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문학선 1 한국단편문학선 1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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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쪽
새 책은 날마다 나온다. 또 새책은 날마다 헌 책이 된다. 한 때는 인류사상의 최고봉인 듯이 그 앞에는 불법(佛法)도 성전(聖典)도 부쩍하던 것이 이제는 그 책의 뚜껑 빛보다도 내용이 앞서 퇴색해 버리고 말았다. 그 뒤에 오는 다른 새것, 또 그 뒤를 따른 새것들, 책장 한층에만도 시조는 두 시대, 세 시대가 가지런히 꽂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지금 번쩍 드는 생각으로 글을 이어본다면, 우선 서점이 떠오른다. 새책이 쏟아지면서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하는 순간 또 다른 새책이 나오므로 고르기가 점 점 힘들다. 새책이 나오는 시간을 나의 책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들.
그러면서 동시에 작년 산 책이 어느새 훌쩍 헌책이 되는 시대. 어디 작년뿐인가, 사는 순간 헌책이 되어버리는 책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이 글의 중심 내용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자의 부인의 결혼 초기의 수줍은 새색시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아줌마로 흐르면서 풋풋했던 옛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들. 그것들이 그립거나 이 억척스러움으로 변한 것의 대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때로는 그리움이 때로는 미안함이 때로는 싫음이 묻어나는 듯 하다. 마치 퇴색해버린 자신이나 부인의 인생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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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1-30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로 와서 보는건 처음인 것 같아요. ^^ 까 만 방에 불이 들어온 느낌~ ^^

jjinyyeop_n 2016-11-30 22: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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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쪽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이 아니라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저는 직장맘입니다. 전업주부는 아니죠. 그래서 저도 전업주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산 것 같습니다. 때로 점심시간에 아이들 문화센터 끝나고 삼삼오오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한 때는 비아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닥 좋은 시선으로 본적이 없었을때가 살짝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점 점 키워보니 전업주부들이 제일 바쁘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일을 한다는 면죄부로 생활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었습니다. 집이 조금 엉망이어도 바빠서 못했다, 내가 일하니 신랑이 당연히 반은 도와줘야 한다 라는 생각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내가 일을 하건 하지 않건 집안일은 같이 하는 것이지 누가 도와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고마움을 당연스럽게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반성합니다. 전업주부들이 직장엄마들보다 스트레스가 더 많을겁니다. 일의 양이 아니라 장소의 변화로 기분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물론 이런 요소가 모든 엄마들, 아빠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은 듭니다.
잠깐의 돌파구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 한 잔 할 여유. 산책 한 번 할 여유. 전업주부들에게 그럴 기회가 적다는 생각으로 그래서 스트레스가 더 많을거라는 생각에서 출발 해 <공항가는 길>,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로 시선을 옮겨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여유, 감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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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5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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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가 싱싱한 것이 최고인 줄 알았던 내 무지를 깨워 준 책.
사실 나도 라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럽을 넣으면 단 맛이 남아서 싫고, 안 넣으면 밍숭하고, 텁텁한거 같아서 싫고,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가장 즐겨 마셨는데 우리나라는 우유가 다양하지 못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라떼가 덜 맛있다는 내용도 알았다. 우유가 다양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했지만, 라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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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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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11월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중>
348쪽
고작 한 살 어렸을 뿐인데, 대체 그게 무슨 죄였다고. 다빼앗아 놓고 이제 와서 새로 주는 척하며 기뻐하라니. 그건 내 것이었어. 다 내 권리였어. 내가 몇 살이든, 스물이든 열여덟이든 한 살이든 빼앗길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어. 고작 나이 먹은 것 따위로 개처럼 던져 주면서 나더러 기뻐하라고.
349쪽
그래야 평생 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보다 큰 상처는 다시는 없더라고. 그 시절이 내 생에 가장 힘들었다고. 평생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 다시는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
마지막 3편은 자꾸 시국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이야기가 끝나고 기획의 말 중에 서로 보지 않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만들어 주는 기이한 연결고리에 감탄합니다. 지난 25년간 많은 것이 변했고 또한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합니다.(402쪽)
이라고 했는데, 이야기가 시간을 거슬러 갈수록 더 지금과 공감이 잘 되는 것 같아서 참 변하지 않았다 싶습니다.

학생의 날이라고 연필을 선물로 주셨던 초5때 담임 선생님이 이 글을 읽으며 다시 생각났습니다.
학생의 날은 우리들이 주인공인 날이라시면서 연필을 주셨습니다. 초5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 말씀이 정말 기분 좋고, 존중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의날마다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이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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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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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고생각잇기2

108쪽ㅡ109쪽
깜깜해진 하늘 위로 공평한 선물처럼 드문드문 일정하게 눈이 내렸고, 바람이 한 번씩 두서없이 불면 눈송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김지영 씨는 가슴속에 눈송이들이 성기게 가득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충만한데 헛헛하고 포근한데 서늘하다. 남자 친구의 말처럼 덜 힘들고, 덜 속상하고, 덜 지치면서, 어머니의 말처럼 막 나대면서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평한 선물같은 눈이라는 말에서 지금까지 그리고 또 앞으로 얼마나 공평하지 않은 일들이 있었는지 있을지를 암시하는 것 같아서 더 크게 꽂히는 문장 같습니다.

공평한 선물같은 눈으로 여자 아이들을 대하지만 그 공평성이 줄어들면서 자라게 되는 시대가 안타깝습니다.
나는 나의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치는지 저 자세히 관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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