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NO.4 - 개정판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9
배수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배수아.

 예전에 흘깃 보았던(정말 흘~깃 보았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스끼야끼인가?) 을 보고 매사에 선입견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나중에야 매번 후회하곤 하는 나의 기질이 또 발동되어, "배수아 = 별로 끌리지 않는 소설을 쓰는 작가. 언뜻 듣기에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소설을 썼다던데 보나마나 뻔하고 지루한 얘기인 듯하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으니... 오호 통재라.

 그래도, 항상 이렇게 뒤늦은 깨달음을 주는 기회가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배수아의 소설집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눈초리가 심상치 않은 그녀의 사진과 함께 기대하지 않고 넘긴 책장... 그러나, 이게 왠걸, 재밌다! 누가 한국 소설이 재미없다고 그랬나? 재밌기만 한걸!!!

 징계위원회, 와이셔츠, 그 남자의 첫사랑 등등,, 제목이 잘 생각이 안나지만 단편 모두가 상당히 재미있었다.(제목을 흉터라고 여기고 작품집 no.4라는 제목을 선택한 배수아이니 오늘 읽은 책인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흠이 되진 않을 것같다고 제멋대로 생각해본다) 쓴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이지만.

이제 다 몽땅 읽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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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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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끄럽게도 난 책 읽기를 꽤 즐기는 편이지만 정작 서점에서 내 돈을 내고 책을 사본 적은 별로 없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서점에 가보면 읽고 싶은 책이야 하도 많지만 그걸 다 사다보면 버스비조차 모자라게되는 슬픈 현실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가장 해보고싶은 일이 책 뒷표지의 가격에 연연해 하지않고 내가 보고싶은걸 척척 집어서 계산대로 직행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마음에 들어서 두고두고 보고싶은 책만 구입하자는 신념아닌 신념을 가지게 됐다. 따라서 자연히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도 시립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이다.

 아, 이런 말을 문두에 썼다고 해서 이 책은 내가 소장하게 된 몇 안되는 책 중의 하나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도 학교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소장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소장하고 싶은걸로 치자면 단연 이 책이야말로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주관적으로 화르륵 불타오르지않아도 좋으니 책장을 덮고나서도 계속 마음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생각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좋아한다. 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읽은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마음이 찡해질 정도로 여운이 강한 작품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고작 80분동안 지속되는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영원했다. 박사에게도, 루트에게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이미지화되어 저장되었다. 햇빛이 아스라히 비치는 따뜻하고 안락한, 그러나 시간을 초월한 영원한 공간.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항상 활자화된 소설의 내용이 아닌 이 이미지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러면 뭐라해야하나, 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지는 거 같고 괜시리 뭉클하다. 소설이 종이위에 인쇄된 활자 그 자체로서 존재하지않고 독자가 읽고 그것을 3차원의 세계로 끄집어내 느낌으로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면 나에게는 이제껏 경험한 책 중 가장 소름끼치는 감동으로 그것이 이루어진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긴 무척 어렵지만 이 책을 읽고 감동받은 다른 누군가도 나와 같은 이런 느낌을 받았으리라 믿는다.

 나는 문학이 갖추어야할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물론 혹자는 피상적이고 천박하다고 하겠지만- '재미'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문제제기와 성숙한 의식을 가졌더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즐거움을 느낄 수 없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읽는 사람은 활자를 여전히 2차원의 세계에 두고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껏 떨리는 감동과 함께 활자를 3차원으로 끄집어내는 재미와 읽어나가는 즐거움으로 독서를 즐겨왔지만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이렇도록 가슴이 멍해지는 여운을 글에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샘이나도록 부러워졌다.

 정말 사랑하게 된, 사랑하고 있는 책이다. 한달 전쯤 이 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있음에도 일본인디영화제에 갔다왔다. 그리고 영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 영원한 찰나. 너무 오바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의 코드에 딱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눈물나도록 아름답다. 오히려 그렇기에 소장하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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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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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읽고 충격을 먹은 적이 있다. 너무너무너무 재밌어서...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만을 쓰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 주제가가 너무 좋았던 <비밀>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처음엔 추리소설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약간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많은 화제거리와 연구와 소설의 대상이 되어왔던 뇌. 그러나 그 신비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았고 우리는 많은 부분을 의문으로 가진 채 여전히 뇌로 인해 살고 있을 뿐이다. 뇌에 대해서 연구한다는 건 참 어렵다.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쓰는 모든 것 자체가 뇌로 인해 일어나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연구한다는 건 어찌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스스로의 주체성이 없는 팔이나 다리같은 부위라면 몰라도...

그러나 사람이 죽었더라도 그의 일부분이 다른 사람의 몸안에 숨쉬고 있다면 그는 살아있는 것일까. 정말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이 도너의 가족들과 만났을 때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직감을 느낀다는 말도 있듯이.. 아직은 도대체 해답을 할 수 없는 주제일 뿐이다.

