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도 가끔 실수를 해요 파랑새 그림책 56
주디스 바이어스트 지음, 서애경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사전정보가 하나도 없이 구입한 책입니다.
구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ㅎㅎㅎ
공감대를 이루기 때문이겠죠? ^^;;;
작가인 주디스 바이어스트가 자신의 막내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림책을 여러권 만들었다고 하기에 그게 호기심이 동해서 구입을 했더랬습니다.

아주 칼라풀한 표지그림과는 달리 안쪽의 그림들은 단색의 선으로만 그려졌는데 제일 처음, 안쪽 표지에 커다란 괴물의 코 위에 올라앉은 소년의 표정이며 괴물의 장난스러운 눈동자가 씨익 웃음을 짓게 만드네요.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말여요.

아이가 누구나 점점 자라면서 더이상 엄마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그전엔 정말 완벽하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늘 실수를 하고 엄마가 잘 모르면서 맞다고 빡빡 우겨대고 깜빡깜빡 까먹기도 잘하고...그러는 실수투성이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아가지요.

제 아들도 지금 한창 그런 나이입니다.
"엄만 나보고 물건 잘 챙기라고 하면서 맨날 엄마도 어디다 두었는지 까먹잖아"
"그때 내가 엄마한테 이야기해줬는데 그새 다 잊어버렸단 말이야? - 유치원의 언어전달 숙제....ㅠㅠ"
"엄만 맨날 해준다고 약속만 해놓고 나중에는 하나도 안 지키고...잉잉잉...ㅠㅠ"
"엄마 똥도 냄새 디게 나는구만...으~~~"

요즘 한창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반복되는 구절인 "엄마들도 가끔 실수를 해요"를 아주 큰소리로 저를 놀리는 양 제 코 앞에 손가락질을 해대며 말을 합니다.
특히나 엄마가 크레용을 찾을 수 있다고, 바로 거기 있다고 우기시다가 결국 엄마도 찾지 못했다는 내용을 읽을 땐 "우리 엄마도 그래~~"라고 그림책에다 대고 소리를 지릅니다.
자기 엄마 말고 다른 엄마들도 그렇게 깜빡깜빡 실수를 한다는 게 아주 신이 나는 모양이예요.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내용의 절반이 넘게 차지하는 괴물이야기에 대해서는 조금 뜨악한 그런 반응을 보여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벽장속이나 침대밑에 사는 괴물, 흡혈귀, 좀비 같은 그런 괴물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서양의 아이들은 잠잘 시간이 되면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나서 잘자라는 굿나잇 키스를 한 뒤 가차없이 불을 끄고 문을 닫고..그렇게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나가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좀 다르죠. 따로 잔다고 하더라도 방문을 그렇게 닫아버려서 어둠 속에 아이를 놔두시나요?

저희집은 아직까지도 네식구가 같은 방에서 뒹굴며 잡니다. 집이 좁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어쩔 수 없이 따로 자야하는 그런 시기가 올 것이고 아이가 스스로 따로 자기를 원하여 자기 방을 마련해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네 식구, 서로 살을 맞대고 자자! 는 것이 제 주장이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책에 나오는 아이가 가지는 온갖 괴물들에 대한 환상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나봐요.

반면 엄마가 일상생활에서 저지르는 온갖 실수에 대해서는 깔깔깔 대고 웃으며 즐거워하지요.
크림치즈가 없다고 했는데 내가 찾아보니 상추 밑에 있었다...
목요일에는 이가 빠질 거라고 했는데 일요일이 되어도 여전히 이가 안 빠지고 그대로 있다...
물건 살 돈을 잘못 주었다...
내가 달걀이 든 봉지를 못 들고간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엄마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우겨대서 끝내 들고가다가 와장창 깨먹은 일이며....
알렉산더가 볼일 보고 안내린 변기의 물을 나보고 안내렸다고 야단치는 일 등등등은 진짜 맞어 맞어!!! 를 연발하면서 정말 즐거워합니다.

이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감대를 얻기보다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이질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이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보면서 다양한 괴물들이 총출동하는 환상의 세계에 대해 아주 즐거워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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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8-09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글은 조금 길어도 호흡을 조절하면서 아껴 읽게 되어요. 아아, 저도 이 책이 마음에 들어버렸잖아욧!

내가없는 이 안 2004-08-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재미있는 책이네요. 우리 아이도 얼마 전에 절 아주 창피하게 한 일이 있죠. 길을 잃어 허둥대고 있는데 녀석이 차 뒷좌석에 누워서 "어쩌나, 길을 잃어버렸으니..." 이러고 있더라구요. 어찌나 기가 막힌지 한대 박아주고 싶은 걸 꾹 참았더랬죠. 아마 우리 아이도 이 책 보면 엄청 통쾌해할 듯싶군요. ^^

두심이 2004-08-0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책보다 밀키웨이님의 리뷰가 더 재밌죠.

panda78 2004-08-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2004-08-0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수를 '가끔' 하시나봐요^^ㅋㅋ...읽어보고 싶네용.

loveryb 2004-08-1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글들을 보면 밀키님 글이 사람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아시겠죠..
저 역시 아껴 아껴 두고두고 봅니다^^

반딧불,, 2004-08-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또 추천 안 할 수가 없네요..

밀키웨이 2004-08-11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구..반디각시 휴가 다녀오셨나베요 ^^
함께 읽어 주신 분들께 모두모두 고마움의 키쑤를 전합니다.
쪼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