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쪽새 책은 날마다 나온다. 또 새책은 날마다 헌 책이 된다. 한 때는 인류사상의 최고봉인 듯이 그 앞에는 불법(佛法)도 성전(聖典)도 부쩍하던 것이 이제는 그 책의 뚜껑 빛보다도 내용이 앞서 퇴색해 버리고 말았다. 그 뒤에 오는 다른 새것, 또 그 뒤를 따른 새것들, 책장 한층에만도 시조는 두 시대, 세 시대가 가지런히 꽂혀 있는 것이다.ㅡ이 부분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지금 번쩍 드는 생각으로 글을 이어본다면, 우선 서점이 떠오른다. 새책이 쏟아지면서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하는 순간 또 다른 새책이 나오므로 고르기가 점 점 힘들다. 새책이 나오는 시간을 나의 책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들.그러면서 동시에 작년 산 책이 어느새 훌쩍 헌책이 되는 시대. 어디 작년뿐인가, 사는 순간 헌책이 되어버리는 책들이 스쳐 지나간다.그리고 이 부분이 이 글의 중심 내용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화자의 부인의 결혼 초기의 수줍은 새색시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아줌마로 흐르면서 풋풋했던 옛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들. 그것들이 그립거나 이 억척스러움으로 변한 것의 대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때로는 그리움이 때로는 미안함이 때로는 싫음이 묻어나는 듯 하다. 마치 퇴색해버린 자신이나 부인의 인생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