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도나 그리고 존 바에즈

 

「도나도나」란 포크송은 반전(反戰)가수 존 바에즈가 불러 유명해졌다. 구슬픈 가락의 그 노래는 물론 그녀가 처음 부른 건 아니다. 유태인 작곡자와 작사자가 따로 있고 곡에 얽힌 사연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유태인 이웃을 지켜본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노래라고 알려져있다. 마차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가는 송아지의 슬픈 눈은 맥없이 수용소로 잡혀가는 유태인들을 가리키리라.

 

‘시장가는 달구지 위에 슬픈 눈동자를 하고 있는 송아지, 하늘에는 제비 한 마리가 날고. 바람은 온밤과 낮 종일토록 웃다 못해, 여름이 다가도록 웃지. 도나도나도나. 농부가 송아지에게 말하지. 불평 좀 그만해. 누가 송아지가 되래? 제비처럼 날개를 달아 뿌듯한 자유를 얻지 그랬니. 도나도나도나. 쉽게 잡힌 송아지들은 이유도 모른 채 도살장에 끌려가지. 하지만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면 제비처럼 나는 법을 배워야해. 도나도나도나.’

 

들을 때마다 가사에 나오는 송아지, 제비, 바람, 농부의 이미지가 하나의 그림이 되어 떠오른다. 쓸쓸하다 못해 서늘해지는 그림 한 점을 해설하자면 이렇다. 속박된 송아지의 슬픈 눈앞에는 가없이 자유로운 바람의 웃음(어쩌면 비웃음일지도)과 맘껏 나는 제비의 날갯짓이 펼쳐진다. 송아지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그런 송아지의 눈빛을 보는 달구지의 주인인 농부도 맘이 편할 리 없다. 송아지의 운명을 연민하듯, 억울하면 날개 달고 제비처럼 날아보지 그랬니, 라고 원망 섞인 충고를 한다. 자유가 소중하다면 나는 법을 배우라고.

 

훗날 기타 든 존 바에즈가 이 노래를 자기화하여 불렀을 때, 비폭력 저항 및 자유에 대한 상징의 기치와 매우 잘 어울리는 노래가 되었다. 온몸으로 읊조리듯 고백하는 목소리와 시적이고 구슬픈 노랫말 때문에 귀가 절로 열린다. 특히, 후렴구인 ‘도나도나’ 부분은 묘한 여운이 남는다. 후렴구 도나도나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원곡에 충실하자면 절대자인 구원자를 의미할 것이고, 시적인 가사에 충실하자면 이탈리아 말로 ‘부인’이란 뜻도 있다니 그렇게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를 갈구하는 노랫말로 보자면 단순한 추임새 기능으로 봐도 무방하다.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를 떠올린 건 얼마 전 그녀가 낸 자서전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의 그녀 대표곡인 그 노래가 떠오르는 동시에 밥 딜런도 떠올랐다. 동지이자 애인이었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몇 번이나 오르내릴 때 나는 그녀야말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완전히 읽지 않은 그녀의 자서전 곳곳에도 그런 문학적 조짐이 보인다. 미화된 찬사만이 아니라 치부와 약점마저 오롯이 담겨있는 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출간기념회 겸 고희를 넘긴 존 바에즈가 전 세계를 돌며 도나도나 구슬프게 읊는 자유의 노래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도나도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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