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보이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4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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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진 작가의 <선량한 시민><230일생>을 인상 깊게 읽었다.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 푹 빠져들기도 했고. 새롭게 시도되는 로망 컬렉션에 김서진 작가의 이름이 보였다. 로맨스보다는 스릴러 소설 쪽이 더 어울려 보이는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

 

아나운서 은영은 새벽 라디오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바닥을 기는 청취율을 높여보고자 새벽에 청취자들과 전화 연결을 한다. 월드컵 스페인전이 있었던 토요일 새벽. 자신의 이름을 천온희라고 소개한, 목소리가 어리게 들리는 남자와의 전화. 자신의 직업이 마법사라며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법을 써서 꽃을 보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다.

 

은영은 한 남자와 연애 중이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편하고 적당한 관계다. 같은 방송국에서 자주 부대끼며 연애하는 사이지만 어쩌다 비밀연애가 되어 버렸다. 갑작스럽게 결혼을 한다는 정우와 이별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집에 귀가한 은영은 아무도 없는 자신의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꽃다발을 발견한다. 언젠가 새벽에 어느 청취자와의 통화가 머릿속을 관통하고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정우와의 이별에 상처 받은 은영이 온희를 만나면서 또 다른 세계에 눈을 뜨고 어느새 온희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은영이 온희와 보냈던 시간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보여주는 진심이 느껴지던 순간은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을 거다. 아니, 믿었다. 은영에게 남은 건 마법 같던 온희와의 시간이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은영이 아프다.

 

아스라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다. 온희의 존재가, 남겨진 은영이가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짧은 시간이었어도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준 온희와 은영이라 어디에서도 행복하길 바라본다. 서로 마주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긴장감들이 조금 사라졌지만 곧 화끈한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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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5
전아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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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 작가의 책, 참 오랜만이다. 통통 튀는 젊은 감각으로 맛깔 나는 글을 보여준 터라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의 책이라 기대는 컸다. 게다가 새롭게 시도되는 로망컬렉션 중에 하나라고 하니 말해 무엇 할까. 일부러 찾아보는 로맨스 소설이다. 문학계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쉬운 일 같지 않은데 그만큼 기대하는 바도 컸고 호기심도 넘쳤고 정말 궁금한 마음에 냉큼 데려와 읽기 시작했다.

 

24시 해장국 집의 tv에선 뉴스가 나오고 있다. 가게 주인 김 노인은 어제 발생한 의문의 사망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백주대낮에 어떤 노인이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었다. 노인의 품에서 나온 지갑에서 일주일 전 실종신고가 접수되어 있는 대학생 황종민의 신분증이 발견되었다. 죽은 노인과 실종된 대학생의 관계를 추적하던 중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죽은 노인의 지문과 실종된 대학생 황종민의 지문과 DNA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어떤 초라한 노인이 가게 주인 김 노인에게 밥값 대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미인도()라는 섬에 관한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몽환적이고 흐릿한 분위기에 휩쓸려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워낙 좋아하는 분위기였고 얇은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미인들만 모여 산다는 섬에 둘러싼 비밀은 흥미로웠다. 마지막 반전(?)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조금 얼얼한 기분이었고. ^.^ 애증과 비밀로 점철된 미인도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질투가 만연한 그 곳에서 만난 여인들. 그리고 그 여인들을 사랑하는 남자들.

 

문학과 장르 소설의 경계가 모호하다. 하찮고 비루한 나의 소양으론 감히 뭐가 어떻다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는 정말 반갑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생각도 들고. 로맨스와 재미도 있고 느끼는 바도 있으니 이 쓸쓸한 계절에 딱 어울릴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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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늑대 1
김신형 지음 / 청어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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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크로포트. 그녀는 용병이다. 동양인의 작은 체구로 용병 같은 거친 일을 할까 싶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일을 마치고 휴식도 가지기 전에 레인에게 두 가지 임무가 떨어진다. 하나는 자신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경호 업무와 하나는 오래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임무였다.

 

의뢰자의 경호 업무를 시작하기로 한 첫날. 호텔에서 마주한 그는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이름마저 성서에 나오는 천사 중에 하나인 가브리엘서머셋이었다. 외모부터 행동까지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는 이 남자의 경호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레인은 걱정만 태산이다.

 

하나씩 드러나는 가브리엘의 비밀에 레인은 미묘한 끌림을 감지한다. 죄책감 속에 살았던 지난날의 과거가 레인에게는 지옥과도 같았다. 죄책감이 옅어질까 목숨을 내걸고 전장을 누볐다. 금발의 푸른 눈동자를 지닌 가브리엘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생김새는 완전히 달라도 레인은 그와 동류(同流)라는 걸 느꼈는지도 모른다.

