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되기 전에 뭔가 호소하며 울부짖을 때 <엄마엄마엄마엄마~!>라고 외쳤던 것 같은데

그건 내 기억의 오류일까?

요즘 태민이가 하는 말(?)은 두 단어인데 감탄사 <우아~!>, 그리고 <응아>이다.

응아는 마치 중국어 테이프에서 사성을 소개할 때 듣던 소리처럼 들린다.

<응>은 발음이 짧고 약한 반면 <아>만 길고 높게 말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누나를 부르는 소리인가 했었는데

여러가지 정황을 볼 때 엄마를 부르는 말인가 보다.

음운학 강의에서가 아니라도 입만 다물었다가 떼면 엇비슷한 소리가 나도록

세계 여러나라 언어의 <엄마>는 다들 미음을 포함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집 소년은 그 입만 다물었다 떼는 것이 아직 쉽지 않은 모양이다.

발음 가능한 자음은 이응 하나 뿐인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 얼굴을 바라다보며 제법 다정하게 <응아~?>하기도 한다.

응아거리는 태민이를 안아들고 <아빠! 아빠! 해 봐!>하는 아이아빠는 언제쯤이나 꿈을 이루려나?

참고로 8개월 먼저 태어났지만 동갑인 사촌 영준이는 <누나, 나도 좀 줘!>

일주일 먼저 태어난 영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엄마, 빵!> 할 뿐아니라

아빠를 살살 녹이는 <아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엄마, 아빠를 제대로 부를 날이 있을테니 볼에 발그레한 태독만 가셔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은 누나 먹는 것은 거의 다 먹는다.

빵, 치즈, 땅콩, 김 부각, 곶감, 김밥, 뻥튀기...

누나는 두 돌까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비롯하여 웬만한 것은 한 번도 먹이지 않고 버텼는데

둘째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누나가 무언가 먹을 때마다 손에 들고 도망을 다니면서 먹어도 결국 한 입 얻어먹고야 만다.

필사적으로 붙잡고 입을 엄청 크게 벌리고 무조건 머리를 들이밀다가 방문 기둥 모서리에 꽝 찧은 날도 있다.

먹기 좋아하는 것은 누나를 닮아서 버금가라면 서러워할 모양이다.

 

누나는 황금달인 쓴 물을 젖꼭지에 바르자 단번에 배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울며 다시는 젖을 물지 않았는데

태독으로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황금을 발라도 황련을 발라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열심히 먹는 바람에 결국 엄마를 스무 날 쯤 본의아니게 다이어트를 시키더니

(7킬로그램쯤 몸무게가 줄어서 태민이 낳기 전에 입던 바지를 드디어 입을 수 있었다!)

지금은 낮 동안은 젖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우유는 한 두 번 먹고 있지만)

밤사이 자다깨면 나오지도 않는 젖을 꼭 물고 잠이 들려고 한다.

이것도 곧 완전히 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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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2-1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야 다 차이가 있고 처음에 조금 늦은 듯해도 한창 할때는 또 그 순서가 어찌될지 모르더라구요..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땅콩이나 견과류, 초컬릿은 자제해야할듯해요.

지금여기 2007-02-1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아? 혹시 응가를 응아라고 하는건 아닐까?ㅋㅋ

miony 2007-02-1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견과류는 안되는군요.좋은 정보 고마워요!
Yeisland님! 산골소년은 아직 어려서 쉬,응가를 가릴 줄 모른답니다. 아무래도 엄마가 확실한 듯^^;;

hsh2886 2007-03-3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어제는 모처럼 비가 내렸다.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더니 참 좋은 일이라는 대화를 나누며

비 온 탓에 공사도 하루 쉬니 아이들과 온천에도 다녀오고

구례시장(사실은 농협마트에서 카트타고 한 바퀴 도는 것이다.)에도 들렀다.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넣고 한 숨 돌리니 어느 새 창밖은 깜깜했다.

밤중에 잠결에만 거의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고 낮에도 분유가 많이 줄었지만

잠들기 전에는 200ML이상 꼭 챙겨먹고 자는터라

태민이 팔에 안고 어두운 방에 앉았노라니

창 밖 어딘가에서 마치 와글와글거리는 듯 한 소리가 요란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개구리인가 싶다가도

경칩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개구리가 나왔을까?하니 무슨 새소리 같기도 하고

어제만하여도 전혀 들리지 않던 소리가 하루 사이에 온 산을 뒤덮고 있으니

좀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 저게 무슨 소리지? 수민아, 잘 들어봐!

- 엄마, 자꾸 그런 소리 하지마!!!

어디서 무엇이 내는 소리인지 알고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소리가

정체가 모호하니 애나 어른이나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모양이다.

한여름밤에 개굴개굴거리는 소리와는 다른 데가 있으니 맹꽁이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는데 태민이는 잠이 들었다.

잠시 후 2층에서 내려온 수민아빠가 개구리 소리라고 단정을 지어 말했지만

근처에 그럴 듯한 개울 하나 없는데 참 신기하다 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녘까지 요란하더니 해 뜰 무렵(안개가 자욱하여 앞산이 보이지 않는 아침이었지만) 조용해졌다.

낮 동안은 쉬는가 했더니 점심 때도 되지 않아 다시 와글와글거린다.

태민이 낮잠 자는 동안에 얼른 구들장에 불을 넣으려고 서두르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쓰느라 땅이 많이 패어 비오는 날은 진흙탕이 되는 집터가 내려다 보였다.

