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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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릴 때는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라부처럼 아무런 걱정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신기한 것이 보이면 모조리 도전해보고 싶었고, 하늘을 자주 올려다봤다.

그러다 어느새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어버렸고, 온갖 걱정거리와 고민에 휩싸여 인상을 쓰고 몸에 힘을 꽉 주고 걸어다니다 문득 머리 위로 쳐다본 하늘은 여전히 어릴 때처럼 한없이 넓고 한없이 푸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같은 여러 개의 단편들을 좋아한다. 장편과는 다른 색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라부로 인해 연결되는, 그러나 다른 이야기인 총 5개의 단편들은 모두 어릴 때의 평화로움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라부의 엽기적인 행동에 큭큭 웃어가면서 기분좋게 등장인물들이 긴장을 풀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봤다. 왠지 내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인생은 소풍이라는 유명한 시구절도 있지 않은가. 이라부를 떠올리며 어린시절 세상 모든 것이 찬란했던 그 때의 나로 현재 이 시간을 다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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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퇘지 - 양장본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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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반부에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가가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처음엔 무지 헷갈렸다. 난 설마 버젓이 화장품 체인점에 취직한 주인공이 창부의 일을 하겠냐했다가 나중에서야 알았다. 시대적 배경도 2000년대라는데...도대체 이해가지 않는 설정이다.

일단 여기서부터 기존의 상식을 깨기 시작한다. 물론 소설은 허구이고 창작이지만 아예 기본 자체를 뒤집는 이런 설정은 전혀 달갑지 않다.

그런데 이 불쾌함은 뒤로 갈수록 심해졌고, 한 여자가 점점 돼지로 변해가고 온갖 쓰레기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나중엔 황당한 늑대인간까지 나타나 날 너무나 혼란스럽게 했다.

중간중간 그만 읽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왠지 모를 힘 덕분에 마지막까지 겨우 읽긴 했으나, 그 뒷 맛은 토할 것 같은 기분나쁨이었다. 

읽는 도중에 몇 번이나 본래의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번역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한국말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부조리한 사회와 정치에 비판...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이렇게 구역질나도록 기분 나쁜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 뭐 이것까지 작가가 노린 것이라면야...대단하다곤 하겠지만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있길래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서평은 원래 지극히 주관적이기 마련이지만 지금 내가 쓴 리뷰는 순전히 나의 느낌으로 이 소설을 무차별 비난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불쾌한 건 불쾌한 거다.

식욕을 줄이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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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공책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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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폴 오스터의 작품을 꽤나 읽어본 것처럼 떡하니 제목을 썼지만 사실 나는 그의 유명세에 비해 단지 한 권만을 읽어보았을 뿐이다. <달의 궁전>이라는 책.. 그의 저서 중에도 꽤나 인기를 얻은 책이라고 알고 있고, 친구에게 사주기도 했는데(친구가 졸라서)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단박에 그에 대한 흥미를 잃었었다. 첫인상, 선입견에 대폭 의존하는 것. 이것은 분명히 나의 단점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 얇은 책 한권으로 인해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폴 오스터가 이렇게 재미난 문체를 쓰는 사람이었나?'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일단 허구가 아닌 실제 이야기인데다, 그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나와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살펴보다보면 재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운명을 믿는 편이다. 운명, 미신, 별자리, 혈액형, 물론 과학적으론 신빙성 없는 것들이지만 나는 로맨티스트이길 꿈꾸고 인연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실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정말 우연이라기엔 신기한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그가 나의 친구이고 나에게 이 에피소드를 몇 개 들려줬다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정말? 정말이야? 우와 너무너무 신기하다~'하며 즐거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친구로서 직접 말해주는 대신 책을 통해 같은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얇은 이 책을 금방 읽고나서, 폴 오스터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읽어보기로 했다. 우연이란 인연이 있기에 일어나는 것이지만, 선입견은 역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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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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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전에 표지 안쪽에 새겨진 작가에 대한 글을 먼저 읽고 시작하는 나로선, 그의 특이한 인생경력이 자못 눈길을 끌었다. 부유층에서 태어났지만 벼락부자인데 대해 부끄러워했고, 연인과 정사를 시도하여 자신만 살아남아 자살방조죄로 기소유예처리, 아쿠타가와상 차석에 대해 항의, 약물중독으로 정신병원에 갇힘, 결국은 생에 다섯번째 자살로 사망...

