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이 9월30일이야?"

" 아니, 벌써 10월인데. 오늘은 10월1일이야."

" 9월28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차!! 미니의 생일이었다.

양력으로는 9월28일이지만 우리 부부는 음력으로 아이들 생일을 치르는터라 올해는 10월의 첫날이었다.

미리 알았으면 어제 구례나가던 미니아빠를 따라가서 간단한 장이라도 좀 봐왔을텐데

무심한 엄마가 또 대충 넘어가게 생겼다.

마침 아침 먹기 전이라서 급하게 콩나물이랑 호박나물을 무치고 생선 한 마리를 구웠다.

지난 여름내내 손꼽아 기다리던 생일이라 생일날 무슨 음식을 해줄지 미리 의논도 해두었다.

미니가 바라는 것은 미역국과 케익이 전부였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녀오면 저녁에 미역국도 끓여놓고 좋아하는 고사리 나물도 무쳐놓기로 약속을 했다.

딸기케익을 사고 싶지만 제철이 아니라고 했더니 초콜릿케익을 사달란다.

케익은 마침 서울 다니러가시는 아빠가 모레 내려오실 때 사다주시기로 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태민이랑 자기가 고등학생이 되면 운전도 할 수 있을테니

엄마 생일에 케익을 사다가 불을 꺼놓고 현관에서 엄마가 들어오시면

한 사람은 <그 뻥 터뜨리는 것>을 터뜨리고

다른 사람을 케익에 촛불을 켜서 깜짝 놀라게 해드리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러더니 오늘 저녁에 부엌에 미역국을 차려놓고 불 끄고

자기를 불러서 깜짝 놀라게 해달라고 하고선 유치원에 갔다.

저녁엔 약속대로 쟁반에다 미역국, 고사리나물, 김치 세 가지를 차려 들고나가면서

생일노래를 불러주니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국이랑 밥이랑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자기가 그 동안 먹었던 전통음식 중에서

엄마가 만든 미역국이 제일 맛있다는 치사를 해가면서 말이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여러 날을 기대하고 고대하던 생일을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엄마는

속으로 참 미안하면서도 다행스러웠다.

원생도 3명뿐이고 시골이라 유치원에서도 생일잔치는 생략하는데다 다른 비교대상이 없어선지

오히려 오늘 자기 생일인 것을 어떻게 알고 점심급식도 미역국이었고

선생님도 미니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샌드위치를 사오셨다고 자랑이 늘어진다.

엄마는 생일 선물로 오후에 집에서 500미터도 안 되는 조그만 마을다리까지 미니와 동생

과 산책을 했다.

가는 길에 있는 구멍가게에 들러 과자 한 봉지씩 손에 들려주니 또 더 신이 난 미니.

내일 아빠가 사들고 오실 초콜릿케익을 머릿 속에 그리며

입가에 미소를 흘리면서 아침을 먹고 유치원에 간 미니에게는 아직도 생일이 진행 중이다.

다만 내년에는 딸기가 제철일 때에 생일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해마다 미니 생일은 가을에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좀 절망스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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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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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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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8-10-08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미니야 늦엊지만 생일축하해~
그러고보니 미니 태어날때 빛나언니생일이랑 겹칠 뻔 했었지ㅋㅋㅋ

2008-10-18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