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큰딸 세은이는 친구들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는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갑에 세은이 이름으로 만든 직불카드와 문화상품권 2장과 돈을 챙겨갔는데 오후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문화상품권은 사용하지도 않았고 있는 돈으로 우동 사먹고 거의 오락게임에 다 써버린 것을 알았다. 필요한 것에 쓰지도 않고 돈을 아무렇게나 오락게임에 다 써버린 것을 야단치면서 ‘어린이를 위한 경제알림장’ 책을 읽어보도록 했다.
주인공 은채는 우리집의 세은이랑 같은 12살이다. 은채는 갖고 싶은 것이 많아 사둔 것도 많다. 쇼핑으로 돈을 많이 쓰다가 신용카드가 정지될 뻔한 이모가 달라지고 은채에게 경제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은채가 엄마 심부름도 하고 이모가 알려준 대로 용돈을 모으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모와 은채의 대화나 생활이야기를 책을 읽는 상대에게 이야기하듯 들러주는 글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읽고 이해하기가 쉽다. 또 경제용어 설명도 이야기하듯 적어두어서 많은 경제용어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것을 ‘시장 균형 가격’이라고 알려준다. ‘브랜드 가치’에 대한 것도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의 신발을 살 때는 꼭 브랜드를 따지곤 한다. 그만큼 브랜드제품은 가격이 비싸지만 튼튼해서 오랫동안 새것처럼 신을 수 있다.
은채는 이모를 따라 대형할인마트에도 가고 백화점에도 간다. 백화점은 고객이 쇼핑을 오랫동안 하게 하기위해 시계를 없애고 창문을 없애고 건물 가운데에 에스컬레터를 설치해서 에스컬레터를 타면서도 진열된 상품을 보게 했고, 할인은 일년에 4번 재고품 처리를 위해서 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난 백화점 쇼핑을 할 때 전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런 상술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며칠 전 여동생은 대형할인마트에서 커다란 주스 두병과 피자와 비스켓을 사왔다. 쇼핑가방도 큰 것을 사왔는데 그곳은 오픈시간인 10시면 쥬스와 빵이나 도너츠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대형할인마트에는 가끔씩 문을 닫는 시간 가까이면 떨이상품이 나오고 회초밥은 포장해두고 4시간이 흐르면 반 가격에 내 놓는다. 꼭 필요한 물건이 이벤트로 더 싼 가격에 사은품까지 끼워 팔 때면 꼭 사게 된다. 사은품은 더 얻어야 적성이 풀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계산을 할 때는 할인쿠폰이나 적립카드를 사용하고 현금영수증도 받아둔다. 신용카드 이벤트가 있으면 사은품도 받고 하기 때문에 난 내 나름대로 경제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모는 은채에게 용돈기입장을 사용해보라고 했다. 용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면 어른이 된 후에도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지갑에 돈이 있으면 자꾸 쓰고 싶어지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지갑에는 최소한의 돈만 넣어두고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둔다. 꼭 써야할 것은 직불카드를 이용한다. 은채이모는 있는 돈으로 두 가지를 다 사먹을 수 없으니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소비를 할 때는 무얼 선택해야 가장 만족할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알려준다.
은채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사는 계획을 세우고 엄마가 정해준 홈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나도 우리 두 딸들에게 홈 아르바이트 목록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식사시간이면 상을 차리는 것을 서로 도와주고 있지만 다른 부탁하는 일들에도 적은 돈이라도 용돈을 주어야겠다. 그전에 용돈기입장을 먼저 사줘야겠다. 서울의 대학가에는 책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다. 난 대구에 살아서 그런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가끔씩 서점에서 여는 할인 이벤트에 참여하기에 아쉬움을 줄일 수 있다.
책의 뒤쪽에는 ‘3.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A?’ 하는 소제목이 있다. 부모님을 본받아서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 컴퓨터의 천재가 된 ‘빌게이츠’ , 열일곱살이 되자말자 하루 3달러를 받으면서 아버지회사에서 12시간씩 막노동을 하면서도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하여 현장경험을 메모하면서 자신만의 재산을 삼아 부자가 된 ‘폴 게티’의 이야기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성실성을 배웠다. 주식 투자 전문가인 ‘워렌 버핏’은 빌게이츠에 이어 세계 2위의 부자이지만 검소한 생활을 했다. 2000년부터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점심경매를 열어서 수익금을 빈민 구호 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재미난 일화이다. 스타벅스를 성공시킨 ‘하워드 슐츠’는 직원을 파트너로 알고 항상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의료보험해택을 지원하여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었다고 한다. ‘레피포터 시리즈’작가인 ‘조앤 K. 롤링’,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차별이 없다’고 말한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도 있다.
부자가 되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지금까지 한번도 불행히 살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가까운 야외나 시외를 자주 나가며 주말이면 영화도 보고 산에도 오르고 집에서 짜장라면을 삶아 먹으면서도 즐거움으로 생각한다. 아직까지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해본적도 없고 신용카드로 돈을 빌려본 적도 없다. 하지만 저축을 많이 하지 않아 앞으로는 아이들이 용돈기입장을 사용할 때 나도 제대로 가계부를 사용해보려고 한다. 가계부쓰기를 시작하다가 그만둔 게 몇 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에게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하면서 진작 내가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인 것 같다. 나의 두 딸도 이 책을 읽고 용돈기입장을 쓰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