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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평점 :
책띠지를 어떻게 하세요?
그 책을 알리기 위한 몇 문장이 적혀있긴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못 버리나 보아요.
주위 분들 중에 과감히 버리는가 하면 책에 붙여서 책의 일부처럼 만들기도 하고 저처럼 책갈피로 쓰기도 하더라고요. 혹은 모으시는 분들도 봤어요. 참 애매한 물건이예요, 이게.
(개인적으로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족인것도 같고.)
이 책의 띠지에는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우리는 다만 사람이고 싶었다!
집념의 작가혼으로 완성한 인간과 역사의 진실
우리가 기다려온 정통 역사소설의 귀환]
이라고 되어있다.
이 문장에 내 취향은 아니야 싶기도 했다. 내용이 무거울까봐. 나는 은근 걸작을 마주할때 두렵더라고.
그러나 읽고나면 책을 딱 맞게 표현했다싶다.
정통 역사소설에 밑줄 쫙 긋고싶어지는 책이다. 아직 1편만 읽어서인지 내용이 잔인하거나 감래하기 어렵지도 않았다.
오히려 애잔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작가님이 시로 먼저 등단하셨단다.
그래서 문장들에 비유가 많고, 글이 수수하다. 글에서조차 일본이 오기 전 우리가 수수하게 살던 조용한 봄같은 문장들이 많다.
사투리들도 잘 어울리는 그런 책이다.
주인공 남자가 임신한 아내를 두고 형을 대신해 징용을 간다. 그때 부인이 자신을 기억하라며 손수건 한 장 들려보냈는데, 안에 편지가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연애편지다. 어른들은 말한다, 그때 연애편지글들이 다들 이쁘다고. 연애편지 읽는데 눈물이 핑 돈다.
-p. 163
지금쯤 어디에 가 계실까요. 이 글을 읽으실 때면 이미 당신은 조선땅에 계시지 않겠지요. 몇자 적어서라도 이런 편지를 당신 짐 속에 넣어 보내는 것은 당신이 가 계시는 곳, 그 어딘가에 저의 작은 흔적이라도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ᆢᆢᆢᆢᆢ
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ㅡp. 165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네 생각을 할 거다. 꽃 같았다고, 버들 같았다고, 그렇게 생각할까. 어느 비단이 있어 너처럼 부드럽고, 어느 하늘이 있어 너처럼 푸를까. 그리워하며 애태우며 그렇게 네 얼굴을 떠올려야 할 내가 나는 벌써부터 두렵단다.
(편지 읽고 난 후 주인공 남자의 마음)
ᆞ그리고 우리는 연기자의 연기를 두고 힘을 뺀 연기가 멋지더라 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글들도 그러했다.
ㅡp. 119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거였구나. 지상은 처음으로 나라라는 말을 생각했다. 내놓으라면 그게 어디 곡식만이었나. 조상님 제사 모시던 유기그릇까지 다 꺼내주어야 했다.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러고도 이제 또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에서도 주인이 아니다. 이제야 알겠다, 나라가 없다는 게 무엇인가를.
ㅡp.144
갱도의 규모와 낯설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시설물에 탄성이 터지고 압도당하던 순간순간ᆢᆢ그랬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곧이어 그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손톱이 빠지게 기어나가며 허우적거려도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절망. 그건은 늪이었다. 끝없이 넓고 아득해서 건너편이 보이지조차 않는 절망의 늪이었다.
ᆞ이런 부분들은 사람을 더 애달프게 만드는 듯 하다.
ㅡ1편은 군함도로 끌려가고 석탄을 캐는 이야기, 그 안에서 탈출을 도모하고 탈출한 이야기까지.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부분은 없다.
그리고 사랑이야기까지 실었다.
-p. 163 지금쯤 어디에 가 계실까요. 이 글을 읽으실 때면 이미 당신은 조선땅에 계시지 않겠지요. 몇자 적어서라도 이런 편지를 당신 짐 속에 넣어 보내는 것은 당신이 가 계시는 곳, 그 어딘가에 저의 작은 흔적이라도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ㅡp. 165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네 생각을 할 거다. 꽃 같았다고, 버들 같았다고, 그렇게 생각할까. 어느 비단이 있어 너처럼 부드럽고, 어느 하늘이 있어 너처럼 푸를까. 그리워하며 애태우며 그렇게 네 얼굴을 떠올려야 할 내가 나는 벌써부터 두렵단다.
ㅡp. 119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거였구나. 지상은 처음으로 나라라는 말을 생각했다. 내놓으라면 그게 어디 곡식만이었나. 조상님 제사 모시던 유기그릇까지 다 꺼내주어야 했다.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러고도 이제 또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에서도 주인이 아니다. 이제야 알겠다, 나라가 없다는 게 무엇인가를.
ㅡp.144 갱도의 규모와 낯설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시설물에 탄성이 터지고 압도당하던 순간순간ᆢᆢ그랬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곧이어 그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손톱이 빠지게 기어나가며 허우적거려도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절망. 그건은 늪이었다. 끝없이 넓고 아득해서 건너편이 보이지조차 않는 절망의 늪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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