 

서로 필요한 목적에 의해 만났다. 처음 만남이야 불편했을지 몰라도 같이 지낼수록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어 설탕처럼 달콤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게 1권의 전체적인 내용이라면 2권은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죄책감과 구원 그리고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1권이 가볍다는 소리가 아니고 서로가 서로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금 다르지만 묵직하게 죄어오는 긴장감에 푹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김신형 작가의 신작이다. 군사물에선 단연 으뜸이라 연재 중이던 때부터 기린목이 되도록 기다렸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나의 작품에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 했던 욕심이 책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브리엘에게 사나운 늑대를 기대했는데 덜 사나워서 그런지도 모르고. ^.^; 그래도 내여자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남자는 격하게 환영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믿고 보는 작가의 신작이니 즐기기엔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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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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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은 점점 커진다. 신작 소식에 설레는 마음도 커지고. 기대한 만큼의 만족도를 언제나 만끽하게 해주는 작가라 애정하기도 하고. <악인>을 능가한다는 광고에 어찌 참을 수 있으랴. 정유정 작가의 추천사는 호기심을 폭발하게 만들었고 느긋하게 읽고 싶은 생각에 여름휴가까지 기다렸다.

 

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되었다. 야마가미 가즈야. 1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름이다. 용의자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증거는 있지만 사건은 오리무중. <분노>의 시작이다. 시작 이후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요헤이와 아이코 부녀, 떳떳하게 게이라고 밝힐 순 없어도 주위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유마, 오키나와로 야반도주한 이즈미와 이즈미의 엄마, 1년 전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는 형사 기타미. 그리고 이들 앞에 나타나는 남자들. 다시로, 나오토, 다나카라 불리는 남자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들이 <분노> 속의 주인공들이다.

 

처음엔 살인사건을 쫓으며 범인을 찾아내는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인줄 알았다. 살인사건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분노>의 중심은 살인사건이 아닌 주인공들을 둘러싼 믿음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은 중요하다. 얼마만큼 믿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가 많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분노> 속 주인공들은 다시로, 나오토, 다나카를 만나며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그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친분을 쌓으며 같이 쌓게 되던 믿음이 깨지게 되는 순간, 이들의 관계도 산산조각 난다. 한낱 가벼운 유리병처럼 와장창 깨지고 만다. 가볍지 않은 관계라 생각했는데 무너지는 건 순간이더라.

 

개인적으로 <악인>을 능가한다는 이야기에는 손을 들어주지 못하겠다. 몇 년 사이 취향이 변한 건지도 모르고. 솔직히 미스터리가 조금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미스터리 소설 범주에 넣기도 애매하고. 순문학에 양념처럼 보여서?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요시다 슈이치라서 뭐가 되었든 엄지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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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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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두툼한 볼륨과 노란색 표지의 책을 받아 들고는 처음 했던 생각이 제목에 대한 것이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검찰인데 그쪽 측의 죄인이라고? 이런 모순도 없을 텐데. 무언가 아리송한 느낌에 고개가 갸우뚱. 무엇보다 믿고 보는 번역가님의 책이니 두말없이 시작했다.

 

노부부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마쓰쿠라가 지목 된다. 베테랑 검사인 모가미는 마쓰쿠라와 대학시절 만났던 적이 있었다. 모가미가 대학 생활을 하며 지내던 하숙집의 딸이었던 유키의 살해사건 용의자로 만났었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는 끝나 버렸는데 다른 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힌 마쓰쿠라. 마쓰쿠라는 억울한 누명이라며 호소하는데 모가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새내기 검사 오키노는 우러러 볼 수 있는 선배(?)라고 생각했던 모가미 검사 밑에서 본격적인 검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노부부 살해사건에 투입되면서 마쓰쿠라의 심문을 하게 된 오키노. 정황상 증거는 충분한데 실질적인 증거 부족으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두 명의 검사가 하나의 살해사건을 두고 다른 입장을 고수하며 이야기는 끝을 향해 내달린다.

 

살해사건을 둘러싼 범인 찾기가 표면적인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검찰 측 죄인>은 원죄原罪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마쓰쿠라가 교묘히 법망을 피해 죗값을 치르지 않고 공소시효가 끝나 버렸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 죗값을 물기 위한 방법이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모가미는 이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답을 내놓는다. 정의 실현이라고 하고 싶지만 미적지근한 기분은 뿌리치기 힘들다.

 

무엇 하나 시원한 게 없다. 내내 씁쓸하고 안타깝고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올바른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에 살면서 느껴지는 답답함이다. 씁쓸한 여운에 한동안 멍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었다. 여운이 두께를 따라가는 건가하는 잠시 엉뚱한 생각도 했더랬다. 두께에 놀라 지레 겁을 먹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정말, 아주 오랜만에 본 일미이기도 했고. 아무튼 만족스러워서 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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