세상에 이런 기구한 인생을 살다간 이가, 그러면서도 일본문학의 거장으로 남을만큼 뛰어난 무언가를 가졌던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앞서 보았던 작가의 경력과 너무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쓴 것이 아닐까 의심도 많이 했다. 뒤의 해설을 보니 다자이 오사무는 부끄러움이 많은 인물인만큼 100%가 그의 이야기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90%정도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그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소설에 자신의 인생을 축약시켜놓은 뒤, 가뿐해진 것이 아닐까...

문학성 있는 작품인만큼 해설이나 비평도 다양하겠지만, 나는 아직 그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이해하기엔 너무나 역부족이다. 다섯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은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권리를 신성하게 취급했던 그 시대의 풍조 영향도 있겠지만 정서적으로 얼마나 불안했기에,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갔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그저 평범한 나같은 사람의 생각으론 이해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 요조의 어릴 때부터의 성격, 자신을 가두어두고 남에겐 꾸민 모습을 보이며 사람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던 그런 점은 내가 느껴왔던 것과도 비슷했다. 물론 요조만큼 극도로 인간을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 그런 면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음이 여리고 세심한 사람일 수록 상처받을 것에 지레 겁을 먹고 상처받지않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진정한 자신을 안으로 숨기고 겉으로 다른 인격을 생성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혹시 진정한 자신의 모습(요조의 도깨비그림같은)을 드러냈다가 미움받고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 그것이 사실 요조가 느꼈던 인간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상처받기 싫어서 지레 겁먹고 자신을 꼭꼭 숨겨 방어하는 요조는 단순히 머리는 좋지만 누구보다도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가진 약하디 약한 어린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학교를 이탈하여 정부노릇을 하게 만들고, 약물에 중독되게 만든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안으로 안으로 밀어넣다보니 눌리고 깔려 결국은 없어져버리고 껍데기만 남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결국 우울로 인해 깊어진 자살충동이 아니었을까. 

어찌보면 참으로 우울하고 불쾌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 또한 불안정한 삶을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젊은이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 혁명기 시대적 배경과 잘 맞아떨어져서일까..?

주절주절 썼지만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는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할만큼 얕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세 장의 사진에 대해 설명한 서문 부분은 직접 그 사진을 늘어놓고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모든 것이 그 세 장의 사진에 압축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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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더 섹시하다
김순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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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튀는 발랄함, 상쾌한 까발림 등으로 일상에 무뎌진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며 집어들었지만, 예상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었다.

즉 '여자 대 여자'로서 인생 선배의 조언이 담긴 실용서일줄 알았지만, 사실 작가의 1년동안의 미국생활을 토대로 미국에 대해, 영어교육에 대해, 남성과 여성에 대해 등등 여러 주제로 풀어놓은 이야기였다.

미국도 사교육이 심하고 남녀간의 고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고, 몇 군데 웃긴 구절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뭐가 정확하고 예리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특히 곳곳에서 여러 종류의 책(미국 사람이 쓴)의 내용을 언급하는데, 물론 개중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많았고 새로운 사실을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예를 들어 <일터로 간 화성남자와 금성여자>란 책을 소개하며 그 내용을 몇 가지로 간추려 소개해놓은 부분에선 아주 많이 황당해졌다. '음..이 기자분이 이때 많이 바빠서 칼럼 한 회분을 날로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_-

동아닷컴에서 연재할 당시 인기가 많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시간 때우기로 가볍게 읽어보기에 알맞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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