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번 읽으면 이해가 덜 된 채로 끝나는 책.
그래서 두 번 읽은 책.
그러고도 한 번 더 읽은 책.
종이에 메모하면서 세번 읽은 책.

이 책은 소설이다. 하지만 서정시가 아니라 산문시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소설인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나 보다 먼저 태어난 언니가 있었다.
그러나 그 언니는 두 시간 밖에 살아있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언니 대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ㅡp.118
당신의 눈으로 바라볼 때 나는 다르게 보았다. 당신의 몸으로 걸을 때 나는 다르게 걸었다. 나는 당신에게 깨끗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잔혹함, 슬픔, 절망, 더러움, 고통보다 먼저, 당신에게만은 깨끗한 것을 먼저.

그 깨끗함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고, 깨끗한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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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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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가정폭력이야기다 라고 하면 될까?

주인공인 앨리시어 엄마는 과하게 아이들을 때린다. 어떤 잘못을 해서 때린다기 보다는 그게 그녀의 삶의 방식인듯 하다. 앨리시어와 앨리시어 동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ㅡp.27
그녀가 그년을 씨발 년이라고 말할 때 그년은 진정 씨발이 된다. 백 퍼센트로 농축된 씨발, 백만년의 원한을 담은 씨발, 백만년 천만년은 씨발 상태로 썩을 것 같은 씨발, 그 정도로 씨발이라서 앨리시어는 그녀가 씨발, 하고 말할 때마다 고추가 간질간질하게 썩는 듯하고 손발이 무기력해진다.

ᆞ체벌 당할때 앨리시어가 느끼는 감정이다.

때로 나도 내 아들을 훈계할때가 있다. 아이는 말한다, 그때 엄마는 무섭다고. 아직 어린 내 아이가 표현하는 단어는 무섭다 밖에 없겠지만, 앨리시어처럼 사춘기초입(초등 고학년)이 되면 이렇게 느끼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훈계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계할때는 오롯이 내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것일수도 있다. 처음 시작은 아이의 잘못이라는 시선이겠지만.

그래서 이런 책이 여느 육아서보다도 더 좋은 책일 수 있다.
때로는 문학작품이 자기계발서나 육아서보다도 더 자기계발서나 육아서가 될 수 있다.

ᆞ한 블로그에서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얇지만 덮고나서 책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달려갈수록 앨리시어의 반격을 기대했지만, 다른 반전이 있었다. 그 후의 앨리시어의 모습에서는 마음이 복잡하고 헝클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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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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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큰 그림은 나라마다 발전한 정도가 다른 것은 그나라의 민족성이나 아이큐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선 먹을 것이 많은 대륙들이 정주생활을 먼저 하게 되고 그러면 국가가 성립하게 되고, 칼과같은 무기나 발명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며 불어난 인구로 인해 다른 대륙을 침략할때 이길 수 있는 도구로 쓸 수 있으며, 이 때 함께 병균도 같이 이동하여 침략당하는 대륙의 인구를 말살시키거나 복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조건으로는
식물의 작물화
야생동물의 가축화
총기와 병원균과 금속을 발전시킬 주도적인 위치 선점
언어 발달
지리적 장점
(위의 조건들이 빠르게 퍼지기 위해서는 유라시아가 아메리카대륙보다 유리하다)

이 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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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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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p. 24
난 말야, 어릴 때 나를 아는 사람은 싫어. 다들 어릴 때 모습하고 다르다고 하거든. 뭐가 될 줄 알았더니 겨우 이런 어른이 됐냐 그거지. 나도 알아. 그녀는 고개를 약간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난 어른도 못된 것 같아. 어른이라면 내 발자국이 찍힌 곳만 딛고 살 수 없다는 거 정도는 알아야지.

