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는 유치원에 보내놓고 칭얼대는 태민이와 잠깐 문 밖에 나섰다.

바람이 세어서 태민이는 연거푸 흡흡거렸다.

진입로 경사길을 천천히 걸어내려가니

옮겨심어서인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담한 크기의 아라동백(아버지는 행화동백이라고 하신다.)이

붉은 꽃송이를 달고 섰고

찔레덩굴은 새순이 나서 제법 초록이다.

건너편 산에는 군데군데 산벚꽃이 희끗희끗하고

한쪽 구석에는 예쁜 보라빛 제비꽃이 여남은 송이 어우러져 피었는데

쪼그려앉아 들여다보니 태민이도 좋은지 히죽히죽 웃었다.

산 아래 마을에는 벌써 지고 있다던데 너덜이에는 이제 피기 시작한 꽃이다.

돌아오고 보니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다.

쇠뜨기도 흙을 뚫고 올라서고 있고, 쑥은 거짓말 좀 보태서 나무가 되었다.

진달래도 지금쯤은 지고 있으리라...

온 산에 새싹이 돋느라 푸르고 싱싱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니

환갑도 못 되어 엊그제 갑자기 돌아가신 개화식당 당숙어른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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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7-04-0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miony 2007-04-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무렵에 찍은 것들이라서 빛이 모자랐나봐, 모두 엉망이지만 어쨌든 사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