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이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물론 밥은 뒷전이고 소위 관식(미니는 아직도 가끔 이렇게 발음한다.)이나 과일같은 먹거리들..

이것저것 잘 먹지만 두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옥수수다.

며칠 전에는 오랫만에 토마토를 사가지고 왔더니 역시 잘 먹었다.

미니를 가졌을 때 방울토마토 3상자와 큰 토마토 2상자를 거의 혼자서 먹어치웠던 기억이 새로웠다.

미니 한글교육용으로 썼던 낱말카드 한 장을 태민이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얼굴에 가져다 대어보고 하길래 무언가 들여다보았다.

노란 옥수수 세 자루가 옹기종기 들어앉은 사진이었다.

그림책이나 카드나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는 일은 무척 드문 일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토마토"라고 일러주며 옆에 놓인 토마토 그림도 들이밀었다.

옥수수를 내려놓고 토마토를 건네받으며 씩 웃는다.

그래서 시험삼아 "옥수수 어디 있어? 옥수수!"했더니 토마토를 내려놓고 옥수수를 들어올려 보여준다.

이번에는 "토마토 어디있어? 토마토!" 하니 옥수수를 내려놓고 토마토를 집어들었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돌 지나 얼마 안되면 하는 일일터인데

내일 모레 만 36개월이 되는 이 순간 이렇게만 해주어도 감격적이었다.

욕심을 내어 개 한 마리가 달려가는 그림을 보태었지만 역시나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옥수수랑 토마토만 해도 어디냐 흡족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에만 해도 "물" 한 마디를 하지 않아서 무얼 원하는지 알아채지 못한 엄마랑 얼마나 오랫동안 실갱이를 했었는지....

서늘한 바람이 불고

지난 봄에 커서 입히지 못하던 아주 커다란 옷들이 이제 꼭 맞는 태민이.

" 이제 말 좀 하지?"

태민이가 늦되는 것에 천하태평인 아빠가 며칠 전에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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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8-10-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중됀자가 먼저돼고 먼저됀자가 나중됀다잖아요ㅋㅋㅋㅋ
뭐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지만 쨌든 태미니 홧팅!!
나중에만날때 누나안녕이라는 말이라도 한마디해줘ㅋㅋ

2008-10-26 0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0-31 23:43   좋아요 0 | URL
못 보셨나요? 답이 없네요~ㅜㅜ
 

"엄마, 오늘이 9월30일이야?"

" 아니, 벌써 10월인데. 오늘은 10월1일이야."

" 9월28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차!! 미니의 생일이었다.

양력으로는 9월28일이지만 우리 부부는 음력으로 아이들 생일을 치르는터라 올해는 10월의 첫날이었다.

미리 알았으면 어제 구례나가던 미니아빠를 따라가서 간단한 장이라도 좀 봐왔을텐데

무심한 엄마가 또 대충 넘어가게 생겼다.

마침 아침 먹기 전이라서 급하게 콩나물이랑 호박나물을 무치고 생선 한 마리를 구웠다.

지난 여름내내 손꼽아 기다리던 생일이라 생일날 무슨 음식을 해줄지 미리 의논도 해두었다.

미니가 바라는 것은 미역국과 케익이 전부였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녀오면 저녁에 미역국도 끓여놓고 좋아하는 고사리 나물도 무쳐놓기로 약속을 했다.

딸기케익을 사고 싶지만 제철이 아니라고 했더니 초콜릿케익을 사달란다.

케익은 마침 서울 다니러가시는 아빠가 모레 내려오실 때 사다주시기로 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태민이랑 자기가 고등학생이 되면 운전도 할 수 있을테니

엄마 생일에 케익을 사다가 불을 꺼놓고 현관에서 엄마가 들어오시면

한 사람은 <그 뻥 터뜨리는 것>을 터뜨리고

다른 사람을 케익에 촛불을 켜서 깜짝 놀라게 해드리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러더니 오늘 저녁에 부엌에 미역국을 차려놓고 불 끄고

자기를 불러서 깜짝 놀라게 해달라고 하고선 유치원에 갔다.

저녁엔 약속대로 쟁반에다 미역국, 고사리나물, 김치 세 가지를 차려 들고나가면서

생일노래를 불러주니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국이랑 밥이랑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자기가 그 동안 먹었던 전통음식 중에서

엄마가 만든 미역국이 제일 맛있다는 치사를 해가면서 말이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여러 날을 기대하고 고대하던 생일을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엄마는

속으로 참 미안하면서도 다행스러웠다.

