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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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사실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요즘은 과거형으로 바꿔야 마땅하지만)

명작을 많이 읽었다고 말할 순 없다.

물론 고전과 명작이라고 소문난 책들만 읽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진정한 독서가요, 

재미와 흥미로 판타지나 무협지에 빠져있다고 해서 책을 아니읽느니 못한 사람이 되는건 절대 아니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퇴마록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판타지,무협,만화류 경시풍조때문에, 퇴마록 같은 엄청난 작품이 그저 베스트셀러로 그쳤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보기엔 시대와 나라만 잘 타고 났다면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전세계적인 작품이 될 수 있는데.ㅠㅠ

암튼 내가 왜 처음 그런 얘기를 꺼냈느냐,

한국소설의 대가이자 거장인 조정래 작가의 한강-태백산맥-아리랑(순서가 맞나?!)을 여태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이 <허수아비춤>으로 드디어 처음 접했다.

번역된 책들을 읽어오다가, 오랜만에 한국어로 된 '제대로 된' 글을 읽으니 

정말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비단결처럼 수놓아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수려한 미사여구를 갖다붙여서가 아니다. 흔히 쓰지 않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가 듬뿍 들어있는 온전한 우리 말들, 고유어들, 또는 흔한말들을 어쩜 그렇게 아름답고 품격있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했는지. 괜히 거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완서의 소설집 <환각의 나비>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게다가 이런 격동의 시대에, 진정 작가로서 가야할 길, 관심가져야 할 주제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반발을 내딛은 그의 자세가 너무나 존경스럽고 멋졌다. 

신문기사나 뉴스로 보면 딱딱하기만 하고 그게 그말인 것 같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도, 

소설에서 등장하는 현실적인 인물들과 함께 읽어나가니 무엇보다도 흥미롭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딱딱한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때로는 이런 좋은 소설을 읽는 것이 오히려 더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원초적인 흥미를 이끌어내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가의 세태, 그들이 어둠속에서 돈다발로 조작하는 대한민국의 뒷면. 거기에 모두 얼키고설키어 놀아나는 정치,행정,사법, 모든것들, 불의에 익숙해져버린 시민들까지. 너무나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는 그 대안까지 속시원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걸맞게 경제민주화와 정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활성화와 활동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민 개개인이 우선 정치가 바로 우리자신의 현실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관심과 흥미와 열의를 가지고 단체를 조직하여 활동에 나서 그들을 견제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아둔하게 당하고서도 두둔하게 되고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일원으로서 전면에 나서고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균형발전, 선진사회가 될 수 있고 바로 지금이 그래야만 하는 시점인데...!!!!

그런데도 지금 뉴스를 보면 아득한 한숨만 나올뿐이다.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작태에...

물론 나 조차 어떠한 활동도 선뜻 하려하고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한글을 느끼게 해준 수작이라는 점과

그 어떤 충격적인 뉴스보다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점

그리고 소설 자체의 흥미로서도 매우 뛰어나다는 점

역시 대가의 소설은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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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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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인터넷 세계를 떠돌다가, 반전이 뛰어나다는 소개와 함께, 또한 현직판사라는 작가의 이력이 눈에 띄어 알게된 소설.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등장하는 시리즈물 두번째인데, 첫번째 책은 대출중이라 우선 이것부터 빌렸다.

사실 서울대법대를 나와 현직 판사로 있다는 작가소개가 처음엔 흥미를 잡아끌지만, 괜히 여유있는 사람이 취미로 하는거 아냐? 싶은 삐딱한 선입견도 생기게 마련인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선입견은 싹 없어지고, 정말 잘 쓴 깔끔한 추리소설이었다.

