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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어딘가에서 재밌다는 추천을 보고 오래전부터 메모해놓았다가
드디어 읽었다. 평소에 추리소설을 주로 메모해놓는 편이라
이것도 추리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우선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다. 그냥 흔해빠진 서울의 일상에서, 검은 구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함께 이어지는 주인공의 공포과 긴장, 실제로 일어날법한 추악한 사람들의 내면과 범죄들, 그리고 도시를 집어삼키는 검은 구들을 묘사하면서 읽어나가고 있자니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스토리란 생각이 들었고, 작가가 일부러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봤더니 멀티 어쩌고? 하는 드라마피디, 소설가, 영화감독이 심사하는 원천콘텐츠가 될만한 소설을 심사하는 공모전 1회 당선작이었다. 어쩐지.
마지막에 청년까지 구에 흡수되고 나서 남자 오롯이 혼자 세상에 남은 대목에서는, 그가 느끼는 공포감, 끝도 없는 외로움, 피폐해져가는 그 심리를 영화에서 묘사하긴 어렵겠다 싶었지만.
소설이 나온지 꽤 됐는데 영화화 얘기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누구의 의견도 보기 전에 내 스스로의 느낌을 오롯이 적어놓고 싶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꽤나 재밌을 것 같다. 이거 적고 검색해봐야지.
죽음, 세상의 멸망 앞에서 사이비 단체를 조직하며 그 안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 이때다 싶어 각종 악행을 저지르며 그들끼리도 믿지 못해 죽고 죽이는 사람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난 뒤에 일어나는 복수극,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세상에 나와 단둘이 남았던 청년을 몰아붙이는 남자, 모든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이 굉장히 잔인하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죽지 않기 위해 어쩔수없이 '붙어 있어야만 하는' , 붙어있으니 애증이 될 수 밖에 없는 청년과 남자의 관계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란게 결국 이런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선하고 인간의 공포라는 본능을 자극하는 재미를 이끌어가면서도, 인간의 내면안에 있는 각종 어두운 면들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섬뜩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꽤 많았다..
오랜만에 한국 소설 중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남자는 왜 구에 흡수되지 않았을까? 남자의 부모님은 대체 어디로 갔었으며, 그를 왜 그런식으로 바라보았을까? 남자의 끝없는 도주와 함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