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훈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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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여신 소리 들으며 사람들이 찬양해 마지않던 세진이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여유롭던 일상에서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던 세진은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DSB 라디오 9년차?? PD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던 세진에게 뜬금없는 날벼락이 떨어진다. 어릴 때부터 라이벌 관계로 점철된 원수 같던 그 녀석. 지금 세진이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쟁작 프로의 PD 김 준! 절대 마주치기 싫은 인물이기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녀석이다. 하지만 세진에겐 그 녀석을 피할 방법이 단 하나도 없다.

 

완벽한 일처리로 뭇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DBS 방송국 라디오 CP로 입사했다. 라디오 국장의 탄탄한 지원 아래 청취율 바닥을 달리고 있던 세진의 프로를 맡게 된 김 준. 그리고 어쩌다 목격하게 된 세진의 이별 장면. 남자가 떠나고 난 뒤 답지 않게 눈물을 뚝뚝 흘리던 세진이 눈에 들어온다.

 

답지 않은 세진의 눈물 때문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쌓여왔던 적대감이 순식간에 녹아내린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준도 몰랐던 그 사이 세진은 어느새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건지도. 승부욕에 불타는 라이벌이자 친구 관계였지만 동등한 친구에서 남자와 여자로 변모하는 순간 일상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에 비해 세진과 준은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그 순간을 받아들인 것 같다.

 

이야기 초반, 살짝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하게 날을 세우는 세진의 신경 줄에 덩달아 나까지 예민해졌고 세진에 대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준의 감정도 조금 애매해서 이야기 중반까지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건 분명 취향의 차이!!!! 개인적으로 재미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평범한 소재여도 충분히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아이러니덕분에 차기작이 궁금해지긴 했으니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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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프
주성우 지음 / 로코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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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버플로가 해체한 지 딱 5년 되는 날이자 인터넷 팬 카페 오버플로를 기다리는 사람들개설 5주년이 되는 날. 카페 매니저인 문정은 오늘 정모에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Aan'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신입 회원은 몇 년이 지나 아무도 찾아보지 않는 문정의 게시글까지 찾아 읽으며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댔다. 문정은 이 자신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다. 정모 참석 명단에 앤의 이름이 올라왔을 때부터 문정은 이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문정의 앞에 나타난 앤은 문정이 생각했던 그 이 아니었다.

 

문정은 밴드 오버플로의 멤버 크리스를 좋아했다. 한 때 이별에 대한 상처와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도망치듯이 떠난 미국에서 오버플로의 공연을 따라 다니며 사생팬(?)을 자처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비밀 같았던 일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한 비밀이었는데 과 마주하자 그 비밀들이 순식간에 파도처럼 덮쳐와 문정의 앞에서 흩어지기 시작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그랬다. 문정은 약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입 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 약자가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문정은 그러지 않았다. 한 발 물러서며 방관하듯 바라보는 담백한 시선과 감정에 문정은 약자가 아닌 그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빌리프, 확신. 문정에게 사랑은 믿음 그 하나였던 것 같다. 문정이 사랑한 남자는 확신을 주기엔 위태로운 사람이었다. 그도 처음에는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다. 서로 처음의 시작은 많이 불안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깊어질수록 믿음은 굳건해지고 사랑은 더욱 더 단단해졌다. 문정과 문정이 사랑한 남자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던 건 전부 서로를 믿고 확신했던 그 마음 때문인 거다. ‘흐르는 대로 맡긴 것이 아니라 흐름을 거슬러 선택한 것그게 문정과 그라서 가능했던 거라 믿는다.

 

장마로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던 날, 온몸에 들러붙는 과한 습기에 짜증이 날만도 했는데 빌리프덕에 한껏 상쾌해져 촉촉하게 젖어갔다. ‘재밌다보다는 좋다라는 게 내가 느낀 감상이다. 재미를 떠나 좋고 좋은, 마냥 좋은, 그저 좋은 글.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여운에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 결말은 완전히 꽉 닫힌 해피엔딩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기도가 정말 간절해진다. 휘몰아치듯 격정적인 글도 좋지만 단물 쏙 뺀 덤덤하고 담담한 이런 글이 때론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딱 그만큼이어서 마음을 둥둥 울리는 그런 글. 그래서 좋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그래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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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처방이 되나요?
최준서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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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동생 뒷바라지에, 어깨에 무겁게 실린 생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꽃띠의 나이에 청춘을 즐길 사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더더욱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버지가 운영하던 약국을 물려받게 된 지완.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이라곤 빚더미와 초라한 약국뿐이었지만 지완은 아버지가 밉지 않았다.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랐기에 빚 때문에 늘 각박한 생활이었어도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개차반 건물주가 나타난 뒤로 팍팍하지만 평화로웠던 지완의 일상은 꿈결처럼 사라져갔다.

 

꺼내는 말마다 어찌나 까칠하고 밥맛없는지 있던 정도 뚝 떨어지게 하는 남자, 이 강우. 좋은 일은 아니어도 자꾸 만나다 보면 미운 정도 쌓이기 마련인데 이 남자와의 관계는 정말이지 수월하지 않다. 갑을 관계에서 철저한 갑의 위치인 건물주이니 이 남자 앞에 서면 늘 죄인 같은 기분. 게다가 동생이 건물주가 끌고 다니는 고가의 외제차 문짝을 부숴 버렸다. 갑자기 오른 약국 임대료도 부담스러운데 차 수리비까지. 이 총체적 난국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특색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다. 별다른 꾸밈도 없고, 과한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호수 같은 잔잔함이 전부인 그런 이야기. 하지만 그 잔잔함이 제일 큰 무기가 되었다. 내 마음을 사정없이 콕콕 찌르고 저미고 결국엔 너덜너덜. . 이런 잔잔함이라면 두 팔 벌려 격하게 환영하고 싶다. 절대 내 것은 아닌데 어루만지고 다듬어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기분이라면 짐작이라도 되려나. 읽고 나서의 이 여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비루하고 못난 나만 탓하고 싶을 뿐.