이렇게 제 3자의 입장에서 말하면 담담히 더 연구해봐야 알지 뭐 따위로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내 주위의 사람이 죽어서 그의 일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된다면? 그는 살아있는걸까? 눈이 이식되었다면 그 눈은 나를 알아볼까? 심장이 이식되었다면 그 심장은 날 보면 더욱 더 빠르게 고동칠까? 특히나 이 소설처럼 뇌 같은 중요한 부위라면 더더욱... 아무래도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아는 사람의 눈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은 원랜 생판 모르는 남이었다 해도 예전의 내가 알던 사람의 일부분을 가지고 있는, 같이 공존하며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분명히 자기 자신이 존재하는데도 이식된 뇌의 일부분의 주인의 의식에 침투당해 사라져가는 주인공의 운명은 정말 가혹하기 그지없다. 나라면 정말 차라리 그 상황에서 죽기를 바랬을 것이다. 살아도 살아있는게 아닐테니... 우리에게 영혼이란 신체 어느 한 부분에 숨어있는 건 아닐것이다. 모든 것에, 생명이 있고 피가 통하는 모든 것에 스며들어있겠지. 그렇다면 장기이식을 하면 영혼의 일부도 같이 떼어주는 것일까... 두렵고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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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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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엔 저렇게 썼지만 사실 그리 딱잘라 유쾌한 책이라곤 할 수 없다.

그러나 난 이 책을 읽기 전 제목만으로 가난에 찌든 남자가 피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고 가족을 부양하는 눈물겹고 애처로운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그렇게 제멋대로 짐작하고 생각했었다. 이런 선입견은 종종 문제를 낳곤 한다. 이 경우만 하더라도 저런 선입견 때문에 이 책을 안지는 한참 되었지만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자 내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재미있다. 정말 웃기다. 유머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상대방을 비꼬지도 깎아내리지도 자신을 우스꽝스러운 대상으로 내세우지도 않으면서도 웃기다. 정말 암울한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받아치는 그들의 대사가 날 너무나 웃게 만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만화책을 보듯이 웃어본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작가는 허삼관과 그 가족들을 절대로 동정하지도 않고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깔보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과 같은 위치에서, 같은 입장에서 담담하게 그들의 얘기를 풀어낸다. 그렇기에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또 어찌보면 슬프고 애처로운 상황에서도 유쾌하게 웃되 가볍게 넘기진 않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소설을 읽어본 건 이 책이 아마 처음이다. 삼국지 등을 제외하면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펄 벅의 <대지> 밖에 없으니... 유명한 중국 작가들 이름은 하나도 모르고... 그러나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소설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외국 소설을 읽을때보다 '정서차이'나 '문화적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가장 덜 느껴졌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자란 사람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들. 책 뒷 표지에 보니 프랑스 등에서 격찬한 칭찬의 말들이 인쇄되어 있던데 그 사람들이 정말 제대로 잘 이해할 수 있었는지 약간은 의문스럽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이런 동질감을 그들이 느낄 수 있었는지...

마지막 장면에선 피를 팔다 팔다 허삼관이 죽을까봐 내심 마음을 졸였다. 하하하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거리며 이해도 하면서,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아들들의 말에 '고것들 앙큼하네' 생각도 하면서 삼관씨의 일생을 지켜보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면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그런데 마지막까지 힘차게 욕하면서 돼지간과 황주를 먹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 허삼관과 허옥란. 난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어려운 일들, 곤경에 처했을 때 담담한듯하면서 해학적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하루하루를, 인생을 살아나가는 그것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게 느껴져서 반갑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특히 이 책의 대사들은 정말 일품이다. 어디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물론 딱 한 장면을 꼽는다면 가뭄에 모두 배가 고파 쓰러지듯 누워있을때 허삼관이 말로 아들들과 허옥란에게 음식을 요리해주는 장면. 어찌 그렇게 맛깔나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허삼관 일가 모두가 정다운 이웃사람 같기까지 하다.

나도 조만간 오랜만에 헌혈이나 한번 하러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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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고이케 마리코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어딘가에서 추천을 받고 도서관에서 찾아낸 책이다. 출판한지 벌써 10년이 되었으니 잊혀졌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아무도 리뷰를 남기지 않은걸 보니 좀 쓸쓸하다.-_-; 이 느낌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는데...

줄거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지만 왠지 글이 적어지지 않는다...이 책을 읽고 난 뒤 머리가 좀 묵직하니 아팠었는데 그땐 잠을 못자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리뷰를 적으려니 또 그런 느낌이 드는건 뭐지..

산뜻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재미란 면에서 볼 땐 충분했다. 싹 잊어버린 줄 알았지만 나무를 매개체로 계속 추억속에 간직하고 있었다는 마지막 장면도 정말 찡할 정도로 감동이었다.

파격적인 소재들과 비상식적인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쏟아낼 순 없었지만 차분한 심리 표현 덕분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정말 비상식적이지만 받아들여진다고나 할까... 역시 여류작가가 썼으니 만큼 여성의 심리묘사에 탁월한 것이겠지.

그렇게 비현실적이기에 책을 읽고난 직후나 지금처럼 머리가 멍한듯이 아픈 느낌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차원의 세상을 넘보는 느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로즈살롱> 처럼.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란 제목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p.s 작가 프로필에 있는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상당한 미인이던데.. 궁금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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