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사천 우주항공박물관에 다녀왔고
5월에는 고성에서 2~3년 마다 열리는 공룡엑스포에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며칠 전 숙제를 해가면 칭찬스티커 두 개를 받는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고성에 대해 두 세줄 쓰고 인터넷에서 찾은 공룡엑스포 캐릭터 4마리를 그려갔다.
용국이 오빠는 공룡과 나무를 정말 실감나게 그려왔더라며 감탄하면서
선생님 말씀에 따라 자기 그림엔 색칠을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어떤 때는 아주 사소한 일까지 샘을 내고 마음을 쓰면서 이럴 땐 또 심드렁하다.
어제는 공룡엑스포를 보러 가다니 믿어지지가 않고 가슴이 부러질 것 같다고 들떠있더니
오늘 다녀와서는 이렇게 즐거운 날이 없었단다.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보면 공룡이 사는 곳에 우리가 간 것 같은,
공룡이 다른 것을 잡아 먹으려고 달려들 때 꼭 우리를 잡아 먹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도 보고
선생님이 사주시는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었으며
바다언니가 조개껍질로 엮은 팔찌도 사주었고
가는 길에서나 간 곳에서나 숙제할 때 그려 간 그 공룡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림도 있고 풍선이며 인형도 있고 정말 그려가길 잘 했다고 신이 났다.
버스는 모두들 노래자랑하는 곳이나 다름없었다며 소녀시대 노래라고 몇 곡을 읊어(!)주기도 했다.
사천에 갔을 때는 고모가 정성껏 싸주신 김밥을 가져갔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주먹밥이 좋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야채랑 달걀지단 다져넣고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참기름이 쏟아져 들어가서 잘 뭉쳐지지가 않아 불안하더니만
미니 말처럼 온통 풀어져서 볶음밥이 된 것을 반 넘게 남겨가지고 왔다.
미니가 바라는 것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그 정도도 야무지게 챙겨보내주지 못했나 싶어서 속으로 가슴을 쳤다.
아침에 같이 주먹밥을 만들면서 친구들이랑 나눠먹을테니 많이 싸달라고 했던터라
부서지는 바람에 친구들이랑 나눠먹지도 못했을테니 무척 속상했겠다고 먼저 물었다.
역시나 친구들이 안 먹고 싶다고해서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다섯 살박이 선주하고만 나눠먹었단다.
그래도 다행히 마음을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심드렁하게
선주 주먹밥은 찹쌀밥으로 만들어서 검은 깨와 황토색 깨를 겉에 묻혀온 것이라서
흩어지지 않았다고 얘기해준다.
(찹쌀밥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들끼리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단다.)
그래도 자기는 다른 친구들 김밥을 먹어서 배불렀으니 아무런 문제 없다는 투다.
누구 도시락이 제일 맛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돈까스 맛 없어서 하나만 먹었다던 초롱이 도시락이라길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돈까스랑 같이 싸온 참외가 제일 맛있었단다.
오늘은 방울토마토도 없어서 큰 토마토를 잘라담아 보냈는데 다음엔 참외 싸달란다.
엄마가 같이 온 아이들도 있었냐고 물었더니
" 엄마가 뭐가 필요해?"
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