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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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과 무슨 얘기 끝에 닭개장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 얼큰하고 시원한 국을 먹어 본 지  삼십 년도 넘은 것 같다. 그 시절을 추억하려 ‘닭개장’이라고 자판을 치려는데 자꾸 빨간 줄이 쳐진다. 표기법이 잘못 되었나? 내친 김에 옳은 표기법을 찾아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분명 ‘닭계장’이 아니라 ‘닭개장’이라고 국립국어원에서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육개장, 닭개장에서 ‘개장’은 개장국에서 온 말이다. 개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국이 개장국인데,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으면 육개장, 닭고기를 넣으면 닭개장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개장국이 흔했다. 여름한철 집집마다 키운 누렁이는 그 국의 원재료가 되어 사라졌다. 개장국을 못 먹는 어린 영혼을 대신해 엄마는 닭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뽑아 닭개장을 끓여주었다. 그 시절 흔히 있던 일이었다. 연한 닭살에 우거지와 고사리가 어우러져 매콤하고 걸쭉한 맛을 내는 그 국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키우던 생명체를 죽여 음식으로 만든 행위는 같았건만, 어린 혀는 개장국은 거부해도 닭개장은 허락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나는 소위 보신탕은 입에도 못 댄다.

 

 

  어린 나이에 도시로 나온 뒤로는 그 국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내게 닭개장은 그렇게 시골생활과 어울리는 음식으로만 남아 있었다. 추억의 그 맛을 느끼고 싶어 내친 김에 지인들이랑 유명하다는 닭개장 집을 찾았다. 애석하게도 메뉴엔 닭개장이 사라지고 없었다. 잔품이 많이 들고 수익이 나지 않아 다른 메뉴로 바꿨단다.

 

 

  하지만 그것을 대신한 ‘온밥’ 앞에서 닭개장의 여운을 느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 것은 닭개장 맛 자체가 아니었다. 실은 푹 곤 우거지와 고깃살이 어우러져 맞춤한 국물 맛을 내던 그 때의 추억을 먹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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