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 17개월이니 여러가지 면에서 자기 의사가 분명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먹을 것도 골라서 달라고 하고 책도 차츰 흥미를 보이는 것이 생기고 있다.
구두구두 걸어라, 사과가 쿵, 싹싹싹, 나도 태워 줘
이런 책은 읽어주면 끝까지 듣는다.
그런데 말은 아직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오오~! >라든가 <아아아!>라고 할 뿐이다.
때로는 기분이 좋아서 지르는 소리고, 불만이 있거나 졸려도 표정이나 몸짓이 다를 뿐 같은 소리를 낸다.
그런데 요즘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엄마와 의사소통이 안되니 그럴 때마다 무조건 박치기를 한다.
7~8개월 무렵 할아버지가 <이마 이마 이마 이마!> 라고 하시면
고개를 숙여서 할아버지 이마에 갖다대는 것을 가르쳐주셨는데
요즘도 할아버지와 만나면 늘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
거울이나 유리창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 신이 나도 이마를 갖다대고 (부딪치는 수준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신이나도 엄마 머리에 마구 박치기를 한다.
이마에 하는 것이 아파서 피하다가 귀를 맞은 적이 있는데 얼얼한 것이 진짜 아팠다.
민우가 어릴 때 달려와서 엄마 뼈에 부딪치면 정말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가 했는데 실감이 팍팍 난다.
배가 고프거나 갖고 싶은 물건이 있거나 졸릴 때는 엄청나게 세게 아무데나 박치기를 하고는
아파서 더 울곤한다.
공사 마무리가 덜 된 동감의숙 강단 바닥이 아직 시멘트인데 거기도 쾅쾅
유리창 앞에 서 있으면 유리를 쾅쾅, 벽 옆에 있으면 벽을 쾅쾅,
엄마가 안고 있으면 엄마한테 쾅쾅...
어떤 경우엔 울부짖으며 뻗대는데 업어줘도, 안아줘도, 눕혀놓아도,먹을 것을 줘도 다 소용이 없고
뭘 어떻게 해달라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엄마하고 둘만이라도 의사소통이 되면 좋으련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