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학년 때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우리집은 대대손손 서울토박이 촌놈이다.
멋도 모르고 있었는데 내 짝꿍(당연히 머스마 ^^)이 집안이 충청도였는지 아버지가 두산쪽 회사를 다녀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날엔가 오비베어스 야구단 모자를 쓰고 학교에 왔다.
기억나시는가?
그 파랗고 빨간 오비베어스 모자? 아...그리워지네...^^
하여간 오비베어스 야구단 브로마이드라고 해야 하나?
감독이며 선수며 좌악~~사진 실리고 소개되어 있는 그런 책자를 가지고 왔다.
그게 무에 그리 재미있었는지 학교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끝내 짝꿍을 졸라...아니 협박 회유 반강제로 빌려서 집으로 가져가 읽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쌍둥이 구재서, 구천서 형제. 큰 이근식 작은 이근식, 학다리 신경식, 미국수양엄마를 가지고 있는 양세종, 그리고 나의 영~~원한 읍빠 박철순.
그래서 나는 오비팬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서울토박이.
당연히 아버지는 MBC 청룡이셨다. 나보고도 왠 OB? 그러시면서 청룡을 응원하라고 하시는 거다. 이런이런...지역주의의 대립이 우리집에서도 벌어졌던 것이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비사랑을 외치던 나.
거기다 원년우승컵을 거머쥔 나의 오비.
당연히 나의 오비사랑은 탄탄히 굳어져갔다.
세월이 흘러 대학4학년.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그노무 오비사랑 때문에 두산계열사에 원서를 넣고 공채시험을 보았다.
어캐어캐해서 1차 통과 → 2차 지원한 계열사 면접통과 → 3차 두산회장님 면접까지 가게 되었다.
두산회장님(그때가 박용오회장시절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아줌마의 치매....^^;;;)의 면접은 이미 소문이 나있었다.
다른 건 일절 묻지 않고 왜 지원했냐는 것만 물으시고 면접자 본인의 이름을 써보라고 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덜덜덜...떨리던지.
거기다 떨리는 목소리로 지원사유를 뭔 말도 안되는...그냥 면접 잘 보는 방법 등과 같은 책에 나오는 고리타분한 말을 늘어놓았다.
하여간 보기 좋게 낙방했는데...물론 결과야 나중에 알았지만 왜 면접 끝나고 나올 때 감이 오지 않던가? 난 그렇던디...^^
그날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던 것이
"저는 어릴 적부터 오비베어즈의 팬입니다. 오비베어즈가 좋아서 대학 시절 내내 오비맥주만 마셨고 그래서 두산에 지원했습니다."라고 말을 못했는지 그게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궁금하다.
만약 그렇게 말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었을까?
결혼을 하고 참 좋았던 것은 옆탱이 집안이 충청도인지라 옆탱이를 비롯하여 온 가족이 두산팬이라는 거. 흐흐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같이 모여 야구 경기 볼 때 응원하는 팀이 다르면 얼마나 화딱지 나는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