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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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니 이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랑 너무 비슷한거 아냐? 

뭐 그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을 거 같고.  

표지나 제목부터 시작해서 잡지사 출신의 젊은 여작가, 칙릿으로 분류되어 질 수 있는 내용까지 이삼십대 여성들을 타겟으로 충분히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작품이긴 할거다.  

하지만 정이현처럼 그만의 '스타일'이 확고하지도 않고, (즉 수없이 널린 비슷한 소설군들과 딱히 다른 점을 못찾겠다는 것) 악마는프라다처럼 신선하게 재밌지도 않다. 그리고 성수대교는 왜 자꾸 정이현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의 삼풍백화점이 연상되는건지.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다는데, 글쎄다.  
물론 구미가 당기고 관심가는 소재이긴 하다. 

하지만 <스타일>은 그 자신 고유의 '스타일'이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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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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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사실 팬이라기엔 한참 모자랍니다.  

이 책도 정말 은희경의 오랜만의 신작! 그것도 '첫 연애소설' 이란 글귀에 혹 해서 그렇게 알고 샀지만, 알고보니 자그마치 십 년전에 피씨통신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이었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거더군요.

사실 책 구입은 박람회에 갔다가 은희경 작가의 대담회에서 싸인을 받기 위해 급히 즉석에서 한거지만요.  

이렇듯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죄다는 커녕 팬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국내 여성 작가 중에선 은희경 작가를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문체가 좋았고, 느낌이 좋았고, 그냥 제일 맘에 들었어요. 좋아하는데, 굳이 합리적인 이유 따윈 필요 없지요.  

그랬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좀 의아했습니다.  

내가 알던 은희경 작가가 맞나?  
이게 '연애' 소설이 맞나? 어디가? 
왜 이렇게 뜬구름 잡는 얘기같고, 몽환적이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그랬거든요. 사실 읽는 데만해도 시간이 꽤 걸렸구요. 비틀즈 노래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하지만 오늘 소설을 마침내 다 읽고, 냉소적이고 해학적이던 은희경표 소설과는 달라서 낯설다고 나와 비슷한 생각이 적혀있었던 평론도 대충이지만 다 읽고, 마지막으로 작가의 후기를 본 순간 놀라고 말았습니다.

맥주를 마시다가 서서히 취해가면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깨보면 치기 어린 취기와 각종 감정들이 꿈처럼 남아있을 때가 있는데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허무하고 아련한 느낌. 그런 느낌을 독자들도 맛보게 하고 싶었다. <- 물론 이 내용과 완전히 다르지만 지금은 생각이 잘 안나는 관계로.-_- 하지만 넓게, 넓~게 보면 이러한 논조였습니다. 

그게 정말 내가 느낀 느낌이었으니까요! 작가가 맛보게 하고 싶었다는 그 느낌이요.  

역시 범상치 않은 사람만이 작가가 되는 구나, 하고 또다시 느낀 순간입니다. 
역시 은희경이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기도 하구요.

그래요, 우리 인생이 누군가의 꿈이라면 우리는 좀 더 현실에서 초연할 수 있을까요, 아님 더욱 더 치열하게 살아보려 할까요.  

꿈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며 몽롱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던 소설, 두고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음 번에 읽을 때는 비틀즈 앨범을 한 곡씩 들으면서요.   

그것은 과연 꿈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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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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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건전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 

예전엔 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봤었고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요즘은 감정이든 가슴이든 메마른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자극적인 책, 시간 때우기 용으로 읽었던 책들 사이에서 한 잔의 식혜처럼 잔잔히 건강하게 기분을 씻겨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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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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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신성의 데뷔작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어디선가 주워 듣고 보았다. 

어릴 때부터 글을 썼고 인정을 받았고 뛰어난 두뇌로 좋은 학벌까지 가진, 과연 천재라고 할 만한 작가의 프로필이 일단은 눈에 띄었다. 뭐 그거야 만나봐야 아는 거지만 일단은 천재라고 하니까 그렇게 믿고. 그 천재가 처음으로 완성시킨 첫 데뷔작이 엄청나게 많이 팔리고 극찬을 받으며 스릴러의 전설 중의 한 권으로 남았다는 데.. 기대를 아예 안하고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길었다. 두꺼운 책이 두 권이나 된단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천재'의 '레전드'급 소설이라는데 뒤로 가면 재밌겠지, 좀 읽다보면 속도가 붙겠지, 이거 다음엔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이어질거야, 하면서 계속 읽어나가다가 1권을 겨우 읽고 2권에 이르러서는 그동안 읽었던게 아까워서 계속 읽었다.  

즉 이 책은 쉽게 읽히지도 않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도 없으며 이것 저것 머리를 짜내고 궁리해볼 만한 단서 같은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무슨 스릴러의 전설이냐 하고 욕할 정도로 이상한 책은 아니다.  

현실적으론 무언가 꿍꿍이가 상당히 있을 것 같지만 자신만의 성전같은 공간에선 독특한 지위와 위엄을 갖고 카리스마를 내뿜는 교수와, 5명의 특색있는 제자들은 시공간이 현재의 나와는 상당히 동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계 이야기를 듣는 듯한 거리감은 없었다.  

