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외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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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 윈프리의 게스트 하우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좋은 글을 쓸 확률이 높다. 비단 글쓰기 뿐이겠는가. 미술이든 음악이든 무릇 세상사와 밀접하지 않은 예술은 그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 해서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체험을 중요시한다.

 

 한데 진정한 글쟁이는 엉덩이가 질겨야 한다는 작가들의 충고를 추앙이라도 하듯,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하루 종일 의자나 소파에(더 진실하게는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때가 많다. 직접 경험을 하기 위해 투사처럼 현장으로 나서지 않는 제 게으름을 탓하는 대신,  간접 경험도 경험이다, 는 배짱으로 케이블 티브 체널을 여기저기 돌려 보는 것이다.  왼종일 뮝기적거리면서(?) 얻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야 말로 간접 경험의 오롯한 소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이름하여 오프라 윈프리 쇼의 한 장면이다. 

 

  결혼을 앞두거나 남자를 사귀고 있는 고민녀들을 초대해 전문가가 상담을 해주는 장면이 눈에 띈다. 마침, 남자를 대하는 여성의 다양한 심리에 대해서 매우 궁금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이보다 더한 간접 체험은 없다. 쇼에 출연한 상담가는 꽤 현실감과 균형감이 있어 보인다.

 

  고뇌에 찬 여성 출연자들을 상담해주는 이는 의외로 남성이다.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섹스 앤시티의 공동 작가 중 유일한 남자인 그렉 버렌트란다. 결혼 생활에 자신 없다고 말하는 마자, 언제나 할 일이 많은 남자, 이런 상대남을 만나는 여성들엑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이 책을 쓴 그렉 버튼의 속시원한 충고를 지켜보면서 나는, 바로 이거다 하고 박수를 쳤다. 비록 헐리웃 문화에 익숙한 충경이긴 하지만 우리의 남녀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적용시켜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날 밤 당장 책을 주문했다.

 

  주변에서도 이런 흔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갑이라는 여자 왈, 남편 될 사람과 공동명의로 신혼집을 등기하겠다고 했더니 시댁에서 파혼을 선언했어요.  남자 하나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데, 남자는 부모를 설득할 자신이 없나봐요. 끝내자네요. 어떡하면 좋아요?  을이라는 여자 왈, 제  약혼남은 진국이에요, 그야말로 진국!   절 잘 챙겨줄뿐더러, 뭐든지 솔선수범하죠. 일 처리도 깔끔하구요. 한데 술만 먹으면 폭력을 일삼아요. 그것 하나만 고치면 더 바랄 게 없는데, 어떡하면 좋아요?

 

  만약, 두 고민녀 앞에 그렉 버렌트가 있었다면?  주저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줄도 모르고 여자는 환상을 가진다. 나이에 상관없이 주도권을 빼앗긴 쪽에서는 마음을 다친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이 솔직대담한 카운슬러는 허구에 가득찬 여자들의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별 볼일 없는 상대에게 매달리는 헛똑똑이  여자들에게, 안절부절하며 헛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바보 애인들에게 그렉 버렌트는 말한다. 여성들이여, 본질을 깨달아라. 제발 헛된 시간의 장난에 눈물 흘리지 말아라.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며, 나아가 얼마나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들인가를 깨치라고 충고한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이 명쾌한 대답을 얻기까지 여자들은(때론 남자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불편부당한 시간들을 견뎌냈을 것인가. 아픔이 진행되는 동안엔 어떠한 충고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더한 괴로움만 따를 뿐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그렉 버튼의 충고를 눈치챈다.  사랑이 떠난 뒤에야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땐 이미 너무 늦었다.

 

  당당하고 멋진 삶을 꾸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여성들이여, 하잘 것 없는 상대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타인이 이끌어가는 삶에 이리저리 휘둘린 적은 없는가. 이런 우리의 연약한 인간성에 유쾌한 상담자 그렉 버튼은 다시금 호소한다.  -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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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2008-06-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고, 잡지 뒤에 실릴 글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별을 5개나 주셨네요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