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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오래전 작가인 항상복님의 [배려]를 읽고 크게 감동하여 또 읽고 다시 읽어 3번을 읽었다. 한상복님의 새로운 책이 '재미'이다. 제목 아래에는 "재미가 있다면, 우리의 내일은 더욱 설렐 것이다." 라고 적혀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나 혹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할 때면 "요즘 무슨 재미로 사니?" 하고 물어온다. 또 "넌 행복하니?" 하는 질문도 받는다. 난 누가 그렇게 물어오면 "응, 난 행복해. 두 딸이 엄마맘을 너무 잘 알아줘서 좋구, 남편도 날 잘 이해해줘." 하고 답한다. 사실이다. 남편과 난 어려서 5살 때의 소꼽친구로 서로 마주보고 살았다. 그때는 대구유치원이 대구탁아소로 우린 손잡고 탁아소엘 다녔었다. 지금도 탁아소의 생활을 떠올리면서 나란히 마루바닥에 누워서 이불을 덮고 낮잠을 자는 시간이 있었던 것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낮잠자는 우리를 지키는 아이도 따로 두었던 것도 떠올리곤 웃는다. 점심도시락을 싸 다녔었는데 가끔씩 밀까루 수제비를 해주어 잘 먹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 남편과 결혼을 하고 3년을 더 직장생활을 하던 나는 남편과 주말이면 영화보러 다니고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큰 딸을 낳고도 다시 여행을 다녔고 둘째를 낳고도 여전히 포항 북부해수욕장을 찾기도 하고 경주 보문단지며 가까운 곳으로 즐겁게 다니려고 국도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이 재미고 행복이다.
어린 딸아이와 엄마 그리고 새로운 직장에 다니는 아빠는 1년이 조금 넘게 다니다가 다른 직장을 옮기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이 가족의 생활이 각 개인적이면서 시간적인 연결을 하며 일기를 적듯 적혀져있다. 아빠가 말하는 자신의 하루, 엄마가 말하는 자신의 하루, 또 아이가 말하는 자신의 하루가 반복되면서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가끔씩 세 사람의 블로그 화면이 보여지고 그곳에는 스크랩한 글이나 자신의 생각이 올려져 독자가 비공개글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스킨은 본인의 블로그엔 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빠는 '짜증만땅의 블로그'란 이름으로 보여줬다. 엄마의 블로그는 '매일 행복해'의 블로그, 아이는 '눈물새의 블로그'이다. 엄마의 블로그에는 DSLI 카메라가 스킨으로 보여진다. 아이의 블로그에는 우산을 쓴 아이의 모습이 있다. 새로운 회사로 스카웃되어 갈지도 모르는 아빠의 이야기는 어찌 처음부터 불안했다. 엄마는 친구들을 만나 아이들 교육을 위한 정보를 교환하려고 만나지만 하나같이 자신들 자랑이나 새로산 명품이야기뿐이다. 폭발할 것만 같은 심정은 동생이 권하는 카운슬러를 만나러 가게된다.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한다.
여기에도 친구 아들이야기가 나온다. 친구아들은 못하는게 없다. 엄마들 모임에는 그런이야기가 많다. 여기에서는 친구아들은 아빠의 후배로 전임팀장이다. 쿡쿡쿡..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육아교육이나 아이들 키우는 도움서로 '화내는 엄마',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부모와 대화법' 등 많은 제목을 보게된다. 10년 전 즈음인가. '2분마다 소리치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본적이 있다. 미운3살, 미운7살 이란 아이들은 지독히 고집이 쎄고 엄마를 괴롭히다 못해 포기하고 울어 버리게도 한다고 한다. 난 다행히 두 딸이 지금껏 한번도 엄마속을 아프게 하질 않았다. 아주 어려서 나도 아이에게 소릴 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육아교육서를 읽고 바로 하루아침에 내 성격을 바꿔 버렸다. "내가 왜 나의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소리를 왜 질러?" 이런 마음은 지금껏 아이들을 이해하고 먼저 질문하고 칭찬하는 가장 멋진 엄마(아이들이 말하는)로 변했다.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가 자꾸 아이에게 나타난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아이의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감이 할머니를 나타나게 한 것같다. 아마 그림에 항상 아이가 가지고 있는 못난이인형이 할머니가 아닐까? 아이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 것을 보기 싫어서 나쁜 아이에게 야단을 치기도 하고 학급 반장인 영우랑 친해서 함께 수학공부를 하기도 하고 열심히 산다. 가끔씩 엄마와 아빠의 다투는 모습에 질려서 자주 눈물을 흘리고 비밀일기에 엄마, 아빠가 자신의 엄마, 아빠가 아닌 것 같다는 글을 쓰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난 어른들보다 아이가 더 걱정이었다. 