사실 국내 추리소설은 유명한 작가가 손에 꼽을정도인데 반해 일본 추리소설은 고정팬들이 있는 작가들 이름만 대도 열개쯤은 거뜬하게 읊을 수 있고, 작품도 많고 웬만큼 일정수준 이상의 재미는 다 보장했기에 나 또한 국내에 번역된 일본추리소설 웬만한건 다 읽어보았다.(물론 유명한 것들~)

그런데 이 도진기 작가의 작품은 평균적인 일본추리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시리즈물의 주인공으로 제격인 매력있는 주인공하며, 

시종일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과 몰입력, 섬뜩한 분위기,

그리고 도면과 시간싸움 트릭이 나오는 본격추리물다운 점들,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반전까지! 

그 반전이 다른 의미로 좀 뜨악하긴 했지만...

정말 재미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잘 짜여진 재미있는 한국 추리소설이었다. 

이것보다 1편이 훨씬 더 재밌다던데... 기대중!

6개월간 일본추리소설 200권 정도를 읽고, 나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일엔 근무를 하고 주말마다 집필을 했다고 하는데.. 작가의 부지런함과 재능이 너무 부러워졌다. ㅠㅠ

신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ㅠㅠ

아무튼 재미난 소설을 써주셔서 감사^^ 

얼핏 보기로 이 작품 외에 다른 작품으로 올해 3월경 영화화 계약도 했다던데... 

또 한번 부럽다. ㅠㅠ

누군가 당신에게 한국 추리소설 좀 재밌는거 없어? 하면 바로 이것을 추천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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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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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책을 다 읽은건 아니지만, 검은꽃을 읽고나서 한창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많으면서도 젊은 사람의 감각도 캐치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젊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말투가 멋져보이고 맘에 들었다. 이번 책도 김영하가 표지에 있어서 바로 집어들어서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있는 한국 소설.. 김영하 특유의 친숙하지만 시니컬한 웃음이 너무 재미났다. 사실 옥수수와 나라는 러시아 전설과... 소설의 결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이해못하겠다. ㅜㅜ

추천작으로 실린 자연발화 주제의 단편도 너무 쉽게 잼나게 읽혔다. 소설에 나오는대로 핑크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 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읽었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대로의 앨범쟈켓은 본 앨범이 아니라 라이브 앨범 재킷이었지만.

당선소감도, 맘에 들어서 수첩에 일부를 옮겨적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작가는 글을 쓴다는 행위로 규정되어지는것이 아니라, 쓰고싶다, 써야한다고 생각하는한 작가라는 신분에 있는거라고. 직업이 아니라 신분이라는 말. 

염승숙이라는 소설가가 김영하에 대해 덧붙인 글도 흥미롭게 읽었다. 김영하의 열렬한 팬인 대학동기가 우연히 김영하를 만나 받아온 싸인을 학과 게시판에 붙여놓고, 오며가며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눈길이 그 이름 석자 위에서 찬란하게 빛난다는 장면을 묘사할 때는 참 부러웠다.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선망을 받을 수 있는 김영하의 위치와 능력도 부럽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전공으로 삼으면서 같이 그것을 추구하는 동기들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가슴뛰는 설렘과 동경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학생들이 또 부러웠다. 염승숙이라는 작가 또한 반응이 좋은 신인 작가로서, 2013년 이상문학상 소설집에도 실렸더라. 요즘 나는 도대체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무언가에 저렇게 눈을 반짝이면서 두근대면서 빠져본 적이 언제인지, 쓸데 없는 것에만, 이루더라도 의미없는 것에만 매달려서 아까운 하루하루를 소비하고 있는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책 읽기였다. 사실 다른 우수상 소설들은 미처 읽지 못했다... 

다음에 마저 도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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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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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쪽을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혔다.

시원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을 때 딱 안성맞춤인 책. 