ㅡp. 25
너 그 시 알아? 명절 때 신으라고 아버지가 아이한테 신발을 사줬는데,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보낸 거야. 다시 신발을 사다 신겨줬지만 아이는 어디까지나 그건 대용품이라고 생각해. 진짜 아닌 대용품을 신고 명절을 맞이해야 했던 거지.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 그래, 내가 스스로 신발을 사 신게 된 뒤에도 예순이 다 된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 대용품으로 신발을 사 신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그대로 였습니다. *서정주[신발]

ᆞ이 책은 창비 책읽는당에서 단편하게 책을 먼저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단편하게 책읽는당 활동으로 받은 것이다.
출간 전 맛보기로 읽는 책읽는당은 단편소설집의 하나를 받아서 읽는다.

나는 중국식룰렛 중 대용품을 읽게되었다.
글의 흐름이나 단어의 어려움은 없다. 주제도 알겠고. 그런데 읽고나서 글을 적으려니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시간이 흐르고 적게 되었다.

영제검사를 받으러 간 시외버스가 전복되고 주인공 친구가 죽게되었다. 주인공인 J가 검사받으러 가지 않게 해달라고 한 자신의 소원은 들어줬지만 친구가 죽게 된 것이다. 괴로움 속에서 살진 않았지만, 결국 대용품으로 살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내용이다.

ᆞ지난 번 독서모임을 하는데 고전(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용이 많은데, 그것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했다. 우리 정서랑 안 맞아서인지, 인용한 책의 내용을 몰라서 그런건가 의심도 된다고 했다.

그 때 그 순간 <대용품>의 인용한 부분이 생각났다. <서정주, 신발>은 읽진 않았지만 어떤 분위기 인지 알겠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용품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순차적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인용을 왜 했는지 알겠고, 이 단편의 내용정리에 큰 도움이 됨을 순간 느꼈다.

이런 차이점이 분명 존재하겠다 싶었다. 인용하는 분위기가 다른듯 하다. 아님 번역에서의 거리감인것 같기도 하고.

아직 책을 읽고 이해하는 틀을 더 갖춰야겠다.

ㅡp. 24
난 말야, 어릴 때 나를 아는 사람은 싫어. 다들 어릴 때 모습하고 다르다고 하거든. 뭐가 될 줄 알았더니 겨우 이런 어른이 됐냐 그거지. 나도 알아. 그녀는 고개를 약간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난 어른도 못된 것 같아. 어른이라면 내 발자국이 찍힌 곳만 딛고 살 수 없다는 거 정도는 알아야지.

ㅡp. 25
너 그 시 알아? 명절 때 신으라고 아버지가 아이한테 신발을 사줬는데,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보낸 거야. 다시 신발을 사다 신겨줬지만 아이는 어디까지나 그건 대용품이라고 생각해. 진짜 아닌 대용품을 신고 명절을 맞이해야 했던 거지.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 그래, 내가 스스로 신발을 사 신게 된 뒤에도 예순이 다 된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 대용품으로 신발을 사 신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그대로 였습니다.

*서정주[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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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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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띠지를 어떻게 하세요?
그 책을 알리기 위한 몇 문장이 적혀있긴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못 버리나 보아요.
주위 분들 중에 과감히 버리는가 하면 책에 붙여서 책의 일부처럼 만들기도 하고 저처럼 책갈피로 쓰기도 하더라고요. 혹은 모으시는 분들도 봤어요. 참 애매한 물건이예요, 이게.
(개인적으로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족인것도 같고.)

이 책의 띠지에는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우리는 다만 사람이고 싶었다!
집념의 작가혼으로 완성한 인간과 역사의 진실

우리가 기다려온 정통 역사소설의 귀환]
이라고 되어있다.

이 문장에 내 취향은 아니야 싶기도 했다. 내용이 무거울까봐. 나는 은근 걸작을 마주할때 두렵더라고.

그러나 읽고나면 책을 딱 맞게 표현했다싶다.

정통 역사소설에 밑줄 쫙 긋고싶어지는 책이다. 아직 1편만 읽어서인지 내용이 잔인하거나 감래하기 어렵지도 않았다.
오히려 애잔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작가님이 시로 먼저 등단하셨단다.
그래서 문장들에 비유가 많고, 글이 수수하다. 글에서조차 일본이 오기 전 우리가 수수하게 살던 조용한 봄같은 문장들이 많다.
사투리들도 잘 어울리는 그런 책이다.