 

 

연재 때 정말 열심히 따라가며 빠졌던 이야기였는데 작년 봄에 끝난 이야기가 감감 무소식이라 많이 애태워했다. 갑작스런 출간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제일 먼저. 강우씨를 다시 볼 수 있단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잔잔한 이야기에 따뜻해지는 말랑말랑한 마음. 온 세상이 분홍분홍 할 것 같은 기분에 엄마미소는 절로. 나른하고 따스한 봄날, 더없이 충만해진 감성으로 이 계절을 즐기고 싶다. 사랑을 처방 받은 강우씨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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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를 견디는 법
언재호야(焉哉乎也) 지음 / 다향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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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포주의

 

팍팍하고 고된 일상에 경훈은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다. 비루한 일상에서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 믿었다. 그것은 헛된 착각이었고 멀어져버린 경훈과의 관계에서 도망치듯이 고향집으로 내려간 혜진. 아버지와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집에서 그녀를 반기는 것은 생판 처음 보는 낯선 두 남자였다.

 

가족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우스운, 엄마라는 사람이 집을 팔아 버렸다. 당장 갈 곳이 없어진 혜진은 아버지의 집을 차지하고 있던 남자에게 무작정 사정을 했다. 우아하고 단정하게 생긴 남자는 혜진에게 제안을 한다. 이 집에 묵을 사람이 몸이 불편하니 간호할 사람을 구할 때까지 집에 머무르며 그 사람을 돌봐주기를 원하는데 혜진은 낯선 남자와의 동거 아닌 동거 외에는 작금의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목수였던 아버지가 만든 나무소파에 누워 시체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이진우라는 남자. 어쩌면 분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남자의 차림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적막하지만 평화로운 시골 풍경과 저 남자와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잘난, 그러나 이상한 남자와 한 집에서의 생활이 걱정되는 혜진. 드리워진 앞날이 깜깜하기만 하다.

 

진한 농도로 녹여낸 씁쓸함과 퍼석하게 말라버린 혜진의 감성에 젖어들기엔 살짝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철벽은 아닌데 상처 많은 그녀가 세우는 방어벽이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고, 차츰 빠져들었고, 종국에는 나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에 울컥해졌다. 따뜻한 온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지냈던 그녀는 진우를 자꾸 외면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자신을 알면서도 정작 다가갈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존재가 거대해서, 감히 넘볼 수준의 남자가 아니라서, 이 남자와의 로맨스는 꿈같을 수밖에 없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얼마나 허무해질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혜진은 진우에게 빠져드는 감정을 모른 척하기에 바빴나 보다.

 

시종일관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여 놓기 힘든 책이다. 이런 남자에게 늘 취향 저격당하는 나란 여자. == 제목에서 느껴지는 계절의 고독함이 책 전체에 물들어 있다. 어른들의 연애는 마냥 달콤하지 않다. 솔직히 마냥 달콤한 이야기는 또 별로고. ㅋㅋㅋㅋㅋㅋ 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연애, 진정한 어른들의 연애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냥 이대로 묻히는 책이 될까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이다. 나른한 봄날에 읽는 쓸쓸한 가을의 정취라니. 지금의 계절이 아쉽긴 해도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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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 줄게
소낙연 지음 / 다향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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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짧은 결혼 생활을 끝내고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났던 하율. 그 사람을 많이 잊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잃어버린 짐을 열심히 찾다 포기한 순간 하율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우연이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전 남편 태건우였다.

 

건우와의 첫 만남은 아버지가 하던 탐정사무소 일 때문이었다. 아버지 대신 건우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나갔던 자리가 불편했었다. 차가운 인상과 달리 따뜻한 목소리가 잔상처럼 남았다. 우연한 만남이 계속 되면서 하율은 그제야 알았다. 자신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엄마의 사고와 꽤나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건우는 하율에게 했던 지켜 줄게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묵묵히 버텼다. 천강의 개로 십수년을 살면서 유일한 위안이자 안식은 하율이었다. 처음 시작이야 어땠는지 몰라도 어느새 커져버린 감정에 건우는 익숙해졌다. 하율을 향한 이 남자의 우직한 사랑에 배가 아파지는 건 덤이다. 온 마음 다해 사랑하는 건우를 하율도 가만히 보고 있진 않는다. 하율도 열렬하게 건우를 사랑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시련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

 

큰 사건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떡밥을 풀어 나간다. 하율과 건우의 로맨스는 곁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과하지 않아 술술 읽히기도 하고. 나름 사전 조사와 공부도 많이 하신 것 같아 정성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런 사소한 부분에 감동을 하는 독자라 엄지가 저절로 척.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크게 작용을 했는지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괜찮게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날이 날인지라 뭘 읽어도 눈에 안 들어오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튼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 된다. 부디 건필해서 좋은 책으로 또 만났으면 좋겠다!




<본 서평은 '뿔미디어'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지켜 줄게>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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