원생도 3명뿐이고 시골이라 유치원에서도 생일잔치는 생략하는데다 다른 비교대상이 없어선지

오히려 오늘 자기 생일인 것을 어떻게 알고 점심급식도 미역국이었고

선생님도 미니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샌드위치를 사오셨다고 자랑이 늘어진다.

엄마는 생일 선물로 오후에 집에서 500미터도 안 되는 조그만 마을다리까지 미니와 동생

과 산책을 했다.

가는 길에 있는 구멍가게에 들러 과자 한 봉지씩 손에 들려주니 또 더 신이 난 미니.

내일 아빠가 사들고 오실 초콜릿케익을 머릿 속에 그리며

입가에 미소를 흘리면서 아침을 먹고 유치원에 간 미니에게는 아직도 생일이 진행 중이다.

다만 내년에는 딸기가 제철일 때에 생일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해마다 미니 생일은 가을에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좀 절망스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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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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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sh2886 2008-10-08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미니야 늦엊지만 생일축하해~
그러고보니 미니 태어날때 빛나언니생일이랑 겹칠 뻔 했었지ㅋㅋㅋ

2008-10-18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우리는 아빠가 채널 돌리시는 대로 봐야 되는거야?"

라는 볼멘소리를 해가면서도 가끔 온 가족이 모여서 텔레비젼을 본다.

며칠 전에는 전설의 고향 재방송을 보는데

천도를 따다 드리면 편찮으신 아버지 병이 나을 것이지만 천도를 따는 사람은 죽게 된다고 했다.

미니 왈, " 아버지 병이 낫는 것도 좋지만 죽기 싫으면 어떻게 해?"

"너는 어떻게 할래?"

" 모르겠어."

라고 딴청을 부리며 복숭아를 따다가 아버지 낫게 해드리겠다는 말은 절대 안 한다.

결국 아가씨를 사랑한 곱추가 천도를 따와 아버지 병을 낫게 해드리고 죽음에 이르니

안타깝게 여긴 선녀가 천도를 하나 더 따서 물에 던져주어 아가씨가 곱추에게 먹인다.

그러자 곱추는 흉한 몰골을 벗어내고 멋진 도련님이 되어 두 사람이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

미니는 선녀에게 천도를 따달라고 해서 아버지 병을 낫게 하면 되겠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서 미니아빠가 에덴의 동쪽으로 채널을 돌리자

" 에덴의 동쪽? 이건 볼만 하더라."

이러더니 금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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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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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리내어 읽지 않으면 책을 읽지 못하던 미니가

오늘은 마음 속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자랑을 했다.

처음으로 묵독한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뒷부분 몇 페이지와 하얀마음 백구 1장과 13장이다.

하얀 마음 백구는 만화영화로 방영된 모양이어서 그림이 무척 많지만

1장 12쪽과 13장 14쪽을 차분히 앉아서 읽고는 만족스러워했다.

하루하루 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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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7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흔적 남겨요~ 미니의 자랑스런 '묵독'에 칭찬합니다.^^
날마다 믿는 만큼 크는 아이들이죠. 책읽는 미니가 예뻐요~

솔랑주 2008-09-2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 표지 그림이 너무 예뻐요!! 월트 디즈니의 앨리스랑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이번 겨울에 수민이가 묵독하는 모습을 꼭 봤으면 좋겠어여 ^^

2008-09-28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9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아빠 고향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상가에 동기들이 모였다.

새벽에 몇 분의 친구들이 함께 우리 집으로 오셔서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 친구들과 노고단에 올라가는 길에 우리도 같이 갔다.

성삼재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노고단 길로 접어드는데

누나는 점퍼도 집에 두고 와서 반바지와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작은 이불을 망토 삼아 두르고 아빠 손을 잡고 떠났지만

태민이는 한잠이 들어서 엄마랑 차에 남았다.

날씨도 아랫동네와는 엄청 달라서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흩뿌리는 것이 한치 앞이 안 보였다.

곧 잠이 깬 태민이랑 엄마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답답한 차 안에서 기다리기 힘들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아이스크림이랑 페트병 안 사준다고 휴게소에서 대성통곡을 한바탕 한 후

지나가던 낯모르는 청년 목을 끌어안고 안겨서 하소연을 하고

등산로 입구에서 서성거리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움찔하는 것이 쉬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쉬를 찔끔해서 팬티만 조금 적셨길래

큰 기대는 하지 않고 페트병을 대주었더니 드디어!!! 처음으로 병에 쉬를 했다.

역시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보면 곧잘 할 수 있는 모양인지

하루종일 3번이나 병에 쉬를 하였다.

기저귀를 차지 않고 한 달 넘게 여기저기 쉬를 하고 다니더니

오늘 성삼재에서 한 단계 넘어서서 너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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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4 0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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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7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