주인공 남자가 임신한 아내를 두고 형을 대신해 징용을 간다. 그때 부인이 자신을 기억하라며 손수건 한 장 들려보냈는데, 안에 편지가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연애편지다. 어른들은 말한다, 그때 연애편지글들이 다들 이쁘다고. 연애편지 읽는데 눈물이 핑 돈다.

-p. 163
지금쯤 어디에 가 계실까요. 이 글을 읽으실 때면 이미 당신은 조선땅에 계시지 않겠지요. 몇자 적어서라도 이런 편지를 당신 짐 속에 넣어 보내는 것은 당신이 가 계시는 곳, 그 어딘가에 저의 작은 흔적이라도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ᆢᆢᆢᆢᆢ
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ㅡp. 165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네 생각을 할 거다. 꽃 같았다고, 버들 같았다고, 그렇게 생각할까. 어느 비단이 있어 너처럼 부드럽고, 어느 하늘이 있어 너처럼 푸를까. 그리워하며 애태우며 그렇게 네 얼굴을 떠올려야 할 내가 나는 벌써부터 두렵단다.
(편지 읽고 난 후 주인공 남자의 마음)

ᆞ그리고 우리는 연기자의 연기를 두고 힘을 뺀 연기가 멋지더라 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글들도 그러했다.
ㅡp. 119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거였구나. 지상은 처음으로 나라라는 말을 생각했다. 내놓으라면 그게 어디 곡식만이었나. 조상님 제사 모시던 유기그릇까지 다 꺼내주어야 했다.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러고도 이제 또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에서도 주인이 아니다. 이제야 알겠다, 나라가 없다는 게 무엇인가를.

ㅡp.144
갱도의 규모와 낯설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시설물에 탄성이 터지고 압도당하던 순간순간ᆢᆢ그랬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곧이어 그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손톱이 빠지게 기어나가며 허우적거려도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절망. 그건은 늪이었다. 끝없이 넓고 아득해서 건너편이 보이지조차 않는 절망의 늪이었다.

ᆞ이런 부분들은 사람을 더 애달프게 만드는 듯 하다.

ㅡ1편은 군함도로 끌려가고 석탄을 캐는 이야기, 그 안에서 탈출을 도모하고 탈출한 이야기까지.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부분은 없다.
그리고 사랑이야기까지 실었다.

-p. 163
지금쯤 어디에 가 계실까요. 이 글을 읽으실 때면 이미 당신은 조선땅에 계시지 않겠지요. 몇자 적어서라도 이런 편지를 당신 짐 속에 넣어 보내는 것은 당신이 가 계시는 곳, 그 어딘가에 저의 작은 흔적이라도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ㅡp. 165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네 생각을 할 거다. 꽃 같았다고, 버들 같았다고, 그렇게 생각할까. 어느 비단이 있어 너처럼 부드럽고, 어느 하늘이 있어 너처럼 푸를까. 그리워하며 애태우며 그렇게 네 얼굴을 떠올려야 할 내가 나는 벌써부터 두렵단다.

ㅡp. 119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거였구나. 지상은 처음으로 나라라는 말을 생각했다. 내놓으라면 그게 어디 곡식만이었나. 조상님 제사 모시던 유기그릇까지 다 꺼내주어야 했다.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러고도 이제 또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에서도 주인이 아니다. 이제야 알겠다, 나라가 없다는 게 무엇인가를.

ㅡp.144
갱도의 규모와 낯설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시설물에 탄성이 터지고 압도당하던 순간순간ᆢᆢ그랬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곧이어 그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손톱이 빠지게 기어나가며 허우적거려도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절망. 그건은 늪이었다. 끝없이 넓고 아득해서 건너편이 보이지조차 않는 절망의 늪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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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69 2016-06-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아 보입니다. 혹여 적극적으로 강추 하고 싶은지요

jjinyyeop_n 2016-06-28 12:15   좋아요 0 | URL
네~~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제 지인은 중학생과 부모가 함께 하는 모임에도 추천했습니다. 중학생이 읽어도 될거 같아서요.

라임69 2016-06-2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드립니다.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서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