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500쪽을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혔다.

시원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을 때 딱 안성맞춤인 책. 

전형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다. 물론 연쇄 살인사건이 주된 중심축으로 서있고, 범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주인공들과 함께 추적하게 되는 몰입도, 부검과 해부에 천부적인 재능과 지식을 가진 여자주인공, 섬찟해지는 사건과 분위기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그리 분류할 수 있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12c 당시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영국에서 의사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 스스로 당당한 여자 주인공 아델리아, 일과 결혼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억지로 억누르려고 했으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주인공과의 로맨스도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흥미로웠기에 한 편의 로맨스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서 같고, 

아델리아의 고향이자 합리적이고 개방적이었던 이탈리아, 그리고 헨리2세가 통치했던 영국 캠브리지를 배경으로 그 당시 세계를 실감나게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저자인 아리아나 프랭클린은 본디 다이애나 노먼이라는 이름의 역사소설가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역시 그의 전공이 십분 발휘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범인들에겐 그럴싸한 참작할만한 동기가 없고 단지 광기가 넘치는 미치광이로 묘사됐을뿐이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까지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 지는 그 상황은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여자 주인공이 특히 강단있고 능력있는 멋진언니! 로서 매력이 철철 넘쳐서, 그 시대 그 장소에서 그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울고 먹고 치고박고 싸우고 살았을것만 같은 상상이 되었다. 강한 왕권을 가지고 보통법과 배심원제도를 만든 헨리2세는 카리스마넘치는 합리적인 군주로 보였고, 여자도 의사면허를 가지고 당당히 개업할 수 있는 모든 인종과 국가에 차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바다를 낀 항구도시 이탈리아 살레르노 분위기는 너무 멋져보였다. 실제로 그랬을까? 현재 이탈리아 살레르노는 소박하지만 한적한 휴양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작가가 헨리2세와 아델리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한 편 더 쓰고 있다는 말에 한껏 기대됐던 이유도 여자주인공이 시리즈물의 주인공으로도 어울릴만큼 특별한 매력을 지녔기 때문인데, 방금 검색해보니.. 2011년도에 아리아나 프랭클린이 지병으로 인해 77세로 작고했다고 한다. 너무 슬프다... 이런..ㅠㅠ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안타까울수가.. 

아델리아 아길라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총 4편이 나왔는데, 우리나라에는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후속작인 <죽음의 미로>까지 번역이 되어 있다고 한다. 

<죽음의 미로>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ps1 주인공 아델리아 곁을 시종일관 지켜주는 거세된 아프리카인 만수르. 이름이 자꾸 만수르정식이 생각나서... 처음엔 좀 집중이 안됐다. ㅋㅋ 

ps2 아리아나 프랭클린을 검색하다보니 영국에 사는 또다른 역사추리소설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도 재밌다는 얘기가. 20권 시리즈라고 한다...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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