전형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다. 물론 연쇄 살인사건이 주된 중심축으로 서있고, 범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주인공들과 함께 추적하게 되는 몰입도, 부검과 해부에 천부적인 재능과 지식을 가진 여자주인공, 섬찟해지는 사건과 분위기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그리 분류할 수 있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12c 당시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영국에서 의사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 스스로 당당한 여자 주인공 아델리아, 일과 결혼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억지로 억누르려고 했으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주인공과의 로맨스도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흥미로웠기에 한 편의 로맨스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서 같고, 

아델리아의 고향이자 합리적이고 개방적이었던 이탈리아, 그리고 헨리2세가 통치했던 영국 캠브리지를 배경으로 그 당시 세계를 실감나게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저자인 아리아나 프랭클린은 본디 다이애나 노먼이라는 이름의 역사소설가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역시 그의 전공이 십분 발휘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범인들에겐 그럴싸한 참작할만한 동기가 없고 단지 광기가 넘치는 미치광이로 묘사됐을뿐이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까지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 지는 그 상황은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여자 주인공이 특히 강단있고 능력있는 멋진언니! 로서 매력이 철철 넘쳐서, 그 시대 그 장소에서 그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울고 먹고 치고박고 싸우고 살았을것만 같은 상상이 되었다. 강한 왕권을 가지고 보통법과 배심원제도를 만든 헨리2세는 카리스마넘치는 합리적인 군주로 보였고, 여자도 의사면허를 가지고 당당히 개업할 수 있는 모든 인종과 국가에 차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바다를 낀 항구도시 이탈리아 살레르노 분위기는 너무 멋져보였다. 실제로 그랬을까? 현재 이탈리아 살레르노는 소박하지만 한적한 휴양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작가가 헨리2세와 아델리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한 편 더 쓰고 있다는 말에 한껏 기대됐던 이유도 여자주인공이 시리즈물의 주인공으로도 어울릴만큼 특별한 매력을 지녔기 때문인데, 방금 검색해보니.. 2011년도에 아리아나 프랭클린이 지병으로 인해 77세로 작고했다고 한다. 너무 슬프다... 이런..ㅠㅠ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안타까울수가.. 

아델리아 아길라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총 4편이 나왔는데, 우리나라에는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후속작인 <죽음의 미로>까지 번역이 되어 있다고 한다. 

<죽음의 미로>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ps1 주인공 아델리아 곁을 시종일관 지켜주는 거세된 아프리카인 만수르. 이름이 자꾸 만수르정식이 생각나서... 처음엔 좀 집중이 안됐다. ㅋㅋ 

ps2 아리아나 프랭클린을 검색하다보니 영국에 사는 또다른 역사추리소설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도 재밌다는 얘기가. 20권 시리즈라고 한다...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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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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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다작을 하지만, 항상 기본 이상의 재미는 주는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망설임없이 본다.

새벽, 거리에서는 불륜을 주제로 한 추리소설인데 뒤쪽의 반전과 그에 다다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초반에 불륜에 빠져들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너무 있을법하고 탁월해서 실제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생활(??)을 의심하게 되기도 했다. ㅋ

불륜이란 금기되어있기에 더 달콤하고 늪처럼 중독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만

가정이 있고 배우자가 있다고 해서 사람 마음이 끌리는걸 조절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사실 사랑이란 유효기간이 있고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다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느냐 아니냐, 자신에게 소중한게 무엇인지 잘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절제와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감정에(그것도 소용돌이같이 몰아치는 감정) 너무나도 쉽게 휩쓸리고 마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니.

그렇지만 결혼생활에서 지켜야 할 선을 넘는다면 배우자가 받을 배신감과 상처가 너무 지독한 지옥같은데,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은 처음엔 죄책감을 갖더라도 그 꿀같고 독같은 달콤함에 빠져 익숙해져버리면 죄책감조차 무뎌지는게 문제다. 사실 이런 일이 밥먹듯이 지금 이순간도 너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는게 현실인데. 내 배우자는 당연히, 나도 모르는 내 자신조차 안그랬으면 좋겠지만 인생이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니. 아무튼 교훈(?)도 주면서.. 추리소설의 재미도 당연히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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