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누나가 한 달 쯤부터 보던 그림책(작은 이모가 사주신 미피시리즈)을 큰엄마가 보여주었더니 

누나가 그랬던 것처럼 팔다리를 버둥대면서 눈을 휘둥그래 크게 떴다. 

천장에 모빌을 달아놓으면 호기심 많은 형이 아기 주위에서 얼쩡거릴까봐 못하고

또 그림책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따라하다가 얼굴에 책이라도 떨어뜨릴까봐 형이 없을 때만 보여준다. 

두 달이 지난 요즘, 밤에는 서너 시간 마다 한 번씩 일어나 젖을 먹고 

낮에는 제법 오래 깨어 놀다가 두세 시간씩 잔다. 

사람과 눈을 맞추고 옹알거리면서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 바람에 

눈과 눈 사이에 굵은 주름이 졌다. 

태어날 때는 울음소리가 엄청 컸고 배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 역시 크게 울었는데 

점점 울음소리가 작아지더니 힘없이 앵앵거리는 듯 하다가 

며칠 전부터는 급기야 배가 고파도 소매 끝 자락만 빨고 낮게 칭얼거릴 뿐 울지 않는다.  

허벅지에 살이 오르면서 힘도 좋아져서 빈 방에 혼자 눕혀놓으면 곧잘 차고 올라가 

허리 밑에 베개가 있기도 하고 머리 맡 벽에 머리를 찧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기 머리 맡에서 누나와 형이 놀다 넘어지거나 해서 다칠까봐 이부자리를 벽에 붙여놓았다.) 

형은 아기가 울기만 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코에 코를 맞대고 냄새를 맡는건지 뽀뽀를 하는건지... 

처음 며칠은 아기라는 존재가 없다는 듯이 울어도 쳐다보지도 않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더니 

다음엔 천천히 다가가 얼굴을 맞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요즘 형은 모든 음식이나 물건을 먼저 냄새를 맡아보고 먹거나 가지고 노는 까닭인가보다. 

나름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인 듯도 한데 다행히도 그 밖에 다른 해꼬지는 하지 않는다. 

보름 정도는 아기가 젖을 먹으면 내려놓고 자기랑 누워서 자자고 소리지르며 엉엉 울곤 하던 형이었는데 

다음엔 젖을 다 먹일 때까지 참고 옆에 앉아서 자기를 안아 줄 차례를 기다렸고  

시간이 더 지나자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되어 젖을 먹이거나 말거나 혼자 놀고 혼자 잠들게 되었다. 

누나는 "귀여워"를 연발하면서 기저귀를 갈 때 손을 이부자리 밑에 넣어 따뜻하게 데운 다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아기 다리를 아주 살짝  잘 들어올려준다. 

새 기저기와 물티슈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엄마가 방 밖에서 다른 일을 할 때면 아기가 차 낸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칭얼거리면 얼러주고 옹알거리면 대꾸를 해주며 동생을 잘 돌보아준다.  

아기는 모유만 먹으니 황금색 똥을 예쁘게 잘 누고 있다.

재민이가 셋 중에 가장 순한 덕분에 밥도 제 때 먹고  밤에도 잘 자고  

완전히 포기하려 했던 책을 몇 줄 읽을 수 있는 날도 있다. 

다만 무척이나 가물어서 물이 잘 안 나오는 바람에  

빨래는 아빠가 출퇴근 길에 들고 다니시며 해가지고 오시고 

재민이 목욕도 일주일에 한 번이 고작이고 엄마는 씻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 사람이 머리만 감아도 물이 똑 떨어지니... 

아랫마을에서 물통에 길어다 독에 채워놓은 물로 밥하고 설겆이 하고 

화장실도 큰 일 봤을 때만 물을 내리니 물이 소중하다는 것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  

장만해 놓은 장작이 충분하고 거실에는 난로를 하루종일 피워놓아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아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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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1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민이가 잘 자라고 있군요. 모유만 먹는다니 얼마나 복받은 아기예요.^^
형아랑 누나가 잘 돌봐주고 있군요. 엄마와 같이 셋째를 키우는 풍경이 아름다워요.
우리가 물을 너무 헤프게 쓰죠~ 그렇게 아끼며 살아야 하는 건데!

조선인 2009-01-1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가 정말 의젓해요.

미설 2009-01-1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싶기도 하고 이제 싶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 무럭무럭 쑥쑥 따뜻하게 지낸다니 다행이고 물 아껴써야 겠네요.

2009-01-14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1-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아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어서 단비가 내리기를 바래봅니다.

2009-01-15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01-1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동생 돌보기는 누나가 최고예요.
지리산에서는 물이 그 정도로 귀하군요.
아기 목욕도 시켜야 할 텐데 많이 불편할 것 같아요.

2009-01-1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