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

며칠째 흐리고 빗방울이 왔다갔다 한다.

과학시간에 달달 외우던 것 중에서 <따뜻한 공기가 산사면을 타고 올라갈 때> 구름이 생긴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는 추상적인 암기목록일 뿐이었는데

너덜이에서 살게 되면서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낮은 산허리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산을 타고 계속 올라가다가 하늘에 뜬 큰 먹장구름에 빨려들어가듯이 합류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야말로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고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떤 때는 우리 집이 앉은 산 사면을 따라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이 눈 앞을 가로막아

안개 속에 갇힌 듯 하얀 구름 속에서 얼마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오늘도 걸레를 빨아들고 일어서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말끔한 먼 산 허리에서 구름이 승천하는 모습이 눈길을 붙잡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여전히 후텁지근하고 빨래도 마를 기미가 안 보이니 한편으론 답답하지만

근사한 비구름을 실컷 보는 것으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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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하>자를 알길래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칭찬을 했더니 <전하은>할 때 들어있는 글자란다.

미니까지 8명 유치원 친구들 중에 동갑은 하은이 한 명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하은이에게는 약간의 라이벌 의식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하은이는 읽고 쓰기도 하는데 엄마는 왜 아직 나에게 글씨도 안 가르쳤느냐는 뉘앙스를 풍기며

- 엄마, 나한테도 글씨 좀 가르쳐 줘!

라고 외치던 것을 시작으로

어느 날은 우리 집에도 치마가 스무 개도 넘지? 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하은이는 날마다 날마다 치마만 입고 오는데 치마가 스무 개도 넘는다고 하더라나?

자기도 날마다 치마만 입고 가고 싶다고 하더니 요즘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또 친구들이 자기 샌들(분홍색 스포츠 샌들이라 좀 투박하긴 하다.) 밉다고 했다고

분홍색 운동화도 사고 싶고, 장화랑 예쁜 샌들도 사고 싶다고 노래를 해서 사주었더니

햇볕 쨍쨍한 날 꼭 신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친구들이 놀릴 거라고 비오는 날 신으라고 했더니

하은이도 비 안 오는 날 장화신고 왔는데 선생님께서 예쁘다고 <자랑>해주셨다면서 꿋꿋하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며 유치원에 신고 갔다.

아빠가 넌 하은이 따라쟁이냐며 핀잔을 줘도 하은이 따라하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시골미용실에서 좀 이상하게 잘린 머리를 보고 친구들이 남자같다고 놀렸다는데

이쯤 들으니 결석도 자주하고 그래서 왕따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리고 하나 더 미니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쓰는 말

- 엄마, 유캔 딱지 줄께. 이것 좀 해줘! 그러면 유캔 딱지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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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6-1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미니는 집에 책도 많고 귀여운 동생도 있다고 해~^^
 

유치원에서 매일 소위 자연간식을 준비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들이 과일이나 삶은 달걀, 감자, 떡 같은 걸 보내달라고 한다.

4월에는 늦물이라 생생하지도 않은 딸기가 신경쓰여서 칠레산 거봉을 보냈더니

친구들이 포도는 맛이 없다고 했단다.

5월에는 수박이랑 흑미떡을 보냈더니 칙칙한 검은 색을 보고

이 떡은 똥으로 만들었다는 둥, 방귀로 만들었다는 둥 하면서 놀리더란다.

너도 맛이 없더냐고 물으니 자기는 맛있었단다.

그래도 다음엔 그 떡은 사주지 말라고 한다.

간식을 준비해오는 사람이 간식도우미를 한다면서 늘 부러워한다.

5살인 미니는 어리다고 첫 달에는 간식도우미를 시키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간식시간 전에 좀 일찍 데리러 갈 때면

<간식먹고 싶어요> 라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바람에 운동장에서 기다려주기도 했다.

요 며칠 사이에 월말에 준비할 간식을 뭘로 할까 벌써부터 궁리를 한다.

지난 번에 바나나를 사가기로 했는데 다른 친구가 선수를 치는 바람에

다른 것을 생각 중인데 마땅치가 않다.

그러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자기는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사랑한단다.

왜 아빠가 제일 좋으냐고 했더니 유치원에 간식 가져갈 때마다 사달라는 것을 다 사주시기 때문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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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돌 전까지는 피부가 깨끗했는데

요즘 오금에 진물이 나고 벌겋게 헐어서 여간 고생이 아니다.

탕약을 먹고 있지만 쉽사리 완치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쓴 약이지만 약 먹고 나서 간식 먹을 생각에 꿀꺽 잘 마시는데

바르는 약은 아마 많이 쓰라린지 안 바르겠다고 도망치고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

그래도 그냥 둘 수가 없어서 붙잡아다가 약을 발라주고

양치질 하러 냉큼 욕실에 들어가버렸더니

욕실 문 앞에 와서 또박또박 차분차분 은근한 말투로 하는 말

- 엄마, 엄마가 약 바르기 싫은데 억지로 바르면 좋겠어? 싫겠지?

   나도 그래! 다음에는 억지로 약 바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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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7-06-2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고 입!
 
쭈쭈 - 아기말 그림책 3
임소연 그림, 호박별 글 / 시공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아침이야, 일어나!

팔을 쭉 펴, 다리를 쭉 펴!

쭈쭈!

아침에 잠을 깨울 때 읊어주면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낮에 읊어주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들고 와 엉덩이부터 들이밀고 엄마 앞에 앉는다.

민우 형이 좋아한다고 이모가 누나에게 선물한 책인데 누나는 좀 심드렁한 듯 했으나

태민이는 반응을 보이는 몇 권 안되는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모, 넘 고마워!^^)

아직 미처 떼지못한 젖을 달라고 칭얼거릴 때 한 번 읽어주면 가끔 먹이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 밖에는 <구두구두걸어라>도 좋아하며 잘 듣는다.

쿵쿵이라거나 톡톡이라는 말이 나오면 손가락으로 책장을 두드려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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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8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6-1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과묵하단다. 사나흘에 한 번 시켜서 겨우 엄마 소리 들어보려나,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