 벌써 반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으로 목돈을 모아 연세라는 것을 내보기도 했고, 코비가 아파서 하루 휴무 바꿔 당일치기로 육지에 다녀오기도 했고, 십여년만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암 양성이라는 전화를 받아 얼떨떨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한 달이 되기도 했다. 밥솥을 샀고, 식물들을 샀다. 4월이 되고, 당근에서 밥솥을 팔았고, 식물들에는 물을 주고 있다. 3월을 수습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쓰려고 했더라, 책 한권을 찾고 싶어서 과거의 리뷰들을 훑어보았다.
'노래는 추억을 실은 마차~ ' 라는 글귀를 본 적 있다. 노래만이 아니라, 책도 그렇구나. 그 책을 읽었을 시절의 내가 적나라하게 거기 있어서 좀 웃고, 좀 부끄럽고, 그러다가 쓰려던 이야기가 몽땅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십년 후의 나를 웃기기 위해서라도 리뷰 열심히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 무슨 이야기 쓸지 몰라서 요즘 내가 즐겨 쓰는 앱들 추천하려고 했었지.
3월에 무너졌던 나를 일으켜 세워준 앱들이다!
1. 포레스트 (시간관리, 집중 )
나무 심는 동안 핸드폰 보면 나무 죽음. 보통 10분에서 25분 정도로 맞춰두고, 나무 심는다.
도서관 부지런히 다니는데, 왜 이렇게 책 진도가 안 나갈까, 책 더 읽고 싶다. 생각하다가 포레스트 다시 시작했는데,
내가 그 동안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것을 아주 자알 알겠고, 책 진도 팍팍 나감.
2. 하비티카 (to do list, 습관 만들기, 실행)
요즘 가장 유념하고 있는 것은 '습관' 이다.
모든 것은 습관에서 시작. 습관 책 추천
3. 런데이, NRC (달리기)
얼마전에 오래 매달리기 이야기가 나와서 어제 오랜만에 철봉에 매달려봤는데, 손바닥에 불이 나서 10초 겨우 버텼다.
다 살쪄도 손목만 살 안쪄! (분노) 이 연약한 팔로 (팔뚝은 안 연약함) 이 육중한 몸을 버티려니, 매달릴 수가 없다!
농담이고, 아니, 사실이고, 요령이 필요할 것 같은데, 손바닥으로만 지탱하려니 안 되는듯. 요령 찾을 때까지 나는 철봉에 대롱대롱. 첫번째 목표는 1분이다. 한 삼십년 전에 했다고. 1분 매달리기. 달리기는 런데이로 2주 정도 했었는데, 다시 시작.
10키로에서 시작해서 하프, 풀코스까지 연습할거다. 달릴맛 나는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가끔(아니 자주) 바람이 세서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거 같은 (정확히 바로 그 느낌) 달려도 앞으로 안 나가지는, 그런 동네이기도 하지만.
4. 밥타임
니가 요리를 해? 니가 요리를 하다니! 네, 제가 요리를 합니다. 안 하니깐 못하죠. 한식은 잘 안 하는게, 밑반찬 잘 안 먹고, 밥 잘 안 먹고, 국, 찌개 한 번 하면 족히 3일은 내내 먹어야 해서 그냥 한끼 식사 정도지만, 하루에 한 끼 정도 집에서 먹지만, 재료를 사서 뭔가를 잘 만들어 먹고 있고, '밥타임'은 냉장고 관리, 식단 관리, 장보기 관리에 무척 좋고 편하고, 세상 좋아졌다 싶은 앱입니다.
하비티카에 '뭔가를 쓰거나, 일본어 공부' 항목이 있는데, 이거 맨날 빼먹어서 피 깎임. 오늘은 체크할 수 있겠다.
뭐라도 썼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