알고보니 타이어자국이 흙을 패어낸 자리에

어제 제법 후두둑거리며 내린 비가 고여 모양만 손바닥만한 연못(?)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아하~ ! 하였다.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이더니 개구리도 이렇게 일찍 잠깨어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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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7-02-0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산골에는 벌써부터 개구리가 나오는군요.... 도시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안나오는데.....

miony 2007-02-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어제 밤에도 비가 제법 내리더니 와글와글 요란했단다. 그런데 비 내리고 나니 찬바람이 엄청 불고 개구리 노래도 다시 끊겼단다.
 

아침 나절이면 창문 앞에 마른 풀 씨앗을 먹으러들 오는 것인지

참새만한 작은 새가 떼를 지어 몰려와 땅 위를 퐁퐁 뛰기도 하고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르르 날아오르기도 한다.

색깔이나 크기는 얼핏 참새처럼 보이지만

뒤통수 쪽으로 갈수록 깃털이 부풀어 노랗고 하얀 속이 보이는 머리장식이 특이하다.

수민이더러 새가 내려앉았다, 날아올랐다 할 때마다 나뭇가지가 흔들거린다고 한 번 보라고 했더니

깔깔대며 하는 말,

- 정말 그래요, 엄마.  나뭇가지가 깜짝 놀랐나봐요!

 

 아궁이에 불때기를 게을리한 어느 날 아침,

퍽 식어서 온기가 간신히 남은 구들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니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또 달라보였나보다.

- 엄마, 나뭇가지가 추워서 벌벌 떨고 있어요.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나뭇잎도 벌벌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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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2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들은!! 수민이 멋져!

hsh2886 2007-01-2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력이 끝내 주네요!!!
창의력덕분에 시를 써도 될듯....
 

전에는 일단 앉아서 몸을 뒤로 돌린 후 엉금엉금 기어내려오던

문턱이나 낮은 계단을 옆에 있는 무언가를 붙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걸어서 내려온다.

아주 낮은 경우에는 그냥 걸어내려오기도 한다.

 

이제 겨우 바이바이를 하기 시작했는데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이 아니라

팔을 접어서 팔꿈치를 어깨높이로 들고 위아래로 흔드는 매우 특이한 동작이다.

도리도리도 온 어깨와 목을 같이 사용하는 듯한 격렬하고도 우스꽝스런 모습인데,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인사말을 듣지 않으면

 "형님!"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한 포즈로 아침인사하는 누나에 버금간다.

누워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김없이 달려와 먼저 손가락으로 눈을 후벼파고

입을 벌려서 물어뜯을 듯이 다가오지만 뽀뽀만 얌전히 해주고 웃다가 간다.

 

요즘 죽, 밥, 배,사과,동치미 무 등을 먹고 있어서 이제 아기 똥이 아니라 냄새나는 똥이 되었다.

먹는 양은 정말 얼마 안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낮잠도 한 시간 정도 한 번 자고나면 안 자는데 밤에 잠드는 시간도 점점 늦어진다.

8시 언저리에는 잠들던 태민이와 9시 언저리에 잠들던 수민이가

요즘엔 10시 쯤은 되어야 잠이 들곤 한다.

일어나는 시간도 7시 언저리에서 8시 언저리로 늦어지긴 했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난 좋다.

 

아무래도 젖이 적은지 우유를 하루에 두 번에 걸쳐 150밀리리터 정도 다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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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컸겠다. 잘 먹고 소화도 곧 적응이 되겠지. 영우도 이유식하고 우유는 깨어있을때 두번 정도 먹는데 자기전이랑 자다 깨서 먹는 양이 있어 아직 꽤 먹고 있네. 슬슬 우유병 떼려고 맘먹긴 하는데 양을 줄이기가 쉽지 않네...애써.
 

혼자 놀다보니 역할놀이를  자주 한다.

엄마는 패즈(만화영화 캐릭터로 펭귄이다.), 동생은 캐즈라고 하고 자기가 엄마하는 게 좋단다.

엄마가 되어서 하는 말

- 패즈야, 글자 읽을 수 있니? 그림책 좀 읽어주렴.

- 패즈야, 배고프다. 밥 좀 줘.

그러면서 내가 무심결에 반말을 하면 엄마한테 존대말하라고 나무란다.

어떤 날은 의사가 되어서 인형들 눕혀놓고 침도 놓고

신데렐라나 나쁜 계모가 되어서 대사를 읊기도 한다.

어제는 산타할아버지가 되어서 엄마,아빠, 태민이에게 집에 있는 장난감들로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먹보답게 요리사가 되는 것을 즐긴다.

지퍼달린 길쭉한 필통을 열어서 머리에 뒤집어쓰고 앞치마 하나 두르고

자주 해오는 요리가 바로 딸기요리이다.

처음에는 딸기를 좋아해서 언제쯤 딸기를 먹게되느냐고 날마다 물어보는터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 날 그 딸기요리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수민이가 만드는 딸기요리의 재료는 혜림이와 동희언니에게서 선물로 받은

쌈지의 캐릭터 딸기저금통의 빨간 머리였던 것이다.

장난감 칼로 딸기 머리를 슬근슬근 써는 시늉을 한 끝에 완성되는 수민이의 딸기요리,

으~, 그 동안 내가 먹었던 딸기요리가 갑자기 엽기적인 음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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