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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 바로 쓰기 세트 - 전5권 ㅣ 우리 글 바로 쓰기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평점 :
바쁘다는 핑계로 페스트 푸드를 애용할 때가 있다. 해로운 게 너무 많이 들었다지만, 맛있는 데다 무엇보다 간편하니 찾을 수밖에. 요즘은 차를 타고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라는 편리한 제도도 있어 할인 스티커를 챙겨 가며 활용하는 편이다.
햄버거 가게에 가면 영양가 낮은 음식을 먹는다는 불안감보다 더 불편한 게 있다. 근무자들의 언어 습관이 그것이다. ‘고객님, 이번에 새로 나온 치킨 버거세요.’, ‘오늘 특별세트 메뉴는 새우버거세요. 점심시간이라 할인되십니다.’ 하나 같이 저렇게 말한다. 처음엔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자꾸 듣다 보면 실소가 나온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고객은 왕이니 무조건 높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친절하고 공손한 표현을 찾다 보니 높임말 어미인 ‘시’자를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 '-시-'는 주체의 동작이나 상태를 높일 때 쓰이는 어미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에게만 쓸 수 있다. 주체의 사물까지 높여서 말하기엔 우스꽝스럽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최대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그런 언어 습관을 낳은 것이다.
햄버거 가게를 예를 들어서 그렇지 보험회사, 백화점, 병원, 은행 등 서비스가 요구되는 직종에서는 어디든지 그런 어법을 만날 수 있다. 처리하는 데 2, 3일 걸리세요. 이 옷이 더 비싸세요. 이쪽으로 가시면 병동이 나오세요. 이 상품 이율이 더 높으세요. - 과잉 친절이 베푸는 높임말 향연을 듣다 보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대접 받고도 놀림 받는 찜찜함을 업체 측에서는 알 리 없다. 그렇게 말하라고 요구한 자도 없고, 그렇게 말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 준 이도 없는 자연발생적 화법이므로.
항공업계나 백화점 등에서 고객들의 이런 불만을 접수하고 고쳐나가고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야말로 고객 감동 서비스가 아니겠나. 소비자만 제대로 높여줘도 고마운 일이다. 그들이 취할 상품까지 높일 필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