왜 어른들은 자신만 아는 것일까? 난 혹 아이들에게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힘들 게 하는 적은 없었을까? 이틀 후면 학기말고사가 있는 둘째는 "엄마, 시험 못치면 야단치실거예요?" 하고 질문해와도 바로 답해준다. "아냐, 엄마가 언제 너희 야단친적 있었니? 그냥 공부해서 시험도 쳐보고 그래도 결과가 안좋으면 할 수 없는 것이지.. 시험 다 치고나면 잊어 버려. 그리고 영화나 보러가자." 아이가 만난 할머니는 '수학은 삶이야. 사칙연산을 봐라. 제일 먼저 덧셈.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족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더하게 되지. 그래서 조금씩 발전하는 것야. 배울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누구한테서든 덧셈할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단다. 이 얼마나 즐거운일이냐? 그리고 뺄셈, 뺄셈이 정말 중요하단다."(p65) 라고 말하며 욕심을 빼는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뺄셈이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정말 멋진 말이다. 난 이 곳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나중에 프린트해서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내 책상앞에 붙여두려한다.
책의 3분의 1정도를 지날 즈음에 아빠의 블로그 이름이 바뀌었다. 웃는 모습이 담긴 스킨의 블로그는 '재미있게 살자의 블로그'이다. 자전거 함께 타는 동호회에 가입한 아빠는 동네 아줌마들과 몇 남자들과도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재미에 빠져든다. 아이가 독서골든벨에서 일등을 해서 휴대폰을 바꿔주고 엄마는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DSLI 카메라를 샀다. 적금을 타자말자 그렇게 사고 아빠에겐 새로운 자전거도 선물한다. 우리집에도 DSLI 카메라가 있다. 2년전에 구입했고 지금도 잘 쓰고 있다. 가끔 출사를 나가지만 남편을 따라 가까운 시외로 나갈 때는 동영상도 되는 작은 디진털 카메라를 들고 간다. 나의 블로그 이름은 '미야의 작은책상'이다 나의 블로그에는 여행이야기도 담겨있고 책서평글도 있고 이런저런 수다글과 스크랩된 글들이 가득하다. 가끔 커뮤니티에 가서 엄마들과의 수다를 떠는 자유게시판에 나의 여행이야기나 생활이야기를 올리면 많은 덧글에는 '생활이 너무 즐거워보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착해요.', '남편이 얼마나 좋은지.. 아직도 신혼같으세요.' 등 등.. 많은 글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직장을 가지게된 엄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습지 방문 선생님이 되어 차츰 자신의 아이도 이해하게되고 날씬하고 멋진 모습으로 변하게된다. 아빠도 갑작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로 처음 직장에서 인정받고 탄탄한 길을 가게된다. 그러다가 있는 돈을 아이친구네에 투자했다가 모두 털어먹고는 다시금 서로를 원망하며 싸우게된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야.' 엄마와 아빠는 어느새 화해를 하고 아이랑 함께 자전거 여행을 간다. 오래전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필름 넣는 카메라를 찾아들고 사진도 찍는다. 아마 좀 더 지나면 아빠가 깨트린 DSLI 카메라를 다시 선물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아내도 다시금 사진찍으러 다니는 동호회 활동을 다시 재기할 것 같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욕심을 버리고 아이는 좀 더 많이 편해진다. 그리고 행복함을 느낀다. 나의 둘째딸 세빈이가 학교에서 가정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오늘 문제집을 풀어보면서 신나게 서술형 문제에 답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만들어진다고해요. TV드라마인 '너는 내운명' 처럼 말이죠"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데는 누구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난 그래서 오늘도 노력한다. 언제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지만 난 "언제나 오늘만큼만 행복하면 좋겠다" 하고 외친다.
기억남는 글 P193
재미는 잠겨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여는 비밀의 열쇠이자, 세상을 앞으로 움직익 하는 에너지원이다. 세상 모든 새로운 것들이 재미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재미는 창조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