오히려 실제로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지만 신비롭고 매력있는 줄리앙 교수, 까만 옷을 입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헨리, 부드러운 머리칼을 지녔을 것 같은 상냥하고 아름다운 쌍둥이 남매, 희생양 버니, 괴짜 이미지의 프랜시스, 그리고 평범하지만 으레 주인공이 그렇듯 많은 일의 중심에 서있는 리차드. 그 모든 인물들이 어디선가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었다. 즉 소설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 장소, 건물, 시대, 약간 느슨한 공기와 분위기까지 현실에 없으면서도 정말 있었을 법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해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9년인가 암튼 오랫동안 구상하고 쓴 소설이라는데 그래서 그렇게 완벽한건지. 쓸쓸하고 약간은 잿빛 이미지, 하지만 어딘가 여유롭고 따스한 느낌이 드는 그 분위기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말이다. 마치 선선하고 모기 몇 마리가 간혹 보이는 늦여름밤, 스르르 잠이 올락 말락 하는 상태에서 개봉한지 20년은 된 <토요명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방영해 줄 법한 영화를 보고는 마치 그 시대로 시간 여행을 간 느낌, 그 잔상들이 머릿 속에 계속 남아있는 듯한 느낌. 지금 바로 해야할 과제라든가 저녁밥 반찬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그 세계 속에 발을 걸치고 있는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결말 부분도 약간 오래된 영화의 극적인 장면 같긴 했지만, 쌍둥이 남매의 여자(이름이 기억 안난다.)가 주인공의 마음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청아한 말투로 단언하는 장면은 이상하게 고전적이지만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회색빛 거리에 갈색 나뭇잎 한 장 뒹구는 그런 날과 상당히 어울리는, 깊은 구덩이를 파듯 시공간을 뒤흔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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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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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최근 들이닥친 일본 소설의 광풍 그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온다 리쿠처럼 다작을 하는 작가인데 그녀는 어느 정도 그녀만의 감수성을 지닌 미스테리라는 장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반면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릴러를 주로 쓰긴 하지만 과학적인 소재도 자주 사용하고 예상외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경우도 꽤 많아서 낯설어 한적도 많다. 어쨌거나 역시 이름만으로 신뢰가 가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이 <방황하는 칼날>은 너무 머리가 아팠다.  

범죄와 처벌에 관한 사회적인 문제, 즉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는 가벼운 형을 받고, 순식간에 피붙이를 잃은 피해자 가족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고 아무리 애타게 범인을 원망해봐도 소용없는, 이 어쩔 수 없는 문제는 예전부터 자주 대두되어오던 화제이다. 굳이 살인사건이 아니더라도 강간사건 등 강력범죄의 경우 그들의 파렴치한 범죄에 비하면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는 최종 선고형을 듣고 비난하고 야유를 보냈던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다수일 것이다.  

인터넷의 범람과 사고방식의 변천으로 청소년 범죄가 더욱 만연화되고 극악화된 지금, 청소년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와 주변인들은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연쇄살인범 마저도 인권을 보장받아야 된다고 외치고 있는 판이니 가뜩이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보호를 받고있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지른 잔혹한 범죄에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슬쩍 빠져나와버리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러한 문제를 다루었는데, 이 소설이 인기를 얻고 화제가 되고 읽은 사람이 늘어날 수록 이 문제에 대한 얘기도 많아질 것이고 공론화되고 많은 토론이 진행된다는 점에선 사회적으로 공헌하겠지만 소설적인 재미에 있어선 영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범죄의 잔혹함과 피해자의 좌절과 울분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서 강력한 장치를 쓸 수 밖에 없었겠지만, 범죄 내용이나 살해 방법이 너무나 잔인하고 상세히 묘사되어 불쾌감이 느껴졌다. 이보다 더욱 잔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이야 많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표현력이 너무 뛰어난 탓 때문인지 (-_-) 자기 전에 좀 읽다가 자려고 누워서 보다가 정말 토 쏠릴 뻔했다.  

그리고 경찰과 여론의 반응, 피해자의 심정과 피해자와 범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등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잘 나타낸 건 좋았지만 그것이 어떠한 해결방안이나 절충안으로 끌어내지진 않았고 또다시 그 문제를 답습하는 뻔한 내용이 반복되었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펜션 여주인도 물론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는 슬픔과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라는 연대감이 있긴 했지만 그토록이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저 '그렇게 해야될 것만 같아서' 라는 이유로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조연을 보는 듯한(주로 자신의 신념을 어느정도 갖고 있으면서 영웅을 도와주고 멋지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공감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마지막 결말도 좀 황당했고... 추리소설도 아니고 스릴러 소설도 아닌 것이, 어둡고 무거운 사회 문제를 멋지게 제기하다가 새로운 시각이나 해답없이 또다시 어설프게 끝나버리고 마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는 되었지만... 결론은 그래서 어쩌자고?  

장황하게 나열되어 책 두께도 상당한 편인데, 이도 저도 아닌 뒤죽박죽인 글을 겨우 읽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쉽게 읽히긴 하지만 말이다.  

책 내용 중 동거녀를 순간 격분해 목졸라 죽인 뒤 시체를 방치한 채로 바람핀 상대방과 모텔에서 이틀 동안 지낸 미성년자가 시체를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 '집에 가면 시체가 있으므로' 였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다. 물론 실제 사건이 아니라고 해도 과연 요즘 청소년들의 의식과 상응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책임감, 귀찮음, 현실도피 등. 아무리 엽기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일본이라지만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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